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1-08-03 17:46
‘제대로 된 평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교대를 다니던 시절, ‘교육 평가’라는 과목을 공부하며 제대로 된 평가가 무엇인지, 어떠한 식으로 진행해야 하며, 어떤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한 학기를 할애해 배웠던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교사가 되고 수 년간 ‘제대로 된 평가’에 대한 고민과 시도 없이, 이미 익숙해진 ‘무난한 평가’만을 수행하던 내가 조금씩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은 대학원에서 마주한 한 수업 때문이었다. 대학원에서의 한 학기를 마치며 느낀 점은 ‘아이들에게 실수할 기회를 주자. 실수를 통해 바로 배울 수 있게 하자’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았다.
최근에 ‘교육을바꾸는사람들’에서 출간된 책 <피드백, 이렇게 한다>를 읽으면서 나의 풀리지 않던 고민, ‘실수할 기회를 주는 방법, 그리고 실수를 통해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피드백 전(全) 과정의 단계별 특징 및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학습에 대한 책임이 학생에게로 점차적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책임의 점진적 이양(Gradual Release of Responsibility, GRR)’에 이르는 큰 사이클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시한다.
나는 올해 5학년 과학 전담을 하고 있다. 전담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라면, 한 가지 과목을 심도 있게 준비해서 여러 반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시도를 하기에 부담이 적다는 상황적인 특성과, 대학원을 다니며 느끼게 된 ‘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라는 새로운 생각이 겹쳐서 이번 학기에는 꽤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학습의 주도권을 나로부터 아이들에게 넘겨주고자 하는 시도도 많이 했으며, 생산적인 모둠학습과 개별학습이 두루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하기도 했다.
피드업의 중요성을 깨닫다
이 책 <피드백, 이렇게 한다>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꽤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피드업(feed-up)’과 관련된 내용을 읽던 중이었다. 피드업은 ‘어떤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즉, 교사와 학생이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파트너가 되어가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짧게는 차시, 단원, 길게는 학기에 이르기까지 교사와 학생이 수업과 활동의 목표를 함께 설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게 되고 학습에 대한 동기 또한 강화될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나는 부끄럽게도, 이 책에서 말하는 ‘순응만을 분명한 목적으로 내세우는 교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상당히 많은 활동의 책임을 부여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시도하고 실패하며 배울 수 있는 학습의 장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했음에도 그 모든 활동은 ‘나 혼자 설계하여 아이들에게 순응하도록 요구한’ 활동일 뿐이었다. 우리가 어떤 목표를 갖고서 어떤 활동을 진행할 것인지를 아이들과 함께 설계하기는커녕, 아이들에게는 알려주지도 않았던 것이다. 뜨끔했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며 책을 읽어가던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할 수 있다’ 진술문이었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꽤나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당 수업을, 활동을 모두 마친 후에 아이들이 새롭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반영하여 리스트 업 한다면, 아이들이 그것을 보고 목표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학기 초에 ‘할 수 있다’ 진술문을 보며 어떤 활동으로 채워볼 수 있을지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목록은 ‘나는 할 수 있다’ 진술문을 리스트업 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양식의 초안이다. 다음 학기부터는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수업을 설계해보고자 한다.

이해도를 확실하게 파악하려면
| 낸시(이 책의 공저자인 낸시 프레이-옮긴이)가 교육공학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물었다.
“질문 있나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좋아요, 그럼 다들 이해했다는 거죠, 그렇죠?” 역시 반응이 없다. “자, 이제 각자의 의견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봅시다. 음성이나 문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기억하세요.” 갑자기 사방에서 손이 올라간다. 한 사람이 질문한다. “저 좀 도와주실래요?” <피드백, 이렇게 한다>, 66쪽 |
너무나도 익숙한 상황이지 않은가? 고학년 담당 선생님들은 종종 ‘아이들이 너무 발표를 안 해’, ‘아이들이 너무 말을 안 하고, 반응이 없어’라며 속상해하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교사인 우리는 어떤가? 교직원 회의라든가 교직원 연수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외부에서 온 강사가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다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고학년 교실보다 더 조용한 곳이 바로 그 순간의 강의장일 것이다. 사실, 대답하지 않거나 반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어쩌면 대답이나 반응을 할 수 없도록 질문했을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위의 사례처럼 강의를 모두 마친 후에 “질문 있나요?”라고 포괄적으로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듣는 사람이 실제로 이해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질문은 그저 강의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스위치 역할만 할 뿐이다.
<피드백, 이렇게 한다>는 수업 전 과정에서 즉각적으로 아이들의 이해도를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수 소개하고 있다. 유용해 보이는 여러 활동 가운데 ‘요약문 쓰기’가 내 눈에 쏙 들어 왔다. 다음 학기 수업에서 바로 활용해볼 생각이다. 요약문 쓰기는 아이들이 읽은 것, 배운 것, 관찰한 것, 실제로 행한 것을 압축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사는 아이들의 이해 정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고, 마침내 다음 학기에 ‘세 단어 요약하기’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활동이 끝나거나, 수업을 마친 후 아이들에게 배운 내용을 되돌아보고 가장 중요한 낱말 세 개를 선택해 적도록 할 것이다. 그 단어들을 모아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세 가지 낱말이 추려질 것이다. 그러면 그 세 개의 낱말을 가지고 문장 만들기를 해보려고 한다. 한 수업에서 추려진 낱말들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쉽게 요약하거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피드배드가 아닌 피드백을 위해, 여럿이 함께
모든 피드백이 도움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피드백이 구체적이지 않고 타이밍도 적절하지 않으며, 학생이 피드백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피드백을 토대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른다면, 그건 피드백(feedback)이 아니라 피드배드(feedbad)이다. 이왕 피드백을 할 거라면 피드배드가 되지는 않게 해야 한다. 학습자의 요구에 맞춘,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과 원동력이 되는, 그런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해야 한다. 고민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대부분의 피드백이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남은, 즉 형식만 남은 피드배드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피드백을 할 때마다 유념할 점이다.
나는 이 책을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관련된 연구회 활동도 진행하려고 한다. 워낙 방대한 피드백 사례와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읽고, 고민하고, 실행하기보다는 함께 읽고, 토론하며, 생각을 모아가면 훨씬 효과적이고 얻는 것도 많을 것 같다.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고 싶은 선생님들, 피드업-이해확인-피드백-피드포워드로 이어지는 형성평가 시스템을 온전히 이해하고 형성평가를 의미 있게 진행하고자 하는 선생님들, 이런 선생님들이 모여서 실제적인 피드백에 관련된 내용을 함께 읽으며 공부하다 보면 우리만의 노하우 또는 새로운 방안이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 꼼꼼한 공부를 통해 수업과 평가를 철저하게 설계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교사가 가진 전문성이자 책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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