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교육의 새로운 길이 되려면

by gyobasaNPO | 2025-12-03 16:20

최근 여러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집단 커닝’ 연·고대 파문…비대면·AI 활용 어디까지?1

서울대도 ‘AI 부정행위’…대학가 ‘윤리’ 어디에?2

 

최근 서울의 여러 대학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연이어 드러났다. 연세대와 고려대 같은 대형 강의에서 비대면 시험 중 AI를 이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되었고, 서울대에서는 대면 중간고사에서도 학생들이 AI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과 여론은 즉각 학생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요즘 학생들 도덕성이 무너졌다”, “AI에 기댄 세대의 무책임”이라는 말들이 쏟아졌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더 큰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오랫동안 학생들과 함께해 온 교사이자 학교장으로서, 나는 이 사태를 단순히 학생 개개인의 일탈이나 도덕성 결함으로만 규정하는 데 섣불리 동의할 수 없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그 결과를 낳은 배경과 구조를 분석하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학생 한두 명의 일탈이 아니라, 수십 명·수백 명이 같은 방식으로 AI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미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교육 구조가 어디에서, 어떻게 취약해졌는지를 드러내는 방증이다.

 

우리는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가’로.

 

 

‘학생의 일탈’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

 

이번 AI를 활용한 집단적 시험 부정 사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 잘못이 있는 이들에 대한 비난과 감시, 처벌에 집중하는 것은 가장 하책(下策)이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유형의 생성형 AI 봇물을 손바닥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일종의 예방주사가 될 수도 있다.

 

난 이 상황에서 다음 두 가지 사실을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먼저, 지금 우리의 시험, 평가가 생각 만들기, 생각 꺼내기가 아니라 지식 확인하기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만약 후자의 것이라면, 이는 단기간 대량의 데이터 학습이 가능한 AI와 같은 기기에겐 너무도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일 뿐이다. 지식 교육이나 개념 학습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대학교의 시험이 강의를 통해서 학생들이 배운 것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랬다면, AI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AI를 참고한 이들이 더 불리했을 지도 모른다.

 

중·고교에서도 어떤 교사들은 아예 오픈북 평가를 시도하기도 한다. 자료는 마음껏 활용해도 되지만, 단순히 그걸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분석하고 종합하여 자신만의 생각과 결론을 끌어내 보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AI도 크게 쓸모가 없다.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학문의 전당을 자처하는 대학의 시험이 AI 검색 몇 번으로 쉽게 답변할 수 있었다면, 이미 그 평가 자체가 시대와 동떨어진 방식이었다는 뜻이다.

 

현실을 냉정히 보자. 이번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충남대에서 여러 AI를 이용하여 똑같은 시험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다. 문제가 공개된 뒤 2시간 뒤에 풀이를 진행했더니, 만점을 받은 모델 1개를 포함하여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얻은 모델이 6개나 되었다.3 문제 풀이 속도와 정확성의 영역에서는 이미 AI가 인간을 압도하는 상황이다.4 이쯤이면 이젠 문제를 푸는 속도와 능력에 모든 걸 거는 모험은 ‘잠시 멈춤’이 필요한 때다. 지금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문제를 발견하고 만드는 능력이다. 오로지 답 찾아내기 잘하는 능력을 기르고 평가하는 방식은, 이제 그 자리를 문제를 발견하고 만드는 능력에 과감히 양보하자.

 

다음으로, 학생들 비판에 앞서 그들이 어떤 문화적 환경에서 교육받고 성장해 왔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그들은 이미 학습의 과정, 목적보다 결과가 훨씬 중요하다는 문화 속에서 경쟁을 강요받았다. 좋은 점수가 학습의 기쁨이나 성장보다 더 큰 가치가 되어버린 사회는, 노력보다 성과를 우선하도록 학생들을 몰아간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데 AI가 도움이 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쓰지 말라고 하겠다고, 그건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학습의 의미가 실종된 사회, 정답 중심 평가가 강화된 학교, 사고의 깊이보다 점수를 중시하는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시험 부정이 안 일어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마시멜로우 실험(Marshmallow Test)이 보여주듯, 지연된 보상(delayed gratification)을 선택하는 힘은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그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에 달려 있다. 학생들에게 신뢰할 만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채 결과만을 요구하는 문화 속에서, 그들이 눈앞의 ‘효과적인 선택’을 한 것을 무조건적인 비난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가 즉각 보상, 결과 중심의 교육에서 전혀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려울 뿐이다. 시험문제 출제와 보관에 각종 보안장치까지 동원하고 있는 학교 현실에서 무감독 시험을 치르는 학교도 있긴 하다. 인천의 제물포고등학교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매년 4월에 신입생을 상대로 무감독 시험 선서식을 갖는다. 교사들은 그 자리에서 무감독 시험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학부모들에게도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낸다.5 일부 학교에서도 제물포고와 같은 무감독 시험을 하고는 있지만, 개교 71주년 가운데 68년째 이어져 온 무감독 시험 전통은 남다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다만, 이러한 사례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도전은 장려되고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AI에 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에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삶에 성큼 들어서게 된 계기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과 오픈AI가 공개한 ‘챗GPT’였다. 초일류 인간 전문가가 인공지능에 무너진 이후, 사람들은 바둑에 흥미를 잃었을까? 아니,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AI와 인간의 대결을 계속하는 한편, 아예 AI끼리 벌이는 시합을 만들어 그 지평을 넓혔다. 그리고 AI에게 배우며 인간끼리의 바둑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교육도 AI의 등장을 더 좋은 기회, 새로운 길로 삼을 수는 없는 걸까.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가장 먼저, 배움의 무게 중심을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서둘러 옮겨야 한다. 누가 더 빨리 정답을 찾아내고, 만드는지는 그 중요도가 날로 낮아진다. 학생이 어떤 가설을 세우고, 어떤 질문을 만들고, 어떤 이유로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국어라면 하나의 텍스트를 어떻게 다르게 해석했는지를, 과학이라면 실험 설계의 타당성을, 수학이라면 다양한 해결 전략을 비교하고 설명하는 걸 배우며 이를 평가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AI가 결과를 알려줄 수는 있지만, 학생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판단과 선택의 순간을 대신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AI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자.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에 AI를 수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학생들을 모아놓고 같은 내용을 주입한 다음 ‘정답’을 쓰게 하는 방식에서 ‘탐구’를 가르치고 이를 평가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AI를 사용해 자료를 수집하되, 학생이 그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했는지 평가하거나, AI를 사용해 글을 쓰되, 학생의 목소리와 관점이 명확히 드러나는지를 평가하는 방식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도 더 이상 부정행위의 수단이 아니라, 얼마든지 사고력 확장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평가의 초점은 ‘AI를 썼느냐’가 아니라, ‘AI가 하지 못하는 사고의 흔적을 학생이 보여줬느냐’로 전환되어야 한다.

 

끝으로, 앞으로의 평가는 학생의 사고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평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학습의 초안-수정-최종본을 모두 평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학생의 생각이 어떻게 성숙했는지가 훨씬 잘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답만을 요구하는 선택형 문항의 비중을 줄이고, 서술형·개방형 문항을 확대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정답이 아니라 논리·근거·관점을 스스로 정리하여 제출하는 평가에서는 다른 사람의 것은 물론이요, AI를 참고할 필요도 또 그럴 여유도 전혀 없다. 평가 시간 내내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책을 찾고 이를 적어야 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학습과 평가에서 AI를 사용했느냐 여부가 아니다. 배움과 평가의 과정에 학생의 목소리와 사유가 살아 있는가, 기계의 조언을 넘어선 ‘인간 고유의 특성’이 담겨 있는지, 자신의 실제 삶과 얼마나 연결된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나

 

올 것이 왔다. 노골적으로 빨리 터져서 다행이다. 몇몇 대학의 AI 부정행위 사건은 분명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대부분의 시험을 AI가 너무나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AI에게 손가락질하고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을 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지탱해 온 교육 구조가 AI와의 단순 경쟁에 너무도 취약함을 빨리 인정하자.

 

사람들은 흔히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그런데 이는 그리 간단한 말이 아니다. 그 말이 의미가 있으려면, 위기를 직시(直視)하고 과감히 맞서겠다는 의지(意志)가 굳건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그러한가.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학생들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말로 이 사태를 정리할 것인가, 아니면 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 AI를 비롯한 과학기술을 두려워하지도 외면하지도 말자. 결국 인간의 손에서 나온 기술, 인간의 것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 나가자.

 

지금은 학생을 탓할 시간이 아니라, 교육을 바꿀 시간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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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403750 (KBS뉴스9, 2025.11.10.)
  2.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406469 (KBS아침뉴스타임, 2025.11.13.)
  3. https://isoft.cnu.ac.kr/csat2026/
  4. ChatGPT 계열 최신 모델의 크기는 수천억~수조 개의 파라미터 규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데이터센터의 GPU들은 초당 수십~수백 테라FLOPS(TFLOPS)~페타FLOPS(PFLOPS) 수준의 연산량을 지원한다고 한다.
  5.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9851 (인천일보, 2024.11.03.)

Source URL: http://21erick.org/column/16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