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에 대한 오해와 효과가 의심스러운 치료 방법

by gyobasaNPO | 2023-08-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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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통해 난독증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가 무엇인지 그리고 효과가 의심스러운 치료와 과학적인 증거 기반의 치료 방법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 “난독증 아이들은 이제는 있지만, 여전히 없는 아이가 되었다.” (본문 발췌)

 

 

선생님 우리나라에는 난독증이 없어요

 

2013년 2월, ‘교육을바꾸는사람들’과 ‘좋은교사운동’은 학습 부진에 관하여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를 위해 ‘배움찬찬이 연구프로젝트’를 2년 동안 공동으로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의 첫 토론회 주제가 바로 ‘난독증과 학습 부진’이었다. 이 토론회는 아주 작게 열렸다. 하지만 토론회 이후 파장은 상당했다. 주요 언론이 토론회 주제인 난독증에 대하여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토론자 한 명은 교육부 담당자로부터 항의 비슷한 메일을 받았고, 나는 전화로 어떤 교육청 장학사에게 불만이 가득한 말을 들었다. 아직도 그 전화를 잊을 수 없다. “선생님, 아직 잘 모르셔서 그런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는 난독증이 없어요” 물론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난독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관점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는 “우리나라에는 난독증이 없어요.”라고 했던 10년 전 그때와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이제는 있지만 여전히 없는 아이가 되었다

 

처음 교육부는 정부 차원의 정확한 실태조사가 없어 이 아이들을 위한 정책 추진이 어렵다고 했다. 이후 2015년 교육부는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 난독 위험군은 4.6% 정도였다. 2018년 7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지역 연구에서도 5.3%의 난독증 아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는 난독증 아동의 실재를 공식적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교육부 차원의 구체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이 아이들은 이제는 있지만, 여전히 없는 아이가 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난독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소득 수준이 높은 부모는 이 아이들을 찾아서 개인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의 난독증 아동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다. 구체적으로 2022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국어 미도달이 6~7%임을 고려할 때, 국가 차원의 난독증 아동 조기 선별과 읽기 중재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지방자치단체 난독증 조례와 혼란

 

중앙정부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난독증 아동 지원 조례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2023년 현재까지 17개 시·도교육청 중에 65%에 해당하는 11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례로 난독증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야속하게 정부가 외면하는 난독증 아동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우선 지원 대상과 예산이 너무나 적다. 그래서 어려운 정도에 따라 극소 소수만 선정된다. 매우 안타깝다. 사실 학교 현장을 살펴보면 딱히 필요성이 크지 않지만, 갑자기 많은 예산이 내려와서 처리해야 하는 사업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중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초학력 사업도 해당된다. 난독증 아동은 잘 읽지 못하지만 매일 칠판을 보고 책을 읽어야만 하는 슬픈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을 위한 사업 예산은 사실상 ‘생색내기’ 수준이다. 하지만 나는 종종 교육청과 학교에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거나 듣는다. 그럴 때마다 놀란다. 더욱 문제는 지자체마다 각각 다른 난독증에 대한 정의, 선별 및 진단 기준, 읽기 중재 방법 등과 같이 사업의 핵심 내용이 다르며, 구체적인 기준이 없거나 모호하다. 그래서 난독증과 관련된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크게 걱정한다. 이러다 보니 그 효과성이 의심스러운 방법으로 치료를 하는 곳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일부이지만 이제는 공공기관이 근거가 부족하거나 효과성이 의심스러운 치료 방법을 홍보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모의 관점에서 보면 애매한 상황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난독증 자녀를 둔 부모는 이 점에 상당한 분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부모를 두 번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난독증에 대한 오해

 

이 글을 통해 난독증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가 무엇인지 그리고 효과가 의심스러운 치료와 과학적인 증거 기반의 치료 방법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난독증이 있으면 읽을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난독증이 있어도 읽을 수 있다. 이 질문의 답은 난독(難讀)이라는 ‘어렵게 읽는다’는 단어의 뜻에 이미 담겨있다. 난독증이 있으면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느리고, 부정확하게 읽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따라서 난독증이 있으면 느리고 힘들게 읽는다. ‘읽는 것’ (해독) 자체에 너무 많은 집중력을 소비한다. 그래서 ‘이해하는 것’에 인지적인 자원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읽기 자체도 어렵지만, 읽기 이해에 문제도 발생한다. 그리고 ‘부정확하게 읽는다.’라는 의미는 컴퓨터에 비유하면 입력 정보에 오류가 있어 정보처리가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해석에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난독증은 지능과 관련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잘 읽지 못하면 지능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난독증 아동 중에는 지능이 130으로 매우 높은 아동도 있다. 그리고 경계선급 지능을 가진 아동도 있다. 난독증과 지능은 관련성이 없다. 물론 지능이 높으면 빨리 배운다. 그래서 읽기 중재에서 효과성이 빨리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능이 매우 높음에도 한글조차 미해득한 아동도 적지 않다.

 

셋째, 난독증은 시각 또는 청각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잘 읽지 못하면 시각이나, 청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부분으로 인해 읽기가 어렵다는 분명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반대로 소리를 아주 작은 단위(자음과 모음의 소릿값에 해당하는 음소 수준)까지 인식하는 음운론적 결손에서 비롯된다는 유효한 연구 결과와 이것에 따른 읽기 중재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이미 많이 누적되어 있다. 물론 국내 임상에서도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난독증 관련 다수 (의학, 특수 교육, 언어 병리, 국립특수교육원 등) 학회 또는 기관에서 개발된 표준화 읽기 검사 도구(CLT, RA-RCP, KOLRA, BASA-EL, NISE-B.ACT 등)에서는 음운처리를 핵심적으로 검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지자체와 교육청에서는 이미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여 치료의 효과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알려진 시지각 훈련과 청지각 훈련을 지금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향후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놀랍게도 2023년 올해 어떤 교육청에서는 근거가 없는 방법으로 많은 아동을 진단하고 있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넷째, 난독증이 있으면 글씨를 반대로 쓰는가? 그렇지 않다. 난독증이 있으면 모음과 자음을 반대로 쓰거나, 본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글에서는 ‘ㄷ’, ‘ㄹ’을 반대로 쓰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b’와 ‘d’를 아이들이 많이 혼동한다. 초기 읽기 발달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이러한 현상이 일정 기간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바로 낱자-소리 대응 관계를 알고, 단어 수준으로 잘 읽게 되면 이 현상은 사라진다. 난독증 아동은 또래와 비교하면 읽기 발달이 지체된다. 이러한 이유로 초기 읽기 발달에서 나타나는 오류가 학령기 늦게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그만큼 읽기 발달에 어려움이 있음을 시사한다.

 

 

난독증의 정의에서 답을 찾아보기

 

국제난독증협회(IDA)에서는 난독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난독증은 신경학적 원인에 의한 특정학습장애로, 난독증이 있으면 단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철자를 제대로 못 쓰고, 문자 해독을 어려워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전형적으로 음소인식능력의 부족 때문에 생긴 것으로, 다른 인지능력의 문제나 효과적인 교육이 제공되었는지 여부와 연관성이 없다고 여겨진다. 이차적으로 독해력의 문제와 독서 경험이 적어서 생기는 어휘력이나 배경지식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DSM-5에서도 난독증과 같은 학습장애는 신경발달 장애로 분류할 정도로 생물학적 원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 따라서 난독증은 유전적인 요인과 높은 상관성을 가진다. 대표적인 연구로 예일대학교 의대 교수이자, 난독증의 대모라고 불리는 Sally Shaywitz는 뇌영상 연구를 통해 난독증이 있는 사람의 좌측 두정 측두 영역과 측두 후두 영역에서 저활성화를 발견했다. 저활성화가 나타난 두정 측두 영역이 음운처리의 결합과 관련 있으며, 측두 후두 영역은 단어 인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진행된 읽기 중재 실험에서도 읽기 정확성과 유창성, 읽기 이해력이 모두 향상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었다. 이 연구 성과로 Sally Shaywitz는 미국 최고 의사상을 받기도 했다.

 

 

가장 권위 있는 의학 저널의 경고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치료 연구로 알려진 의학 잡지 란셋(Lancet)에서는 난독증의 원인과 효과성이 의심스러운 치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게재했다. 음운론적 직접적인 읽기 교육에 확실한 증거가 있으므로 대체 요법에 해당하는 청지각, 시지각(안구운동, 얼렌 렌즈 등), 감각통합, 운동치료 등은 근거가 빈약하거나 효과가 없으므로 난독증 아동에게 권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Peterson & Pennington, 2012). 란셋은 가장 오래된 학술지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저널이다. 난독증은 학령기 초기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읽기 교육을 실시하면 대부분 극복되거나 어려움이 최소화된다. 난독증 아동은 음운 인식 훈련, 체계적 발음 중심 교수, 해독 훈련, 철자법, 유창성 훈련이 결합된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소아정신의학, 2014).

 

2016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한국언어청각임상학회, 한국학습장애학회는 이러한 근거가 빈약하거나 효과성이 의심스러운 치료 방법의 위험성을 이미 경고했다. 1998년과 2010년 미국소아과학회도 이 방법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공식 문서로 발표했다. 이제는 모두가 알지만, 여전히 없으면서, 더 혼란스러운 것이 오늘날의 난독증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기초학력이 강조되는 시절, 슬프게도 이 아이들과 부모의 고난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1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