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법외노조재판의 회고와 전망 -박근혜와 양승태, 김명수와 민중기의 엇갈린 운명-

by slowalk | 2018-07-05 10:51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원세훈 대선개입 선거법 위반 사건과 함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거래 의혹 사건 중 가장 개연성이 높은 사건이다. 둘 다 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관심 재판이었으며 청와대와 흥정 방안을 기획한 법원행정처의 대외비문건이 공개됐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안의 경우 놀랍게도 거기서 기획한 대로, 2심 재판장이 교체됐고 대법원이 가처분결정을 파기, 환송했다. 주심대법관 고영한은 한 달 뒤 양승태 사법부의 법원행정처장으로 발탁돼 17년 5월 사법파동의 와중에서 사퇴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을 둘러싼 사법 과정에서 고영한 대법관만 도드라진 건 아니다. 뒤에서 알아보듯이 아주 괜찮은 법관들도 등장한다. 당시 서울고법의 민중기 부장판사와 김명수 부장판사가 그들이다.

 

 

사법부의 명암을 보여준 전교조법외노조관련 롤러코스터 판결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지금까지 무려 일곱 차례나 사법판단을 받았다. 법외노조통보처분의 취소를 구한 본안판결에서는 전교조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반면 본안판결이 날 때까지 법외노조통보처분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에서는 1심과 2심 승소(인용), 대법원 패소(파기환송), 다시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승소(인용)를 기록했다. 그 사이 헌법재판소는 해직교사의 조합원자격 금지를 규정한 교원노조법을 8대1로 합헌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전교조는 효력정지가처분 관련 3승1패, 본안판결 2패, 위헌소송 1패를 경험했다. 그때마다 전교조의 법적지위는 법내노조와 법외노조를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 과정은 한국사법부의 추악한 민낯과 희망의 단면을 함께 보여준다.

 

전교조는 2심 패소로 지금도 법외노조 상태에서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심 판결로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됐으므로 서두르지 않았다. 반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아직 대법관들이 충분히 교체되지 않은 탓에 서두르지 못한다. 대법원이 일부러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 이상 오는 8월초 대법관 3인이 교체된 후 상당기간이 흘러야만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전교조는 그때까지 법외노조로서 출혈을 계속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권의 표적탄압을 받아 무려 5년이나 온갖 불이익과 피해를 입었으니 이제 문재인 정부가 하루바삐 직권취소를 결단하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전교조는 현재 이 문제를 놓고 격돌 중이다.

 

 

박근혜 정권,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다

 

박근혜 정권은 2013년 2월 25일 출범 직후부터 눈엣가시 전교조 와해공작에 돌입한다. 12년 12월 대선기간 중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는 전교조를 앞산 소나무밭을 망쳐놓은 해충으로 비유하며 노골적인 적대감과 와해 의지를 드러냈었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고용노동부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전교조 탄압에 나선 건 예상된 수순이었다. 6만 조합원 중 해직교사 9인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빌미를 줬다. ‘교사가 아닌 자’가 조합원으로 있는 교원노조는 합법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교원노조법 제2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이었다. 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는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해온 전교조규약을 고수하기로 결정한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전교조는 당장 법외노조가 됐다. 노조전임자를 쓸 수 없고 사무실 제공 편의를 받을 수 없으며 조합비 원천공제를 못하게 됐다. 사용자인 교육부와 교육청에 단체교섭을 강제할 권리를 잃었다. 설령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합의해도 그 합의는 단체협약의 효력을 갖지 못한다. 나아가서 노동위원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제소권도 갖지 못한다. 전교조 본부와 지부의 지도부(노조전임자)들은 학교복귀를 거부하고 해직을 선택했다. 창립 당시의 1천 500여 명 해직 사태에 이어 두 번째 대량 해직 사태가 발생했다. 전교조 역사에서 두 번째 되풀이된 법외노조 고난의 행군은 아직도 계속 중이다.

 

 

1심 재판의 진행과 박근혜 청와대의 주시

 

전교조는 행정법원에 법외노조통보 취소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다. 1심 재판부는 13년 11월 13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다. 법외노조통보에 따른 후속조치가 진행될 경우 설령 1심 재판에서 전교조가 승소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이로써 전교조는 딱 20일 만에 합법노조 지위를 회복한다. 가처분인용결정문에서 본안판결 승소기대감을 한껏 높인 1심재판부는 뜻밖에도 14년 6월 19일 전교조에 패배를 안긴다. 이로써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가 된다.

 

청와대는 1심 재판을 눈여겨 살펴보고 있었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의 6월 15일자 메모(“6/19 재판 중요. 승소 시 강력한 집행”)가 그 증거다. 판결 이틀 전인 6월 17일 메모에는 “전교조 판결 이후 대응방안 논의-수석, 교육부차관 등”이라고 적혀있다. 재판부가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는 판결내용을 청와대가 미리 알고 있었기에 이런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는 청와대가 미리 판결내용을 알아낸 걸 넘어서 법원행정처를 통해 판결 자체에 입김을 불어넣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행태를 볼 때 양승태 대법원장이 출범 1년을 막 넘긴 막강 청와대의 최고 관심 재판을 손 놓고 지켜만 봤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1심재판부가 보여준 가처분인용 결정이유와 통보취소 기각이유의 간극도 이렇게 보면 쉽게 설명가능하다.

 

 

2심 재판과 박근혜 청와대의 반발

 

다시 법외노조 신세가 된 전교조는 당연히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며 2심재판부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다. 14년 9월 2심재판부(민중기 부장판사)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전교조는 3개월 만에 다시 합법노조로 편입된다. 이때 2심재판부는 단순히 가처분신청만 인용한 게 아니라 재판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 현직교사만을 조합원으로 인정한 교원노조법 제2조가 위헌소지가 높다는 판단 아래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구한 것이다.

 

김영한 비망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2심재판부의 가처분인용결정에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며 즉각 소송으로 다투라고 노동부에 지시한다. 같은 날 노동부는 2심법원의 가처분인용결정을 다투기 위해 대법원에 소장(재항고장)을 제출한다. 이렇게 해서 공이 졸지에 헌재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법원이 헌재보다 먼저 판결하지 못한다. 만약 헌재가 교원노조법 제2조를 위헌으로 결정하면 그날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둘러싼 모든 법적 분쟁이 전교조의 완승으로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도 가처분인용결정의 파기 여부를 헌재결정 이후에 결정할 수밖에 없다. 위헌법률심판기간에는 본안재판 진행도 당연히 정지되므로 이해당사자 모두는 헌재의 판단을 목을 빼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기획

 

서울고법의 가처분인용 탓에 청와대가 극도로 불쾌해하는 기색을 읽은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에 올라온 효력정지가처분 재항고사건을 어떤 시점에 어떤 내용으로 결정해야 청와대의 심기를 일신해서 상고법원 추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한다. 온갖 시나리오를 검토한 후 14년 12월에 내린 결론은 대법원이 2심법원의 가처분인용결정을 가장 극적인 시점에 파기해야 청와대와 대법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으며, 눈엣가시 2심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를 자연스레 교체해야 한다는 것.

 

국기문란 성격의 결론에 이르는 분석과정에서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의 이익(전교조 와해)과 대법원의 이익(상고법원 도입)만 저울에 올려놓고 달아볼 뿐 전교조 조합원 6만 명의 노동인권은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대외비보고문건에서 법원행정처가 기획한대로 양승태 대법원장은 민중기 부장판사를 15년 2월 정기인사 때 슬그머니 전보하고 그 자리에 이른바 ‘양승태 키드’(황병하 부장판사)를  앉힌다. 이로써 법원행정처는 2심 본안판결에서 돌발변수가 나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준비를 마친다.

 

 

헌재의 합헌판결과 대법원의 효력정지가처분 파기환송

 

15년 5월 헌법재판소는 드디어 8대1의 압도적 표차로 교원노조법 제2조에 합헌성의 날개를 달아준다. 김이수 재판관을 뺀 재판관 전원이 반 전교조 정서에 편승해서 합헌 의견에 손을 들었지만 이들도 8대1 합헌결정을 다소 우악스럽게 여겼던 모양이다. 현직교사만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교원노조법이 합헌이라고 해서 행정당국이 해직교사의 규모나 적법절차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노조 아님을 통보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토를 달았다.

 

헌재는 행정당국의 합리적 지침 마련과 적용을 독려하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써 향후 쏟아질 비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나름의 안전판을 마련한 것으로 이해된다. 거꾸로 이런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다수의견이 8표를 모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도 싶다. 노동인권의 중요성과 과잉금지원칙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아무리 이명박근혜 정권이 구성한 보수일변도 헌재라지만 8대1 합헌결정은 몹시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합헌결정이 난지 한 달 만인 15년 6월 대법원(주심대법관 고병한)은 민중기 2심재판부의 가처분인용결정을 파기하고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다. 이유인즉, 민중기 2심재판부는 위헌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인용했는바 헌재결정이 합헌으로 났으므로 가처분인용결정도 파기하지 않을 수 없고, 위헌소지가 높다는 판단은 가처분을 인용할 법리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 이날로 전교조는 9개월 만에 세 번째로 다시 법외노조가 된다.

 

 

파기환송심의 효력정지가처분, 2심의 법외노조 옹호판결

 

다른 한편 가처분인용결정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의 다른 재판부(김명수 부장판사)에 떨어진다. 여기서 놀랄만한 일이 벌어진다. 가처분사건을 새로 맡은 2심재판부는 15년 11월, 당장 가처분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본안판결 시점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다시 전교조의 법외노조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한다. 헌재의 판단기준에 따르더라도 노동부가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본안판결이 내려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전교조는 5개월 만에 다시 법내노조 지위를 획득한다. 대법원은 가처분신청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말라는 취지로 서울고법의 가처분을 파기, 환송했기 때문에 법원행정처는 김명수 재판장의 가처분 재인용을 대법원의 뜻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1급 조직위해행위로 보고 응징의 칼을 갈았을 게 틀림없다.

 

김명수 재판부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의 법내노조 지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2개월이 지난 16년 1월 26일, 서울고법의 황병하 재판부가 노동부의 손을 들어주며 전교조의 법외노조통보취소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담당재판장을 황병하 부장판사로 교체할 때부터 예정된 결과였다. 전교조는 이로써 1심과 2심 모두 본안판결에서 패소했으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둘 다 법원행정처가 총대를 메고 만들어낸 청와대 판매용 주문판결에 가깝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전교조가 재판거래 스캔들의 최대 피해자로 떠오른 이유다.

 

 

김명수 고법부장과 민중기 고법부장의 극적 변신

 

전교조는 16년 2월 1일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지금까지도 대법원은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2년 5개월 사이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효력정지 가처분을 재인용한 김명수 고법부장판사는 춘천지방법원장을 거쳐 17년 8월 대법원장이 됐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중간에 교체된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18년 2월 전국의 법원 중 판사수가 제일 많고 제일 중한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됐다. 물론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작품이다. 반면 박근혜는 벌써부터 교도소에 가있고 양승태, 고영한, 임종헌 등도 머지않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모두 촛불시민혁명 덕분이다. 박근혜가 임기를 1년 남기고 탄핵되는 바람에 문재인 정권이 운 좋게 대법원장 임명 기회를 갖게 된 결과다. 그렇다 해도 이만한 역사의 반전극은 드물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적극 수사한 죄로 고검검사 등 한직을 떠돌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직 상승한 윤석열 스토리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판사블랙리스트의 맨 위에 올랐던 ‘불온판사’ 리더들이었다. 이들이 지금은 양승태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적폐 청산에 앞장서는 사법부 최고리더들로 변신했다. 역사의 반전이자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사법부의 희망 단면: 김명수들과 민중기들이 자란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스캔들은 특권의식에 물든 법원행정처의 엘리트 법관들이 일반 공무원보다도 훨씬 거리낌 없이 불법행위(판결장사)를 기획하고 흥정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에 찌든 법원행정처의 소수 권력지향 판사들을 한국판사의 전형으로 보고 지레 절망하거나 판사집단 전체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와중에도 전국의 법원에는 기개 있고 강단 있는 판사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서울고법 김명수 부장판사와 민중기 부장판사가 그 생생한 증거였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아무리 타락했어도 이런 분들을 완전히 내치지는 못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아무리 장악력이 강해도 이런 분들이 곳곳에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분들이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같은, 법관들의 전문학습공동체를 만들어내며 활동해왔다는 점이다. 이분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의 길을 가는 대신 좋은 뜻을 가진 동료들과 끊임없이 공부하고 교우하며 서로 지적, 도덕적인 자극을 주고받았다. 그럼으로써 전문성에서 앞서가고 도덕성에서도 좀 더 깨어있을 수 있었다. 이분들이 결국엔 양승태들과 임종헌들보다 강하다.

 

지금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제도화되고 법원별 판사회의가 활성화되면서 사법부가 일반법관들의 민주자치조직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의도적으로 장악력을 내려놓으면서 법관독립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의 원칙과 기준을  법원별로 법관들의 집단자치로 결정함에 따라 소신과 철학이 있는 김명수, 민중기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고 사법행정의 공정성이 강화되고 있다. 사법농단처리과정에서 오류가 누적됨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미래에 희망을 걸게 되는 이유다.

 

 

법외노조사태 해법, 정치가 필요하다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통정하며 진행한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에서 숨은 진주, 김명수와 민중기 부장판사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전교조의 큰 행운이었다. 두 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처분을 인용해준 덕분에 전교조 교사들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권에 반대하는 일반시민들이 얼마나 안도하고 환호했으며 감동했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용기와 희망을 얻고 힘을 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와 달리 지금 김명수 대법원장의 존재는 전교조에게 당장은 불리하게 작동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1, 2심과 달리 김명수 대법원이 전교조의 손을 들어주리라는 건 분명하지 않은가. 전교조도 법외노조처분이 부당하다는 대법판결을 손에 쥐는 것만큼 확실한 명예회복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미 2년 반을 기다린 마당에 전교조가 조금 더 참고 대법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직권취소를 안 해준다고 문재인 청와대를 규탄하고 저항할 것까진 없지 않은가. 청와대의 속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교조의 입장은 다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확실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은 아직 불확실하다. 김명수 대법원이 공고하게 될 때까지는 대법판결을 서두르면 안 되는데 그러면 너무 늘어진다. 촛불정부가 들어선지 1년 넘게 지났고 표 득실을 따져야했던 지방선거도 끝났다. 더욱이 70%가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이 계속된다. 이런 호조건에서도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정치탄압조치를 직권취소하지 않는 건 너무나 정치셈법만 앞세우는 것 아닌가. 이미 선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세월호 기간제교사에 대한 순직처리 거부처분을 주무부처가 직권취소했던 게 좋은 예다. 순직처리거부사안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다를 게 없다.

 

정치적으로 풀지 않고 사법적으로 푸는 것이 같은 결과를 내면서도 순리적 해법이 될 거라 판단하는 청와대 입장이 이해 안 될 바는 아니지만 이 또한 정치적 판단이다. 애초에 전교조 탄압이라는 정치적 행위로 시작된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는 정치적으로 풀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처럼 직권취소 불가 입장을 밝힌 청와대와 직권취소 즉각 실시를 요구하는 전교조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나아가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전교조는 정권출범 후 1년여를 기다려 왔다. 그만큼 현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가졌었다. 지금은 그 신뢰의 불씨를 살려내 청와대와 전교조 모두 상처를 더 키우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청와대가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최대 피해자인 전교조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 특유의 공감과 위로, 격려의 언어가 필요하다. 특히 노동부를 아우르는 사회부총리이자 전교조의 교섭파트너인 교육부장관과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전국시도교육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촛불정부와 촛불교육감들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적폐를 청산하되 가장 아름답게 해내야 한다. 그래서 정치는 예술에 비견되는 것이다. 그런 정치를 보고 싶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21erick.org/column/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