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파랑새’의 새로운 입소를 맞이하며

by gyobasaNPO | 2023-02-14 14:59

“어쩌면 아이들보다 내 자신이 그런 낙인감에 더 짓눌려 간판조차 달 엄두를 내지 못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 “그렇게 낙인감은 아주 서서히 아주 조금씩 씻겨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본문 발췌)                                       

 

 

1. 파랑새의 입소 대기

 

전국적으로 저출산 현상이 너무도 심각해 우려를 넘어설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서울에서 학교가 폐교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지방은 소멸을 현실적으로 논할 지경에 이르고 보니 근심과 우려가 날로 깊어만 간다. 아동이 없다면 지역아동센터는 미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도 이 광속열차의 바퀴를 멈출 수는 없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 중 파랑새에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센터 입소를 기다리는 대기 아동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동들의 입소 문제로 많은 곳에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기에 이런 것이 고민이라고 입도 벙긋할 수 없다. 자칫 말을 잘못하면 어려운 현실을 모르고 잘난 척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런 일로 그저 좋지만은 않은 상황도 있음을 조금은 나누어보고 싶은 마음에 그 일을 열어본다.

 

파랑새는 공부방으로 시작한 전형적인 지역아동센터이다. 센터의 외부에는 늘 그랬듯 간판조차 설치해놓지 않아 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가끔 곤혹스러웠다는 이야기를 간간이 듣곤 한다. 인근 주민들로부터도 가까운 곳에 이런 시설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지금은 그렇긴 하지만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지역아동센터는 보잘것없는 곳으로 어디 갈 데 없는 아이들이나 다니는 곳’ 같은 인식이 꽤나 강했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내 자신이 그런 낙인감에 더 짓눌려 간판조차 달 엄두를 내지 못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 지역아동센터였으므로 늘 아동 입소가 큰 문제가 되곤 하였다. 지역아동센터는 이용 아동이 30명을 넘어야 3명의 교사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해 초 30명의 아동으로 순탄한 시작을 했는데, 갑자기 한 명의 아동이 이사를 가는 일이 생겼다. 새로운 아동이 3개월 안에 들어와 주어야 정원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지침인데, 단 한 명의 아동도 입소가 되지 않아 결국은 교사 1명의 인건비 보조금은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무리 고민을 해도 중간에 교사를 나가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아 결국 그해는 센터의 후원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며 한 해를 보냈다. 어쨌든 아동 1명의 입소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암울함과 무능감은 오래 지워지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불과 몇 년 만에 대기 아동들이 몰리고, 6세, 7세의 미취학 아동들이 미리 입소 신청을 해놓는 일까지 벌어지니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무슨 일일까 싶어 얼떨떨하기만 하다.

 

 

2. 입소를 둘러싼 갈등

 

사실 그동안도 대기 아동이 영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있어본 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그동안 아동 입소는 별 고민 없이 대부분 돌봄을 원하는 아동이 나타나면 순차적으로 입소를 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곤 하였다. 다만 너무 집이 멀어 버스를 한참 타고 와야 하는 경우가 있거나, 아동의 장애가 너무 심하여 도저히 센터에서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하는 아동들 대부분 센터를 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지체장애가 있거나 중등도 자폐 등의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들도 있었던 것처럼 어느 정도의 상황은 모두 감내하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앞서 말한 대로 정말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아동들 모두가 파랑새를 이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아동들의 입소가 늘 어려운 문제였음을 반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동들이 모두 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겨우겨우 정원을 유지해가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급한 마음에 내린 결정에는 맹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또 한편에서는 그런 아동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역효과를 내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누가 다니고 있는 센터’가 되어버리는 효과가 생기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도 센터를 믿고 의지해 주는 부모님과 아이들이 고마워 그런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상황이 변해가기 시작한 것은 다양한 이유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역의 부동산 가격도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또 한편에서는 저학년 때는 단순히 돌봄이 필요해서 센터를 찾았던 아동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교에서 생활을 잘 하는 학생이 되는 경우가 간혹 생기기도 하였다. 그래서 ‘누가 다니고 있는 센터’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런 효과의 여파로 어느 날 아동 스스로가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자신은 꼭 이 센터에 다니고 싶으니 허락을 해달라고 조르는 일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친구들과 센터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아동들은 학교에서 센터 생활에 대해 자랑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일들이 쌓여 가면서 센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져 가기 시작하였다. 우리 반 친구들이 파랑새에 오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센터의 구성원들 모두가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였다. 그렇게 낙인감은 아주 서서히 아주 조금씩 씻겨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일들이 격려가 되어 토요일까지 더 열심히 센터를 운영하였다. 그런 노력은 또한 가정에 도움이 되어 부모님들도 인근 지인들에게 센터를 알리는 데 열성을 보이게 되셨다. 센터에 중국 동포들의 자녀가 많이 다니게 된 것은 그런 부모님들의 열정적인 홍보에 힘입은 바 크다. 아이들이 서로의 어머니를 ‘이모’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이웃들이 센터에 함께 입소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어떤 부모님들은 지인의 아이가 센터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달라 조용히 소개를 하는 것에서 그치기도 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분들은 센터 인근으로 기어코 지인을 이사 오도록 하는 과도한 열의를 보이시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들어온 아동이 센터를 잘 다니면 모르겠으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어 그런 소개는 늘 부담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일들이 낯선 사회에서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다른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덜 겪게 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배려라는 것을 모르지 않기에 그 배려의 깊은 뜻을 잘 헤아리려 센터에서도 노력을 기울인다.

 

초등학교 입학 전 졸업생들이 먼저 센터를 퇴소하면 이제 또 새로운 아동들의 입소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졸업생은 불과 다섯 명에 불과한데 입소 대기자는 벌써 그 서너 배에 달하는 지경이다. 입소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센터의 교사들은 회의를 갖고 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사업안내 지침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그리고 일일이 대기 가정에 전화를 걸어 ‘우선돌봄’ 자격으로 먼저 센터에 입소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아동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부터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대기 아동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아동들이 많이 몰릴 줄 몰라 간단하게 보호자의 연락처와 아동의 이름과 학교, 학년 정도만을 적어놓았던 것이 일을 그만 이렇게 키우게 된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들이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내에서 아동들의 입소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때로는 근처의 이웃들이 함께 센터를 다니게 되기도 하고, 또 아이 돌봄의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는 보호자들은 중요한 정보를 나누는데 아낌이 없을 때도 많다. 그래서인지 입소과정에서 “지금 다른 집에서는 입소 전화를 받고 있다고 소식을 들었는데, 왜 우리 집에는 전화가 안 오는가요?”라는 문의와 항의가 섞인 전화를 받기도 하였다. 그런 전화를 받고 보니 교사들이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한 모양이다. “저희가 복지부에서 우선돌봄 아동으로 정한 아동이 있어 먼저 입소를 하도록 안내하고 있거든요… 혹시 어머님댁 가정이…”하면서 우선돌봄 아동 자격을 하나씩 여쭈어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혹시 보호자가 센터 입소가 너무 까다롭게 느껴져 아예 입소 자체를 포기할까 봐 초조한 마음에 간간이 참견하는 소리를 한다. 그러면 또 통화를 마치고 난 선생님은 울상을 지으며 “우선돌봄 아동이 아니라 안된다고 했더니, 누구네 집은 우리랑 똑같은 상황인데 그 집 아이는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왜 못 다니냐고 항의를 받았다”며 무서워서 전화를 못 하겠다고 울상을 짓는다. 물론 이것은 대도시인 서울만의 특별한 상황일 수 있고, 그것도 또한 중국 동포들이 많이 모이는 구로동의 한구석에서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인 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을 고민거리라고 주절거리는 게 얼마나 꼴불견일 수 있는지는 더욱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도 주목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던 지역아동센터 입장에서는 이런 항의를 받는다는 것이 한편에서는 너무 생경하고 한편에서는 우리가 뭐라고 이러는가 싶어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3. 고맙고 미안한 마음

 

그렇게 새롭게 파랑새를 다니게 될 아동들 다섯 명이 결정되었다. 이들 모두가 우선돌봄 아동은 아니고 소위 일반 아동이라고 하는 맞벌이 가정의 아동들도 있다. 이들은 구청에 입소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입소 승인이 되어야 비로소 파랑새의 아동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아직 끝이 난 게 아니다.

 

새롭게 들어올 아동들 중에는 초등학교 교사의 자녀도 있다. 또한 인근 센터의 종사자를 부모로 둔 아동도 있다. 모두가 만만치 않은 보호자들일 것만 같은 생각에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이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한편으로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뒤로 아직 많은 아이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태권소녀’라 부르던 아이도 있다. 아래층의 태권도장에 다니던 여학생으로 자신이 직접 와서 대기 신청을 하였고,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센터를 방문하여 자기 차례가 아직 오지 않았는지 확인을 하고 가기도 했던 아이다. 그런 정성이 고마워서 ‘태권소녀’는 꼭 입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입소 절차를 담당했던 선생님은 난색을 표하셨다. 아이가 너무도 간절히 원한다면서 전화를 걸어온 부모님에게는 올해부터 학교 돌봄도 늦은 시각까지 고학년도 받아주니 꼭 학교 돌봄에도 신청을 해두시라 말씀을 드려놓았다. 아마 태권소녀는 학교 돌봄을 다니게 될 것이다. 그 고마운 아이들이 어디에서든 모두 무사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빌어본다. 고마운 인연의 손을 내밀어 주었지만 너무도 작은 파랑새의 품으론 그들 모두를 맞이할 수 없었다. 그저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런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올 한 해도 열심히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야겠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21erick.org/column/9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