우리 교실은 언제든지 붕괴할 수 있다

by gyobasaNPO | 2023-10-05 14:14

“우리나라 교사는 자신의 교실이 구조적으로 언제든지 붕괴할 수 있는 학급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 이제는 선량한 교사가 오히려 궁지에 몰리는 교육환경이 되고야 말았다. 대안은 그 원인을 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본문 발췌)

 

 

학급 붕괴가 확산되는 일본

 

나는 우연한 계기로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학습부진 관련 교사 연구모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개의 교육청에서 기초학력 관련 자문을 했다. 학교에서는 학습부진이나 기초학력 업무를 담당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대신 학교폭력, 생활지도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언젠가부터 아주 불편한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는 학급 붕괴가 교직 경험이 부족한 신규 교사의 교실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런 경향성도 있다. 하지만 교직 경험이 많은 교사가 있는 교실에서도 종종 학급 붕괴가 일어나기도 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학급 붕괴’는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2019년 공영방송 NHK에서 교사 3,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학급 붕괴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한 교사는 8%나 되었다. 이는 12개 학급 중 1개의 학급에서 학급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학교 단위로 보면 모든 학교에서 학급 붕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현실도 다르지 않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일본의 사례와 우리 학교의 현실은 다르지 않다고 꼭 말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교직 경험이 풍부하고 생활지도를 잘하는 평범한 교사의 교실에서도 학급 붕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급 붕괴는 교사의 경험과 전문성을 넘어서는 다른 요인들이 함께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최근 우리 교육은 학교 관리자의 도움 없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학교 현장 교사의 슬픔을 경험했다. 일본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소위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의 괴롭힘으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오랫동안 몸담았던 교직을 떠나면서 반대로 선량한 학생들과 부모들이 상처받는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어 왔다. 또한 교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휴직하는 사례도 5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성

 

나는 이 글을 통해 학습부진의 관점에서 이것이 학급 붕괴, 학부모와의 분쟁, 교권 침해 등과 일정 부분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동안 만난 학습이 매우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 단지 학습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며, 학생 생활 전반에 있어 어려움을 동반한 학생이 많았다. 물론 교사와 부모의 관계에서도 어려운 사례가 많았다. 다만, 교육과정 난이도가 높아 미도달 비율이 높은 수학 부진과 영어 부진은 특정 교과에서만 어려움이 있고, 학생 생활 전반에 어려움이 없을 가능성도 높다. 반면 상대적으로 학습부진 정도가 심각한 한글 미해득, 기초학습 부진, 국어 부진 학생은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아마도 국어 부진과 학교폭력, 학교 부적응, 학업 중단 등의 관련성을 연구하면 유의미한 상관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수업 참여가 사실상 어려운 아이들

 

읽기, 쓰기는 모든 학습의 시작이자 모든 학습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학습의 첫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이후 모든 교과 학습에서 어려움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의미한다. 따라서 이 학생들이 교실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일본 NHK의 설문에서 수업 중에 멋대로 돌아다니거나, 주의를 주면 벌컥 화를 내는 학생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각각 34%, 35%였다. 참고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과 한글교육 마쳤지만, 이미 배운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있는 받침이 있는 단어를 정확하게 읽지 못하는 한글 미해득 학생이 약 15%에 해당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1학년의 약 15%는 2학기 교과서를 거의 읽지 못하거나 교사의 판서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학급에 20명의 학생이 있다면 2~3명은 사실상 수업에의 참여가 매우 어려운 학생이라는 것이다.

 

 

충격적인 1.6% 특수교육 현황

 

OECD 주요 국가의 특수교육 현황을 보면, 덴마크 5.5%, 독일 5.4%, 벨기에 10.3%, 노르웨이가 9% 정도이다. 핀란드는 2015년도 기준으로 16%이며, 미국은 2021년 기준으로 8.4%이다. 전체적인 경향성을 보면 교육 선진국일수록 특수교육에서 지원하고 있는 학생의 비율이 높다. 세계적으로 특수교육 비율은 5~10% 정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으로 특수교육의 비율이 충격적이게도 1.6%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들과 대략 5~8% 정도의 차이가 난다. 참고로 코로나19 이전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미도달 비율도 이것과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학급별로 1~2명은 학업과 학생 생활에 부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경우 특수교육 대상자 중 학습장애 비율이 가장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놀랍게도 사실상 학습장애가 거의 존재하지 않은 국가이다. 학습장애 중 지능이 높은 학생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학습장애 아동은 경계선급 지능, ADHD 등이 함께 동반된 경우가 매우 많다. 이렇게 보면 우리 교실은 언제든지 학급 붕괴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

 

 

예전보다 더 심각한 이유

 

나의 경험으로 학교 부적응, 학교폭력, 교권 침해, 학부모 민원의 다수가 여기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적으로 학습부진도 그러했다. 솔직하게는 대부분의 학폭 관련 사안에서 다수의 학생이 잠재적으로 발달적 요인과 관련이 있었다. 예전에는 우선 가정에서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두고 있었고, 지역 또는 사회적으로 공동체와 어느 정도 관계성을 가지고 있어서 자녀에 대해 어느 정도 비교 판단이 가능하기도 했다. 그리고 학교와 교사의 권위를 어느 정도 존중하는 문화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또한 여기에는 교육 현장을 잘 모르는 서비스 만족 중심의 교육행정도 관련이 있다. 교사는 늦은 밤에도 학부모의 문자에 답장을 요구받고, 이른 아침에도 전화를 수시로 받기도 한다. 무리한 요구를 받아주지 않으면 꼬투리를 잡아서 민원을 넣기도 한다. 그리고 교원 평가에 감정적으로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정든 교실을 떠나고 있다. 그냥 두면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어 더 이상 우수한 교사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의 일본이 그렇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교사는 자신이 있는 교실이 구조적으로 언제든지 붕괴할 수 있는 학급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선량한 교사가 오히려 궁지에 몰리는 교육환경이 되고야 말았다. 대안은 그 원인을 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