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3-07-18 15:19
| “이 글에서는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국가직, 지방직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공무원 기피 현상과 그 이면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교육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공감할 만한 내용이 있을 것이다.” (본문 발췌) |
1. 들어가며
교육부나 교육청에는 교육공무원들이 근무한다. 교육부 근무자는 파견직을 제외하고 국가직 공무원이며, 교육부와 산하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도교육청에는 지방직 공무원1이 근무하고 있으며, 본청 및 지역교육지원청 직속기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대학교에도 국가직 소속 교육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 수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과 비교해 많지는 않다. 이 글에서는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국가직, 지방직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공무원 기피 현상과 그 이면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등 교육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공감할 만한 내용이 있을 것이다.2 경험상 교육공무원을 주로 접했지만, 그 외 일반 공무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3 이는 일부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전체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혹은, 단지 개인적인 견해일 수도 있으니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온도 차가 있음을 전제하고 이야기하려 한다.
2. 현황과 문제점
최근 공무원 지원 경쟁률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는 내용을 언론에서 주목하여 다루고 있다.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교육공무원도 타 공무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상황이다. 교육공무원은 특수성이 있기에 일반 공무원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 공무원을 그만두고(또는 재직 중) 교육공무원(지방행정직, 국가직)이 되기 위해 다시 시험에 응시하기도 한다. 이유는 개인마다 따라 다르겠지만, 업무적인 면과 워라벨4의 두 가지 측면을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 업무가 워낙 다양하다. 국가직과 지방직은 또 다른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지방자치단체에만 근무하더라도 업무 자체가 방대하다. 국민의 복지, 민생과 관계된 거의 모든 업무를 다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공무원의 특성상 순환보직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그렇다 보니 업무 전문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순환보직을 하는 이유로는 한 곳에 오래 있을 경우 계약업무 등을 할 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원천 차단하고, 선호업무와 비 선호업무를 골고루 맡도록 함으로써 형평성의 문제를 고려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짧은 기간만 업무를 담당하기에 전문성이 결여되는 특징이 있고, 국민들(민원인)에게는 담당자가 6개월에서 1년마다 자주 바뀌는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5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교육공무원들은 교육과 관련된 업무를 집중적으로 맡을 수 있다. 교육과정이라는 한 분야에 특화된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다른 공무원들보다는 업무가 전문적이고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67 하지만 그 안에서도 힘든 업무, 기피 업무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최근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블로그에 의견을 쓰는 공무원도 있고 책을 출간하는 현직 공무원(또는 이직 공무원)도 있다. 그동안 보수적이고 경직되어 있어 외부에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과거와는 다른 흐름이다. 시대가 변했고, 젊은 세대들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교육공무원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와 특징적 현상에 대해 제시해 보려 한다.8
1) 개인마다 다른 일하는 방식
공무원 조직(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상급자9의 일하는 방식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일하는 방식을 직원들이 맞춰야 하기에 특히 하위 직급10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감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즉, 데이터 중심으로 일을 하지 못한다. 설문조사나 통계자료, 더 나아가 매뉴얼을 근거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민간 기업이라고 다르지는 않지만, 적어도 보는 눈들이 많기에 상대적으로 공무원 사회보다는 낫다.11 공무원 조직은 철저하게 상급자의 경험과 틀 안에서 일하는 방식이 결정된다. 상급자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워라벨과 업무추진의 방향과 속도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문서 한 장을 만들더라도, 상급자가 아니라고 하면 결재를 받을 수 없다.12 가령 기획안에 사용할 ‘비전’과 ‘추진체계’, ‘단순 문구(문장, 단어)’ 하나를 만들더라도 수십 번 수정작업(개념도, 문구, 그림)을 거치기도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적게 잡아도 2-3일, 또는 일주일에서 한 달가량이라고 볼 수 있다. 보기에 예쁘고 가시적인 그림과 문구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와 상의하고, 디자인 업체 등 관련자와도 상의해야 하니 야근은 자연스럽다. 한 페이지의 기획안을 위해 행정력이 낭비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급자들은 행정력 낭비라고 보지 않는다. 다른 곳(부서, 팀)에 없는, 또는 전임자 때 쓰이지 않은 ‘신조어’를 만드는 것도 동일한 방식이다.13 얼마나 빨리, 상급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내놓는지가 ‘일을 잘 한다’의 판단 기준이며, 수정지시 사항을 얼마나 잘 반영해 오는지를 보며 충성도를 테스트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게 될 국민들, 또는 하위직급자들에게는 비전과 추진체계, 문구는 그냥 스윽 보고 지나치는 단순 자료일 뿐 중요하고 가치 있는 부분이라 여기는 이들은 드물다. 단순 기획안을 위해 그림을 고르고 용어를 만들고 신선한 문구를 만들기 위해 몇 주를 매달리는 것이 상식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새로운 용어를 만들고 깔끔하고 보기 좋은 기획안을 만듦으로써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올라가고, 업무 효율성이 올라간다고 보기는 힘들다. 실제 현장14이 바뀌는 것이 중요한데 기획안의 문구나 모양새 같은 형식적인 것에 집착하고, 절차와 체계도 없이15 상급자의 개인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공무원들은 비전과 체계, 문구(신조어)를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수정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2) 공무원의 승진체계 및 성과급
공무원 사회는 대개 연공서열16을 따른다. 공무원 임금체계도 기본적으로 호봉제의 성격을 가진다. 직급이 낮고, 연차가 낮은데 급여를 더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17 기본적으로 직급과 연차가 중요한 사회인데, 직급과 연차에 따라 일하는 강도가 비례할까? 예외는 있겠지만, 민간 기업의 경우 상사의 업무 강도가 하위 직급보다 더 무거운 경우가 일반적이다. 연봉이 거의 계약제라서 업무성과에 따라 차등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는 하위 직급들의 업무 강도가 가장 높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단순 업무는 물론이고 그 외의 부수적인 업무가 상위 직급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여러 회의·행사에 동원되고, 각종 민원18의 실무자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당직(숙직)19도 해야 하고, 각종 복지사업도 진행한다. 간혹, 공무원에 대한 언론 기사의 댓글 중 노는 공무원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들이 있는데, 댓글을 단 이들이 경험한 공무원은 하위 직급이 아니거나, 혹은 일부만 본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보는 눈들이 많은 투명한 사회라면 더욱 그렇다. 어느 사회나 그렇듯 상대적으로 편한 보직은 있을 수 있으나, 그래봐야 하위 직급이 주어진 일 자체를 안 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다.20
그러나 하위 직급들의 이러한 고충에 반하여 승진이나 성과급에서는 후 순위인 것은 분명하고, 같은 직급 안에서도 연공서열이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외는 있을 수 있으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구성원들이 인정하는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실무자 그룹인 6급 승진까지는 어느 정도 공정한 룰21에 따라 승진이 될 수 있다. 간혹, 힘든 업무에 있는 부서원이 우대 받아 몇 년 승진이 빨라지기도 하나, 예상 가능한 범위이다. 그러나 5급 승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정한 기준을 만든다고는 하나, 하위 직급들이 공정한 기준이 있다고 체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주로 통용되는 기준은 상급기관에서 근무했는지가 결정적인 기준이 되나, 상급기관에 근무(발령)하는 것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도 없거나 빈약하다. 조직(부서, 기관)마다 힘이 있는 특정 라인(세력)이 있고, 그 라인에 있어야만 승진에 유리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승진 체계는 대개 정성-정량이 합쳐진 방식인데, 근무평정(근평)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근평의 객관성을 담보하기가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하위 직급자들의 의견보다 상위 직급자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22 상위 직급자가 판단했을 때 능력 있는 사람일지라도, 하위 직급자는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어 객관성 담보가 어렵다. 또한 상급기관 안에서도 소위 힘 있는 부서(감사, 정책기획, 인사 등)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빠르게 승진이 되곤 한다.23
승진도 그렇지만, 성과급(성과상여금)24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무원은 획일적으로 3단계 기준(S, A, B)으로 나누고 있는데, 그 비율이 정해져 있어, 누군가는 하위등급을 받아야 한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준이 없어, 거의 경력 순으로 주고 있다. 그런데 이 경력기준에 대해서 공무원들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성과를 과연 무엇으로 평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현재 상황이라면, 업무 충실도가 아닌 상급자에게 얼마나 잘했는지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청이 기준이라면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에게 얼마나 잘했는지, 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25
그러므로, 공무원 사회에서 승진이나 성과급은 공무원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기 저하를 가속화한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시대에 맞는 제도를 만들고 개선해야 하는데, 상위 직급자에게 잘 보이고 충성해야 승진이나 성과급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를 믿고 따를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3) 업무보다 힘든 인간관계
위에 언급한 여러 상황들이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업무나 승진 때문에 힘든 것은 어찌 보면 부수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무원 사회 내의 인간관계이다. 상급자가 본인이 원하는 방식을 고집하며, 때로는 괴롭힘에 가깝게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업무의 일환이고, 배우는 과정이기에 인격적으로 모독하지만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이나 더 나아가 근거 없는 비방은 자존감 하락이 아니라, 직업 자체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민간 기업에서도 이런 일이 있겠지만 업무나 성과로 평가받는 일이 더 많기에 그나마 낫다고 본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업무나 성과로 평가받기보다는 관계성(상급자, 동료)과 연줄이 더욱 많이 작동하기에 관계가 틀어지면 앞으로 공직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이 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본인의 의사나 행동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동료를 음해하는 이들이 있고 그러한 사례가 조직마다 있다. 그러나 이러한 면들이 밝혀져 공정하게 바로잡히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오히려 상급자에게는 혼신을 다해 충성하기에, 인성 좋고 실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이들이 더 많다.26 이들은 흔히 말해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다. 이런 이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어서 조직의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자신의 라인에 유리한 인사를 하기 위해, 결국 다른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배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이들이다.
이런 이들은 곳곳에서 정치력으로 주목받고, 윗선에 줄을 대며 조직 내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만약 그런 사실을 영향력 있는 상급자에게 직언하는 이가 있다면, 오히려 좌천되는 것도 목격할 수 있다. 공직사회의 시스템의 한계와 조직의 폐쇄성으로 인한 문제이다. 아마 공직에 있는 이들이면 누구나 이러한 상황을 보았거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영화처럼 착하고 성실한 이들이 결국 대우받거나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권선징악’의 결말은 드물다. 정치력이 강한 이들을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주목받고 승진하는 등 권한을 더욱 많이 가지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늘 직면하는 현실이다.
공직사회에서 하위 직급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은, 능력 없고 욕망만 있는 이들이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이들보다 오히려 주목받고 앞서 나가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공직사회는 성실히 발로 뛰며 현장을 이해하며 일하는 이들이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손가락(컴퓨터 작업)으로만 일하는 이들이 있고, 정치력으로 승부하여 머리나 입으로만 일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구성원이 우대받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과연 성숙한 집단이 될 수 있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우스갯소리로 공직사회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욕망 있는 자’와 ‘병자’가 그것이다. 사실 비율로 따지면 후자가 더 많을 것이다. 묵묵히 성실히 일하는 이들은 과부하와 스트레스로 병을 얻기도 하지만 주목도 받지 못하고, 때로는 이용당하며 조직 사회의 웃음거리가 된다. 어찌 보면 묵묵히 일하는 사명감을 가진 이런 공무원들이 있기에 공직사회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실무진(하위 직급)들의 희생과 노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이들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희생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공직사회의 균열은 계속될 것이고, 붕괴 또한 멀지 않아 보인다.
4) 책임지지 않는 리더들
민원이 들어와도, 하위 직급들이 업무가 많아 업무를 줄여달라고 하거나 업무분장을 다시 해달라고 해도 상급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보통 상급자들이 긴장할 때는 중앙언론에서 해당 부서의 업무를 비판적으로 다루었을 때 정도이다. 그때는 자신이 진두지휘를 하면서 어떻게든 사안을 축소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급자 또는 최상급자가 나서는 일은 많지 않다.27 그렇기에 악성 민원인이 찾아오든, 악의적인 국민신문고가 접수되든, 매일 야근을 하는 직원들이 생기든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은, 바로 옆의 담당자, 또는 바로 옆 팀의 담당자가 그렇게 힘들어 하더라도 과 단위, 팀 단위가 나서서 대응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직 한 사람, 담당자만 책임지는 관료제의 특성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로 인해 휴직, 사직에 이어 흔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공무원들까지 생기기도 한다.28 이러한 일이 늘어나고 있는데, 공무원 조직사회가 변하는 느낌은 거의 없다. 담당자 개인의 대처능력이 문제일 뿐이라고 쉬쉬하고 넘어갈 뿐이다. 일하는 방식의 문제, 대응 방식의 문제로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3. 나가며: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가?
공직사회의 제도 개선 요구, 시스템 균열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제도화된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개혁하기도 어렵고, 설사 그러한 노력이 있더라도 반대급부로 인해 그에 따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계에 다다른 제도(승진, 성과급)는 개선이 필요하고, 현장의 의견을 묻는 절차적 정당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 공직사회는 계속 일해도 희망이 없다는 것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하위 직급은 적은 급여(보상)에 비해 과도한 업무량과 민원, 상급자의 의전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관행적인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으로 인해 그 피로도는 더해가고 있다. 상급자들도 예전에는 하위 직급이었다. 설사 5급으로 시작한 이들도, 공무원 조직 막내 생활에 대한 기억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겪었던 일이라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그럴만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러한 현상들로 인해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청이나 교육부는 관료적인 성격의 기관으로 전락하였고, 학교 현장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교원, 학부모들은 교육부나 교육청의 일하는 모습과 대응에 대해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에너지를 쏟아야 할 곳에 에너지를 쓰지 못하게 만들고 비생산적인 곳에 정책 총량을 쓰고 있는 구조적 이유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공무원 사회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특정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조직에 적응하거나 주목받는 제도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교육청이 학생과 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관으로 바뀌려면, 일하는 시스템을 모두 현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공무원 조직 중 기획·정책, 예산, 감사 기능을 하는 부서는 있어도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조직이나, 과도한 의전·전시행정에 대한 비판을 위한 조직은 없다. 감사 기능은 부정한 방식을 한 것에 대한 징계·처벌이 목적이고, 정책부서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예산 부서는 단순히 예산 차원에서만 신경 쓴다.29
이러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공무원 문화 개선, 일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조직을 별도로 만드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모든 공공기관, 공무원 조직에 이런 팀이 있다면 어쩌면 효율적인 문화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담당업무 분장의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하위 직급에게만 책임을 묻거나, 2-4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에게 몰아주거나, 업무분장에도 없는데 갑자기 윗선의 감에 의한 지시로 일을 몰아주는 행태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고, 업무가 생기면 과 단위, 팀 단위로 공동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도 필요하다.30
성과급은 연공서열과 근평 중심의 단순 3등급으로 나누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업무 난이도를 중심으로 세분화해서 성과급을 자신의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민원 업무와 기피업무를 맡은 공무원의 경우 성과급의 최상등급을 주는 방식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이렇듯 대안은 있는데, 현실적으로 바뀔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젊은 공무원들, 능력 있는 공무원들은 이직을 결심하게 되고 남는 사람들은 제도에 순응하는 사람들뿐이다. 그런 조직은 미래가 없다.
제아무리 새로운 방식을 주장해도 공무원 사회는 잘 바뀌지 않는다. 안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며 개선하려 했던 이들은 외면당했고,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오죽하면, 고위직으로 승진하려면 능력보다 적(반대세력)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31 사실, 아무 일도 안 하면 아무 변화도 없고, 반대 세력들도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존 제도를 신뢰하며 믿어왔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들이다. 이들의 돈키호테와 같은 무리한 판단과 시도 덕에 하위 직급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위 직급 공무원들이나 국민들은 어쩌면 그렇게 무모한 리더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공무원 사회에도 느리지만 서서히 변화가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그리고 하위 직급들도 인정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으로 공직사회도 직업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21erick.org/column/10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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