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 행위주체성(learner-agency)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어린이의 놀이를 통한 배움

by gyobasaNPO | 2023-04-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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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말하는 학습자 행위주체성의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 “본고에서는 학습자의 행위주체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요구됨을 주장하며 OECD 보고서를 비롯하여 관련 최신 이론과 문헌을 고찰하였다.” (본문 발췌)

 

 

행위주체성(agency)은 최근 교육연구에서 가장 보편적이며 빈번하게 언급되는 구성적 개념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환경문제 등 변화된 세계적 이슈들이 교육생태계를 흔들어 놓으면서 지식 전수의 기능을 하던 학교가 더 이상 그 역할을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에 전 세계는 앞다투어 교육과정을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 OECD와 UNESCO 등 국제기구는 각국의 교육과정 혁신의 방향을 제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OECD(2019)의 Learning Compass 2030에서 역량과 더불어 학습자 행위주체성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하였고, 이와 함께 공동-행위주체성을 제안하면서 이 개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행위주체성에 대한 보다 정확한 개념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여전히 많은 교육학자들이나 연구자들이 학습자의 자율성(autonomy), 자기주도적 학습(self-directed learning), 자기-조절학습(self-regulated learning) 등의 개념과 혼동하며 이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Gao, 2021). 그러나 정해진 교과내용이 있고, 이를 학습자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지식습득을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전통적인 학교교육에서 학습을 바라보는 패러다임과 OECD를 비롯한 최근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말하는 학습자 행위주체성의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유아중심·놀이중심으로 개편한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도 학습자를 배움의 주체로 보며 놀이 속 어린이의 행위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아교육에서 보는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유능한 어린이’라는 이미지가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학습자의 행위주체성의 구성적 개념에 가깝다. Lego 재단이나 Haravard의 Project Zero 연구팀에서 내놓은 연구보고서 「놀이를 통한 배움(Learning through play)」에서 설명하고 있는 행위주체성은 학습자를 유능한 존재로 보는 것에서 출발하며 어린이가 유아교육기관에서 행위주체성을 경험하고 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교사의 역할로 강조하고 있다. 즉, 행위주체성을 특정 개인의 능력에 한정시켜 이해하기보다는 관계 속에서 다채로운 교육적 지원에 의해 경험되는 것으로 본다. 이와 더불어 어린이의 자발적 놀이를 더 깊은 배움을 이끄는 행위주체적 학습의 맥락(Zosh, Hopkins, Jensen, Liu, Neale, Hirsh-Pasek, & Whitebread, 2017)으로 보며 놀이를 강조한다.

 

학습자의 행위주체성이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개인으로, 혹은 공동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학습자, 학습과 교사의 페다고지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OECD에서는 행위주체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 OECD(2019)가 바라보는 학습자 행위주체성

 

OECD(2019)의 Learning Compass 2030에서는 행위주체성(agency)을 개인에만 국한되어 이해하는 틀을 넘어 관계와 집단적 생각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역량과 더불어 행위주체성을 핵심개념으로 제시하며 세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학생 행위주체성, 공동-행위주체성 그리고 집단적 행위주체성이 이에 해당한다.

 

* 학생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

학생 행위주체성이란 목표를 설정하고, 반성하며,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학습자가 자기 학습의 행위주체가 되어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결정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 더 나은 동기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OECD, 2019)

 

OECD(2019)에서는 학생 행위주체성을 학습자 개인의 능력(ability), 의지(will)와 행동(acting)으로 정의한다. 즉, 개인이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의사를 결정하고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며 더 나은 삶과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필요한 능력으로 본다.

 

공동-행위주체성(co-agency)이란 타자와의 관계를 의미한다. 공유된 목표를 향해 학습자의 성장을 지원하는 학부모, 교사, 또래, 지역사회의 상호작용적이고 상호 지지적인 관계(relationship)가 공동-행위주체성이다. 인적 관계뿐 아니라 환경의 영향 또한 포함한다. 즉 행위주체성은 맥락적이고, 관계적이며 자율성보다는 좀 더 전인적인 개념으로 확장되어 사용된다(Gao, 2021).

 

집단적 행위주체성(collective agency)은 지역사회, 운동 혹은 세계 사회에서 함께 행동하는 개별 행위주체자들의 집단적 생각을 의미한다. 집단적 행위주체성은 공유된 책임감, 소속감, 정체성, 목적의식과 성취 등이 있어야 가능하며 더 큰 규모에서 발휘된다. 집단적 행위주체성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차이와 긴장을 내려놓고 환경문제와 같이 공동의 목적을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을 요구한다. 이와 같이 행위주체성은 개인을 넘어 관계이자 집단적 생각으로 세계와 연결되어 변화를 만들어 내는 자발적인 운동이자 활동이다. 즉, 행위주체성에 대한 감각은 연결망 속에서 체화되어 나타나며 반복, 실험과 상호적응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에서 어린이의 자발적 놀이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린이들 본유의 특성인 놀이적 성격을 갖고 있는 행위주체성을 최근 이론에서는 살아있는 생태계이자 복잡한 개체(McGregor & Frodsham, 2022)로 본다. 이를 교육현장에서 잘 구현하기 위해서는 첫째, 학습자를 보는 관점의 전환, 둘째, 학습을 보는 관점의 전환, 이에 따른 교사의 교수실천을 보는 관점의 전환이 요구될 것이다.

 

기존의 학습을 보는 관점이 교과중심 지식습득이었다면, 최근의 학습생태계 관점에서는 학습을 비선형적이고, 발현적이고 맥락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학습이란 지속적인 여정으로 혼돈과 체계의 복잡성 속에서 발생한다고 본다(Blaschke, Bozkurt, & Cormier, 2021). 행위주체성을 살아있는 생태계(living ecology)로 볼 때 그것은 상호의존적이고 관계적이고 맥락적이기 때문에 뒤얽혀 나타난다. 어린이의 과거 경험들이 현재 제공되어 있는 물질, 자연물, 책, 또래, 교사의 지원 등에 의해 지금 우연히 구체화되며, 그것은 공동의 혹은 개인의 상상에 의해 미래로 향한다(Collins, Raymond, 2021). 이처럼 행위주체성 그 자체인 놀이를 무엇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세계를 축소하는 일이다.

 

학습생태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자기-조직적이고, 자연스럽게 발현되며 복잡하고 분산되어 있으며 자기-통제적이다(Chatti, Jarke, & Quix, 2010). 따라서 지금의 학생들이 살아가는 고도화된 지식기반 디지털 시대에 학습은 연결주의(connectivism)와 리좀적 학습(rhizomatic learning)으로 설명될 수 있다. 연결주의는 지식은 연결망을 가로지르며 분산되어 있으므로 학습이란 정해진 지식을 수동적으로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를 횡단하고 구성하는 능력으로 구성된다고 본다(Downes, 2012). 학습은 텍스트로 구성된 책뿐 아니라 디지털기기, 자연물, 재료 등을 포함한 비인간 물질에도 거주한다. 다양한 장들, 생각들과 개념들을 연결시켜 볼 수 있는 능력이 핵심 기술로, 어린이의 놀이를 살펴보면 아이들이 놀이 맥락에서 다가오는 자극과 정보 중 무엇을 연결시켜 실험할 것인가를 판단하고, 의사결정하고 그것을 놀이로 구현해 내며 구체화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난다.

 

이는 학습을 고정적이고 단계적으로 이해하는 수목형 모델을 비판한 Deleuze와 Guattari의 리좀적 사고와 학습과 더불어 설명된다. 학습이란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지각된 학습이 물질화되는 발현적 과정이다. 이와 같이 학습을 학습자가 경험하고 지각한 것이 물질화되는 발현적 과정으로 볼 때, 놀이를 이끌어 가는 어린이는 자기 학습의 가장 중요한 주체로 세계와 다양하게 관계맺으며 창조적으로 배우고 있는 것이다.

 

행위주체성이 살아있는 생태계라면 교사 역시 학습공동체에서 학습자로 위치된다. 교사에게 공동-행위주체성이란 어린이가 학습주체로서 행위주체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적 조건을 만들려는 노력과 어린이의 학습의 공동 설계와 공동구성이 가능하도록 자신의 교육전문성을 신장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기 위해 국가나 유아교육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을 포함한다(Collins & Raymond, 2021). 교육과정의 공동구성자로서 더 깊은 학습(deeper learning)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앞으로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OECD를 포함하여 최근의 학습담론에서 말하는 행위주체성에 대한 개념은 궁극적으로 공동-행위주체성으로 향할 것을 촉구하는 듯 보인다. 공동-행위주체성의 발현이 가능하려면 학습자, 즉, 어린이에 대한 다른 차원의 믿음이 필요하다. 첫째, 어린이를 발달주의에서 규정하는 결핍의 존재로 보는 시선을 넘어설 것이 요구된다. O’Neill(2018)은 공동-행위주체성이 가능하려면 어린이를 아직 ‘미숙하거나’ ‘성인이 아직 안되었거나’ 혹은 ‘성인이 되어가는’ 단계에 있는 혹은 ‘미래의 시민이 될’ 불완전한 존재로 보는 것과 상반되는 관점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또한 특정 형태의 사고력이 부족하거나 지식을 채워야 하는 빈 상자가 아니라 이미 세계와 접속하고 있는 열정, 꿈과 상상력을 가진 완전한 인간으로 보아야 한다(Margarit, 2021)고 주장한다.

 

두 번째로 행위주체성을 오로지 개인이 갖고 있는 특정 능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알아가는 생태학적 맥락의 결과로 나타나는 발현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다(Biesta & Tedder, 2006). 어린이의 놀이를 여전히 연령차별적 관점에서 볼 때 ‘놀이’는 단지 귀여운 유아들의 특징으로의 놀이일 뿐이다. 그러나 놀이라는 이 경이로운 맥락은 아주 교육적인 환경으로 행위주체자들은 특정 ‘행동’에 참여하고 이를 반복하며 학습에서의 자기결정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놀이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은 ‘앞을 내다보고 행동하고 있으며, 과제를 기반으로 하며, 주의 깊게 집중하고 있다.’(McGregor & Frodsham, 2022).

 

본고에서는 학습자의 행위주체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요구됨을 주장하며 OECD 보고서를 비롯하여 관련 최신 이론과 문헌을 고찰하였다. 이와 더불어 어린이의 놀이 그 자체가 행위주체성으로 어린이는 행위주체적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고 여전히 갖고 있으며 놀이라는 특정 맥락 속에서 참여, 모험, 실험과 반복을 포함하는 행위를 통해 그것을 발현시키고, 경험하고 체화시키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행위주체성이란 늘 관찰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행동, 신념, 생각 등으로, 혹은 잠시 시간을 멈추고 귀기울여 관찰하면 눈빛으로, 움직임으로, 표정으로 드러난다. 유아교사가 교육적 노력을 통해 학습자의 행위주체성을 목격하고 이를 지원하려면 어린이와 공동구성자이자 파트너십으로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지원하는 교육환경을 마련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일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학습자의 행위주체성은 맥락적이고 공동으로 구성되므로 관계 속에서 강화 혹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습자 개인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학습자와 질 높은 민주적 관계를 맺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References

 

• Biesta, G., & Tedder, M. (2006). How is agency possible? Towards an ecological understanding of agency-as-achievement. Learning Lives: Learning, Identity, and Agency in the Life Course. Working Paper Five, Exeter: Teaching and Learning Research Programme.
• Blaschke, L. M., Bozkurt, A., & Cormier, D. (2021). Learner Agency and the Learner-Centred Theories for Online Networked Learning and Learning Ecologies. In S. Hase & L. M. Blaschke (Eds.), Unleashing the Power of Learner Agency. EdTech Books.
• Chatti, M. A., Jarke, M., & Quix, C. (2010). Connectivism: The network metaphor of learning. International Journal of Learning Technology, 5(1), 80-99.
• Collins, J., & Raymond, L. (2021). Where I find myself & who I find myself with. Connect 247 12-17.
• Downes, S. (2012). Connectivism and connective knowledge: Essays on meaning and learning networks. https://edtechbooks.org/-kpRv
• Gao, X (2021, December 10). An Introduction to Learner Agency. Oxford University Press ELT.
• Margarit, V. (2021). Transformative Teaching and Heutagogy. In S. Hase & L. M. Blaschke (Eds.), Unleashing the Power of Learner Agency. EdTech Books.
• McGregor, D. & Frodsham, S. (2022). Capturing the Nature of Teacher and Learner Agency. Demonstrating Creativity: Ethical Issues and Resolutions. Educ. Sci. 12, 394.
• Zosh, J. M., Hopkins, E. J., Jensen, H., Liu, C., Neale, D., Hirsh-Pasek, K., Solis, S. L., & Whitebread (2017). Learning through play: a review of the evidence (white paper). The LEGO Foundation, DK.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0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