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 ‘2028 대입제도’]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어디로 가고 있는가?

by gyobasaNPO | 2022-09-20 15:28

[기획칼럼 – ‘2028 대입제도’]
이 기획칼럼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다루며, 격주로 연재합니다. 구태에 갇힌 ‘개편’ 담론을 비판하고, 새로운 공론의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교육을 ‘술책의 게임’으로 전락시켜 온 대입제도를 되짚으며, 학교와 교육의 의미도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요약]

교육부가 대입제도를 개편한다고 운을 뗀 지 3년이 지났지만, ‘미래형’으로 만들겠다는 공허한 공언만 거듭해왔을 뿐, 일을 진척시키지도 못했고, ‘미래’ 윤곽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다. 수능 과목을 재편하고 문제 유형도 바꾸어야 한다거나, 내신성적 기록 방식도 새롭게 정해야 한다는 등, 뻔하고 진부한 예상이나 제안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개편 움직임은 ‘조령모개’의 전철을 밟기 시작했다. 공론을 새롭게 시작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논의해 가야 할까?

 

 

‘개편’ 운을 뗀 지 3년

 

3년 전, 대입을 통한 ‘계층 대물림’ 논란이 격화되던 때(2019년 9월 30일), 교육부장관은 교육부 출입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 교육에 부합하는 형태로 2028학년도를 목표로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전 세계가 미래인재 양성에 들어갔는데 한국의 교육만 과거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교육과정에서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에 집중할 텐데 오지선다형 수능은 이것과 맞지 않다. 미래 교육과정에 맞는 평가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한다면 수능 문제 유형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듬해 3월 2일에 나온 ‘2020년도 교육부 업무계획’에서는 “미래 교육환경 및 정책 변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2022 교육과정’ 및 ‘미래형 수능 및 대입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고 명시했다. 이런 계획은 한 해 지나서(2021년 2월 17일) 발표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도 복사하듯 삽입했다. ‘성장중심 평가체제’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 아래 ‘미래형 대입’이란 항목을 포함시키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등 새로운 교육제도를 반영한 미래형 수능 및 대입 방향(’28학년도 대입 적용) 논의 착수”라고 부연하였다.

 

아홉 달 지나(2021년 11월 24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교육부장관은 여전히 대입 개편 계획을 강조했다.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교육과정이 바뀌면 당연히 평가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대입에 반영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조금 구체적으로, “지금처럼 한 번의 시험을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가 지속되지는 않는다”고도 하면서, 요컨대, “자신의 선택과 관심, 흥미에 맞춘 교육과정을 통해 성장한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해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미래형 대입제도로 개편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계획은 지난 5월 바뀐 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82번 과제’로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 (교육부)”이 들어 있다. 이 과제의 첫 항목이 “대입제도 개편”으로, 거기에 “미래 교육 수요와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대입제도 개편(~’24.2)”이란 설명을 붙이고 있다.

 

지난 8월 30일, 교육부는 드디어 대입제도 개편 움직임을 공식화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대입정책자문회의’를 구성하고, 이날 첫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자문회의 의장은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형 대입제도를 구상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적어도 정부의 공식적인 발언만 놓고 보면, 운 뗀 지 3년이지만, 대입제도 개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척된 얘기는 없다. 언어들은 여전히 공허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반영, 대폭 개편?

 

그동안 교육부장관이 대입 개편 발언에 잔뜩 힘주었던 일들이나 교육부의 대입 관련 발표 자료들에 박혀있는 볼드체 조어들만 놓고 보면,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은 꽤 큰 폭과 깊이로 이루어질 듯하다. 그런 기미를 굳이 읽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번 개편은 교육과정의 개정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어서, ‘개정’이 과격할 만큼 대입 개편도 과격해질 터이다.

 

아직 교과과정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총론’의 시안과 교육부 홍보자료만 살펴보아도, 학생들이 이수하게 되는 교육과정의 변화는 작지 않을 듯하다. 이를테면, 2022 개정(2025학년도부터 일반 고등학교에도 적용될) 교육과정은 “미래 핵심역량을 키우는” “개별 성장 맞춤형 교육과정”이 될 것이고, 교과들은 총론의 취지에 일관되도록 “역량 함양 교과 교육과정”으로 구성하게 될 것이란다(총론과 교과과정 개발이 유리되었던 과거 개정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관성을 확보할 조치도 이미 취했다고 한다). 교육과정의 실제 적용은 “미래형 교육 학습·방법과 평가체제[를] 구축”해서(평가와 관련해서는 “성장 중심 평가체제”를 구축해서) 뒷받침하게 될 것이며, 그래서 불가피하게 “미래형 평가-대입제도 개편”이 추진되리라는 것도 밝혀져 있다.

 

문서의 용어들이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위와 같은 문면만 보고는 교육과정이나 평가(그리고 대입제도)의 모습이 실지로 어떻게 드러날지 짐작하기는 아직도 어렵다. 그래도 그동안 교육부가 공공연히 내비쳐 온 포부를 톤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교육과정이나 평가 그리고 대입제도가 소소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교육부는(정책 결정에 참여한 학자들까지도)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예전과 달리 매우 신중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져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작 단계부터 현장 교원과 학생·학부모, 시·도교육청 관계자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과 국민 의견을 수렴하며” “국민과 함께” 작업해 왔을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이수 체제라고 할 ‘고교학점제’의 경우, “2018년 시작으로 10년에 걸쳐 완성”하게 된다고 말한다. 교육과정이나 관련 제도가 도입 시행되는 과정에서 이미 자체 검증될 듯이 자부해 왔다.

 

정부의 공언대로, 교육과정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확고하고 학교나 교육계도 너끈히 동의한다면, 그리고 시행과정에서 탄탄하게 보완되면서 가치가 검증되기까지 한다면, 대입제도가 그 연장선에서 조응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는 데 별 잡음이 없을 것이다. 교육과정 변화가 클 만큼 대입제도 개편 폭도 따라서 클 수 있다.

 

대입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을까? 장담할 만큼 예상하기에는 물론 아직 이르다. 개편의 단서들로 지금은 분명하게 드러난 게 없다. 그러나 앞에서 성기게나마 살펴보았듯이, 정부가 그동안 구사해 온 용어나 그 용어들에 함축된 정부 주변의 통념에 비추어, 적어도 ‘논리적인’ 예상은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내놓았던 취지나 정당화 논리를 잘 음미해보면, 그것들에 일관되는 대입제도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추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미래형’ 대입제도?

 

교육과정 개정을 얘기할 때나 대입제도 개편을 얘기할 때나, 정부도 참여 학자들도, 서로 약속한 듯이 거듭 반복하여 선택하고 있는 공분모 용어는 ‘미래’ 또는 ‘미래 교육’이다. 개정이든 개편이든 모든 교육정책 행위는 “미래 교육”을 추구해야 하는 것으로, “미래 교육 수요와 사회 변화를 반영”해야 하고, “미래 핵심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해왔다. 정책 작업에서도 실지로 모든 제도와 실천이 “미래형”이 되도록 방안을 마련해 왔다고 얘기하고, 또 마련해 갈 것이라고 얘기해 왔다. 학교에서의 평가나 대입제도 개편을 특정해서는 “미래형 평가”니 “미래형 대입제도”니 하는 등록상표 같은 조어를 적용했다.

 

‘교육’이나 ‘역량’ 그리고 제도나 교육 실천을 ‘미래’라고 수식할 때, 도대체 거기에 무슨 뜻을 담았을까? 대통령, 국회의원, 법관, 장관, 관료, 학자, 시민단체 지도자, 학생, 학부모 등 수많은 사람이, ‘미래’라는 낱말을 누구나 똑같은 뜻으로 받아들이리라고 믿는다는 듯이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그 말뜻이 조어 안에서 그렇게 명백하지도 않고, 정책 이야기들 속에 공유되는 정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래’를 거론하는 맥락을 살펴보면, 교육정책을 두고만 살펴보아도, 어지럽도록 다양하고 임의적이다.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 “지구 생태계나 현대문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인구가 급감하고 ‘지역’이 소멸할 것이다.” “국제 경쟁력이 AI 학습과 AI 인재 양성에 달렸다.”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키워야 한다.” 미래를 특징짓는 예를 나열하려면 한이 없다. 이 모든 맥락에 들어 있는 뜻의 정수(精髓)가, 교육이나 대입제도를 형용하는 데 쓰인 ‘미래’니 ‘미래형’이니 하는 낱말에 들어 있다는 뜻일까? 그 모든 맥락에서 ‘미래’는 일관된 뜻을 담고 있기는 한가? 물론, 아닐 것이다.

 

정부나 그 주변에서 흔히 쓰고 있는 ‘미래’라는 말은 간판 표지에 가까워 보인다. 그럴듯하게 보이고 이목을 끌려고 쓰는 것일 뿐, 그래서 그 말을 내거는 사람에게는 유의미할지 모르지만, 수식되는 정책과 제도를 설명해주는 바는 거의 없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도, 공론에서 유용할 만큼 그 말뜻이 잘 다듬어질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이런 종류의 말에 대해서는, 한때 그런 말을 함께 쓰면서 특정한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암암리에(자신들도 모르게) 그 뜻을 구성해가게 된다. ‘미래형 대입제도’의 뜻을 짐작해 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이나 대입제도에 대해 발언하는 사람들이 ‘미래’의 정의(定義)를 어떻게 전제하고 있는지 분석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대입제도와 그것에 맞물린 교육과정 이야기로 범위를 좁혀서 ‘미래’가(‘미래 교육’이) 어떤 뜻으로 쓰이고 있는지 조사해 보면, 서로 중첩되지만, 네 가지 부류로 정리할 수 있다. 정부 쪽에서 나온 발언이나 문서에 들어있는 문구들을 각각의 맥락에 비추어 뜻을 짐작하면서 모으고, 그것들로 조각보 만들듯 정리해 보는 것이다. ‘미래’가 방향성을 지니는 만큼, 언사들이 모두 당위적이다.

 

첫째, “미래 교육”은 “학생 맞춤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불확실성”의 미래 사회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잘 판단하며 삶의 여정을 이어가야 할 것이며, 그럴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개별 성장”에 맞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성장중심 평가체제”로 그런 과정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거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고,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에 집중해야” 하며,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정보를” “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는 미래를 위해서는 “디지털·AI 소양 함양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는 데 “정보 교과”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가 동원되어야 한다.

 

넷째,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오지선다형 수능은 맞지 않다.” “지금처럼 한 번의 시험을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가 지속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등 역량 함양을 위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말이 되도록 애써 정리해 보기는 했지만, 사실 교육부에서 하는 미래 교육 이야기가 총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짜여 있지는 않다. 교육부의 발언이나 문서들은 대부분 뜻이 모호한 나름의 조어들을 그럴듯한 수사와 조사로 엮어 ‘개조식으로’ 열거하는 데 그쳐 있다. 그 뜻을 해독하는 것은 독자(청자)의 주관과 이해력에 달렸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교육부의 미래 교육 이야기에 담긴 ‘2028 대입제도’를 추론해보는 것은, 여전히 주관적이고 모호한 이야기를 덧붙이는 일에 지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조금이라도 나은 제도 논의를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 볼 도리밖에 없다.

 

 

‘미래’는 어느 쪽?

 

‘2028 대입제도’를 수식하면서 사용한 “미래형”이라는 낱말에 교육부는 어떤 뜻을 담았을까? 앞에서 네 가지로 정리해 보았던 ‘미래’ 또는 ‘미래 교육’이라는 말의 윤곽만 가지고는 짐작할 수 있는 게 너무 어렴풋하다. 그렇지만 교육부에서 나온 이야기에 때때로 토막 져 있긴 하지만 매우 구체적인 단서가 들어 있기도 하다. 조금 더 넓게 살펴보면, 교육부 계획과 연계해서 이루어진 연구나 논의들 또한 구체적인 대안이나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찾아볼 수 있었던 단서들이나 제안들이 앞으로 2028 대입제도가 성안되어 가는 과정에서 현재 뜻 그대로 유효하리라는 보장은 물론 없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는 정부나 기관 또는 개인들이, 적어도 현재 어떤 윤곽으로 2028 대입제도를 그리고 있는지, 그래서 ‘미래형’이란 애매한 수식어를 어떤 뜻으로 쓰고 있는지,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자료들이 시사하는 바가, 물론, 모두 서로 조화롭거나 일관되지는 않는다. ‘미래’에 대해서도 ‘대입제도’에 대해서도, 그것들은 서로 생각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그 차이들을 비교하고 다듬으면서 공분모를 찾는 작업은 미루어 두자. 현재 상태에서 “미래형 대입제도”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고 있는지 우선 전반적으로 정리해보는 게 필요하겠다. 어떤 모습(비전)을(암묵적이라 하더라도) 염두에 두고 “미래형 대입제도”를 이야기하고 대안들을 구상하고 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모든 내용이나 갈래대로 확인하면서, 다가오는 제도 윤곽을 짚어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렇게 살필 때, ‘미래형’의 윤곽은 크게 세 방향으로 그려진다.

 

첫째, ‘미래’에도 기존 대입제도 틀은 유지된다고들 전제한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이 핵심적인 전형자료라는 전제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고, 수시와 정시라는 전형 시기도 대체로 지금대로 유지될 것으로 받아들인다. ‘미래형’이라지만 ‘현재’의 틀은 그대로 가지고 간다.

 

둘째, 당연한 얘기지만, ‘미래형 대입제도’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때 ‘반영’은 학생부와 수능 모두에 변화를 주리라고 본다. 학생부에 대해서는 교과별로(또는 교과군별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가운데 어떤 양식이 적용될지가 관건이 되는 반영을 이야기하고, 수능에 대해서는 시험과목이 어떻게 구성될지, 그리고 ‘공통’(고등학교 1학년)과 ‘선택’(고등학교 2~3학년) 과정을 구분하는 시험 ‘이원화’가 이루어질지가 반영의 관건이라고 본다. 실지로 어떤 ‘반영’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전형 양식이나 시기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수능의 ‘자격고사화’, ‘대학별고사 부활’, ‘수능Ⅰ과 수능Ⅱ’, ‘통합전형’과 같은 말들이 오르내린다.

 

셋째, 평가방식이나 ‘문제 유형’이 ‘발전’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기대이고 요구이다. 수능은 ‘오지선다형’ 문제에서 벗어나야 하고, 표준적(획일적)이고 경쟁 기반인 ‘상대평가’보다 ‘학생 맞춤형’이고 ‘성장중심’인 ‘절대평가’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미래 핵심역량’을 키우고 평가하기 위해서 그래야 하고, 학교 교육이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경쟁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 그래야 한다고들 한다. 이를테면, ‘서·논술형 수능’, ‘IB 도입’ 등을 거론하고, 내신(교과 성적) 기록을 ‘상대평가’ 양식에서 ‘절대평가’(또는 ‘성취평가’) 양식으로 바꾸어 가는 사안을 논란한다.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위와 같이 정리해보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책 논의가 궁극적으로 어떤 제도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는 아직도 묘연하다. 물론, 위에 나열된 용어나 문구들 가운데는 ‘미래’ 제도를 매우 구체적으로 시사하는 게 없지 않다. ‘서·논술형 수능’이니 ‘절대평가’니 하는 말들이 제도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려주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있을 수 있는 수많은 대안(어쩌면 구호) 가운데 하나이고 또 지극히 개별적이어서, 다른 대안들과 부딪쳐 과연 살아남을지는 끝까지 가 보아야 알게 된다.

 

대안이 구체적일수록 그것들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불안해진다. 그것들을 저울질하거나 다듬을 때 갖다 댈 ‘정의’(正義)의 준거에 따라 쉽게 날아가게 마련이다. 대입제도 역사를 잠깐만 되돌아보자. 대안들이(‘변별력 있는 수능’, ‘학생부종합전형’ 등) 같은 이름 아래에서도, 그리고 ‘공정성’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저울질 되더라도, 때로는 채택되고 때로는 배제되지 않았던가.

 

2028 대입제도 개편의 길이 아직도 오리무중인 것이 답답한 노릇이기는 하지만, 의논을 잘하면 아직도 제 방향을 찾을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일 수도 있다. 교육부가 2024년 2월에는 확정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으니, 의논할 시간이 길게 남아 있진 않다. 그렇지만 예년에 주어졌던 시간에 비하면 짧은 것도 아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논의해가야 할까?

 

 


송구스럽지만 글을 질문으로 마쳤습니다. 난이 허용되는 대로 글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소재가 연재까지 하며 다룰 만하지 않아 보이기도 하겠습니다마는, 대입제도가 교육과 우리 삶을 두루 흔드는 만큼, 좀 더 넓고 깊게 짚어볼 심산입니다. 대입제도가 거창하게 개편될 듯이 얘기하고들 있지만 그렇게 되기 어려울 듯하고, 개편이 바람직하게 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물론, 제 예상이 빗나가서 개편이 바람직해지길 바라는 시도입니다. 왜 비관하냐면, 우리가 학교와 교육을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그 이유를 해명하겠고, 교육과 학교에 대해 생각을 가다듬으면 ‘개편’ 문제를 이제까지와 달리 보게 되고, 대안도 이제까지와 다른 방향에서 찾게 되리라는 점을 보이고자 합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21erick.org/column/8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