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목소리] 침묵을 깨우는 교실, 지구를 깨우는 첫걸음

by gyobasaNPO | 2025-01-08 10:10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침묵하지 않도록, 학교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침묵을 깨는 작은 균열이야말로 학교 교육이 만들어내야 할 변화이다.” [본문 중에서]                                                                                                            

 

 

뜨거운 지구, 차가운 학생들의 침묵

 

지옥 불에 떨어진 것처럼 뜨거웠던 2024년의 여름이 지나갔다. 날이 갈수록 지구의 온도는 높아지고, 극지방의 빙하는 녹아내리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인 기후재난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숫자도 끊임없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가 우리가 마주한 중대한 문제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몇 년 뒤 이 세상의 주인이 될 학생들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이 660명의 학생을 조사한 결과, 85%가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이 중 52%는 기후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같은 설문조사에서 기후 위기에서 의견을 표현한 적이 있냐고 묻는 질문에는 40%의 학생만이 ‘그렇다’라고 답을 했다. 10명 중 8명의 학생들이 기후 위기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그중 5명은 이를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정작 기후 위기에 의견을 표현한 학생은 4명에 불과할까?

 

학생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어른들의 편견’을 꼽았다. 이 어른들의 편견이란, 아마도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가 아닐까.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서 내가 기후변화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어른들은 ‘그런 건 대학교 가서 할 수 있으니 공부나 하라’라고 말씀하신다. 2024년 굿네이버스에서 진행한 비슷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시간이 없어서 기후 위기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시간이 없는 이유는 대학 입시를 목표로 쉼 없이 이어지는 시험과 수행평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껍데기만 번지르르, 환경 수업

 

눈앞의 방정식을 풀지 못한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눈앞에 놓인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더 이상 이 행성에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다니는 학교는 인류의 미래보다 수학 한 문제와 입시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물론 학교도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 개설된 환경 과목이 그 예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2학년 때 환경 과목을 필수로 수강하게 한다. 이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기후변화를 가르치려는 노력은 가상하다. 그러나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이 수업에는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들이 존재한다.

 

우선, 우리 학교에는 환경 선생님이 안 계신다. 그러면 누가 이 과목을 가르치냐고? 우리 반은 중국어 선생님이, 다른 반은 문학 선생님이 환경 과목을 전담하고 있다. 두 선생님 모두 훌륭한 분이지만 비전문가이기에 높은 수업 퀄리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로, 이 수업은 등급이 나오지 않는 수업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등급이 나오지 않는 수업이라는 말은, 어떤 학생도 집중하지 않는 수업이라는 말이다. 학생들은 이 수업을 그저 ‘자는 시간’으로 취급하며, 제대로 수강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수업은 정말 기후변화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 아닌 생활기록부 기록용 수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한 학기 동안 환경 과목을 수강하면서 한 활동은 책 읽고 인포그래픽 만들기가 전부이다. 기후변화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전혀 배우지 못했다. 결국 진로와 관련된 생활기록부 한 줄을 채우기 위한 활동만 했을 뿐, 재미도 배움도 없었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공허한 수업이었다.

 

 

침묵을 깨는 교육

 

학교에서 학생들이 입시 준비에 온 힘을 쏟는 사이,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기후변화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대학 가서 관심 가지면 돼’라는 학교와 사회의 꼬드김은 학생들로 하여금 기후변화에 의견을 낼 필요성을 잃게 만들었다. 감히 예측하건대, 그토록 원하던 대학을 졸업한 현재의 학생들은 기후 위기라는 재앙이 덮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힘들게 딴 학위는 지옥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쓸모없어지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당할 수 있다. 그제서야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는다면 너무 늦다. 학교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지구의 미래를 위해 입시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 학교에는 기후 위기를 다룰 전문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담 선생님을 배치하고,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기후 위기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기후 행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해외의 사례를 보자. 이탈리아는 2020년부터 전 세계 최초로 공립학교에서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화하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연간 약 33시간 동안 지속가능성과 환경 문제를 학습하고 있다. 독일은 ‘지속가능발전교육(ESD)’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을 제공하며, 프로젝트 기반 학습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는 녹색 지식 자격증을 도입해 학생들이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해 학습한 내용을 실제로 인증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기후 위기 교육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학생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실제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적극적인 교육 정책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 우리의 학교도 변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입시를 위한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라는 현실을 직면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침묵하지 않도록, 학교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침묵을 깨는 작은 균열이야말로 학교 교육이 만들어 내야 할 변화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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