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학 새 연재(16) : 효과적인 수업 기술 – 전체(whole)를 먼저 제시하고 부분(part)을 연결시키며 가르치기

by gyobasaNPO | 2023-05-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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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것이 교사에게는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가장 먼저 학습 목표의 제시가 부실하지 않아야 한다. 잘 제시된 학습 목표는 학습의 초점을 제공하고 동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발췌)

 

 

목차
1. 뇌는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한다.
2. 큰 그림 먼저 제시하기의 이점
♣ 수업 적용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고 세부사항을 이와 연결시키며 하는 수업 기술)


 

♣ 학습 목표
• 뇌는 부분(세부사항)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학습 원리를 이해한다.
• 정보의 이해는 부분과 전체를 연결시킬 때 효과적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 전체를 먼저 제시하고 세부사항을 이에 연결시키는 수업 전략을 안다.

 

 

다음 문장을 해석해보자.

 

“The voyage wasn’t delayed because the bottle shattered.”

 

이 문장을 구성하는 주요 어휘의 의미를 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voyage 항해, delay 지연시키다, bottle 병, shatter 산산조각 나다) 문장의 의미가 명확히 이해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 문장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선박 명명식(ship christening)에 관한 내용으로 배의 이름을 붙이고 진수를 공식적으로 알리며 기념하기 위한 전통적인 의식을 말한다. 이것은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오래된 해양 문화의 하나이다. 이 의식에는 일반적으로 샴페인이나 다른 음료수 병을 선체에 부딪혀 깨는 행사도 포함된다. 이런 맥락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위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위 예문에서 보듯이 정보의 의미는 부분(여기서는 문장)과 전체(여기서는 맥락)의 상호작용 속에서 분명해질 수 있다.

 

 

1. 뇌는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한다.

 

사람의 뇌는 정보를 처리할 때 분업과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생존에 유리하기 위해 그렇게 진화해 왔다. 좌뇌는 분석적 사고(analytical thinking)와 세부사항(details)의 파악에 더 집중하고, 우뇌는 총체적 사고(holistic thinking)와 세부사항들을 더 큰 전체(whole)로 통합하는데 더 집중하면서도 이 둘 간에는 항상 협업과 협응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렇게 뇌는 동일한 과제의 서로 다른 특성을 뇌의 다른 부위에서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다. 뇌의 이런 분업과 협업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사물을 빨리 그리고 정확히 지각하고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뇌가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보가 뇌에 어떤 구조로 표현되고 저장되는가와 관련이 깊다. 정보는 뇌에 위계적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는 낮은 수준에서는 정보의 기본적인 특징이나 구성 요소의 형태로, 높은 수준에서는 더 복잡한 개념과 범주의 형태로 저장된다. 또 정보는 연관성 있는 것들끼리 신경망의 형태로 저장된다. 그래서 부분과 전체의 동시 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뇌가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병렬처리(parallel processing)라고 부른다. 병렬처리는 뇌가 정보를 처리할 때 선형적 혹은 순차적으로 하지 않고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사람의 얼굴 인식, 물체의 인식, 글 읽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타인의 얼굴을 볼 때 우리의 뇌는 눈, 코, 입과 같은 개별 특징과 얼굴의 전반적인 모양과 같은 전체적인 특징을 동시에 처리한다. 그래서 잘 아는 사람의 경우 얼굴의 부분만 보고도 그 사람이란 것을 알아본다. 물체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뇌는 물체의 모양, 색상, 촉감 등과 같은 개별 특징과 사물의 전반적인 구조를 동시에 지각하고 처리한다. 따라서 물체의 일부가 가려지거나 분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 정보의 이러한 병렬처리 능력이 있기에 인간은 우리 주변 세계를 효과적으로 지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인간의 타고난 능력이다. 글 읽기의 경우에도 뇌는 부분과 전체의 병렬처리를 한다. 가령 하나의 문장을 읽을 때 우리의 뇌는 개별 단어와 이를 구성하는 철자라는 세부사항도 처리하지만 동시에 문장의 전체 의미를 처리한다. 개별 단어의 의미는 전체 문장의 의미에, 또 전체 문장의 의미는 이를 구성하는 개별 단어의 의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단어라는 개별 정보와 문장이라는 전체 정보를 동시에 참조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장의 이해가 가능해진다.

 

정보의 이러한 병렬처리는 인간에게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1를 가능하게 했다. 한 시스템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은 단지 분리된 요소들이 아니며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인 방식으로 전체를 구성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분리된 상태로는 충분히 이해하거나 분석될 수 없다. 각 요소는 시스템 내 다른 요소들에 의존적이고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생태계, 조직, 사회와 같은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며 더 큰 시스템을 구성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뇌가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학습 원리는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게슈탈트란 ‘구성, 형태(shape)’ 등을 의미하는 독일어로서 이 원리는 사람이 정보를 인식할 때 형태나 관계로 지각하려는 경향성을 말한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사람은 어떤 정보를 인식할 때 그것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지 않고 즉 조각으로 나누어진 부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 따라 그 부분 간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여 조직화된 전체를 인식하려고 한다고 본다(We do not see individual elements, we see wholes.). 우리가 와인 잔을 인식한다면 오목한 부분, 유리잔 기둥 부분, 받침 이렇게 각각을 분리해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 잔 전체의 형태로 지각한다는 것이다.

 

한편 교사나 학생은 무의식 차원에서 일어나는 ‘전체’와 ‘부분’의 상호작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부분들’이 마음속에서 하나로 모아지고 연결될 때 돌연 직관적으로 ‘전체’를 깨닫게 되는 경우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학습자들이 소위 “아하!” 하는 깨달음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낱개의 개념을 논리적인 순서대로 가르치기보다는 이들 하위 개념 모두를 하나로 녹여서 전체적 개념이 드러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아하!”의 순간은 ‘전체’에 대한 이해나 개념적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가 이루어졌다는 신호다.

 

뇌가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분절적인 사고만 가능해 지각, 이해, 판단에 제약이 많을 것이다. 또 매사에 있어서 맥락의 부족은 심각한 이해 부족을 낳을 것이다. 또 부분과 전체에 동시에 주목할 수 없다면 사물의 패턴을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부분이나 전체 중 하나의 정보에만 주목할 수 있다면 예측이나 판단, 더 나아가 문제해결도 불가능할 것이다. 또 서로 다른 요소들 간의 연결로부터 나오는 창의성의 발휘도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 사람은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다.

 

뇌가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것이 교사에게는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가장 먼저 학습 목표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잘 제시된 학습 목표는 학습의 초점을 제공하고 동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실 수업 현실은 어떤가? 전체에 해당하는 학습 목표는 수업을 시작할 때 형식적으로 제시된 후 잊혀지고 세부내용의 학습에만 초점을 두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체와 부분을 끊임없이 연결시키는 수업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면 이 역시 큰 문제이다. 이런 수업은 이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수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수업에서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는 것의 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큰 그림 먼저 제시하기의 이점

 

큰 그림과 세부사항 중 어떤 것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좋은지는 수업지도의 목표, 주제의 복잡성, 학생의 사전지식의 준비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좋다. 물론 학습 목표와 내용에 따라 세부사항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교실 수업 상황에서 큰 그림은 학습 목표(course objects), 주요 주제(major themes), 개요(overview), 역사적 맥락(historical context), 과학적 개념(scientific concepts), 문제해결 활동(problem-lolving activities),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 등을 말한다. 다음은 수업에서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는 것의 이점이다.

 

1) 맥락의 이해를 돕는다.

 

학습할 때 큰 그림이 먼저 제시되면 학습자는 학습에 대한 넓은 맥락과 학습의 틀을 제공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큰 그림을 통해 학습의 전반적인 목표와 관련성, 주제의 중요성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학습할 개요와 같은 큰 그림을 먼저 제공받게 되면 새로운 정보를 기본의 사전지식에 더 잘 연결할 수 있고 이것이 깊은 이해와 기억을 촉진한다. 앞에서 소개한 “The voyage wasn’t delayed because the bottle shattered.”라는 문장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이 문장의 사용 맥락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선박 명명식(ship christening)이란 맥락을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 문장은 쉽게 이해될 수 있었을 것이다.

 

2) 학습의 틀을 제공한다.

 

큰 그림(개요와 맥락)의 제시는 이어질 세부 정보를 어떻게 조직할지에 대한 틀(framework)을 제공한다. 가령 단원 학습 목표를 먼저 제시하면 학습자는 단원에서 배울 내용의 목적과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자는 이어지는 개별 내용이나 주제를 큰 그림에 연결시키며 결과적으로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한국전쟁을 배우는 단원이라면 교사가 한국전쟁의 세부 내용을 가르치기 전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먼저 얘기해 줄 수 있을 것이고, 이 큰 그림은 학습이 진행되는 동안 학습의 틀이 되어 준다.

 

3) 학습 동기를 강화한다.

 

학습 목표와 같은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고 이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때 학습 동기가 유발되고 학습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예로, 건강에 대한 단원에서 “건강은 인간의 권리인가?”와 같이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핵심질문을 먼저 제시하고 역순설계(backward design)에 따라 수업을 하면 학습 동기를 강화할 수 있다.

 

4) 비판적 사고를 강화한다.

 

평가, 비교, 해석과 같은 비판적 사고는 다양한 관점과 견해의 분석으로부터 나오는데, 큰 그림이 먼저 제시될 때 학습자는 배울 내용과 시사점, 그리고 전체와 부분이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를 촉진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한 타당성, 증거에 대한 평가, 정보에 근거한 판단과 결정 등은 모두 전체와 부분을 통합해 종합적인 이해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5) 기억이 용이해진다.

 

큰 그림이 먼저 제시될 때 이는 새로운 정보를 연결시킬 수 있는 사전지식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학습자는 학습 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회상할 수 있다. 또한 개별 정보와 큰 그림과의 관련성을 잘 알 수 있어서 세부적인 정보를 의미 있는 형태2로 조직할 수 있게 된다.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해서 이를 파악하면 이어지는 세부사항의 이해가 쉬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보를 의미 있게 조직할 수 있어 노트 필기도 잘할 수 있게 된다. 노트 필기를 잘할 수 있어야 기억도 잘 된다. 노트 필기를 잘한다는 것은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예: 위계에 따른 저장) 정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트 필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을 바탕으로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잘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큰 그림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사전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노트 필기를 잘할 수 없다. 학습부진 아동이 노트 필기를 잘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학습부진 아동을 지도할 때는 정보를 의미 있게 조직할 수 있도록 배경지식의 제공을 통해 관련 스키마(schema)3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정보를 의미 있게 재구성할 수 있을 때 기억도 용이해진다.

 

이상과 같이 수업에서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는 것의 이점은 매우 크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르치는 내용에 따라 세부내용을 먼저 다루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대수학을 가르칠 때 인수분해와 같은 복잡한 개념을 도입하기 전에 방정식을 푸는 기본 원리를 먼저 학습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예로는 외국어의 문법 학습이다. 가령 가정법을 가르친다면 가정법의 추상적 개념을 먼저 설명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직설법과 가정법 두 가지 문장을 먼저 제시하고 이 두 문장의 동사 시제의 차이와 의미의 차이를 비교하게 한 후 이를 통해 가정법의 개념을 소개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다.

 

 

♣ 수업 적용

 

앞에서 큰 그림(전체)을 먼저 제시하는 것의 이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수업에서 큰 그림을 어떻게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이와 어떻게 연관시켜야 하는가가 매우 중요해진다. 사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부분과 전체 중 어느 한 가지가 결여되면 이해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에 교사는 부분과 전체를 어떻게 동시에 고려할 것인가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큰 그림(전체)과 작은 그림(세부사항) 간의 조화와 균형이다. 수업이나 토론 등에서 세부사항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가 큰 그림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고 세부사항을 이와 연결시키며 하는 수업 기술’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1.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을 먼저 소개한다.

수업이나 새로운 단원을 시작할 때 학습 목표와 다룰 핵심개념을 포함하는 빅 아이디어(big idea)를 먼저 소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학습자들은 학습할 내용이 얼마나 중요하고 자신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또 개별적인 내용이 어떻게 큰 그림과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는 대표적인 수업 설계 방식으로는 역순설계(backward design)가 있다. 단원 역순설계 방식에서는 단원 맨 앞에서 핵심개념(big ideas)과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s)을 제시하는 데 이것이 ‘전체’에 해당되고 이어지는 개별 활동들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 “언론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와 같이 핵심개념(언론 자유)을 포함하는 논쟁적이고 열린 핵심질문을 단원 시작과 함께 토론의 주제로 제시하고 평가, 수업 활동 등이 이 질문의 답을 찾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수업이 세부사항에만 매몰된다거나 목표와 개별 활동이 무관하게 따로 노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역순설계는 그 구조 자체가 ‘전체’를 먼저 제시하고 ‘부분’을 이에 잘 연계하고 통합하는 단원 설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2. 선행조직자를 제공한다.

 

또 교사가 수업 전에 제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큰 그림의 하나로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가 있다. 사전에 제시되는 주제 관련 개요 성격의 내용으로서 학습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롭게 알아야 할 것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며 수업지도 첫 부분에 제시된다. 대표적인 예로, 그래픽 오거나이저, KWL 차트, 수업에서 배울 주요 개념을 스토리에 담아 이야기 형태로 얘기해 주기, 학습할 내용을 제목을 포함하여 대충 훑어 읽기 등이 있다. 학습자는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의미 있게 조직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선행조직자는 특히 내용 정리가 어렵고 주의가 산만한 학습자들이 새로 배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수단이다.

 

교과목별 선행조직자의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 생물 – 인체에 관한 수업이라면 신체의 여러 시스템을 보여주는 그래픽 오거나이저가 선행조직자가 될 수 있다. 주제에 관한 이런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면 학생들은 앞으로 배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의 각 부분들 간의 상호 관련성을 이해할 수 있다.
• 문학 – 소설이나 희곡과 같은 문학 수업이라면 등장인물 지도(character map)가 선행조직자가 될 수 있다. 줄거리(plot)와 주제(theme)에 관한 간략한 개요 역시 선행조직자의 예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파악할 수 있고 이야기의 구성과 주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역사 – 3.1독립만세운동에 관한 수업이라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에 이르기까지 관련 주요 역사적 사건을 연대별로 정리하여 제시한다면 이 또한 훌륭한 선행조직자가 될 수 있다.

 

3. 제목이나 핵심개념을 먼저 제시한다.

 

단원의 제목이나 과제의 제목 역시 세부사항의 이해를 돕는 큰 그림에 해당된다. 다음 <도표 1>을 보자.

 

<도표 1> 나눗셈 개념: ‘공평하게 나누기’

“귤 10개를 2명에게 공평하게 나눌 때 한 사람의 몫은?”

이상의 도표는 “귤 10개를 2명에게 공평하게 나눌 때 한 사람의 몫은?”이라는 문제의 풀이 과정의 예시로서 매우 훌륭하다. 우선 ‘큰 그림(숲)’과 ‘세부사항(나무)’을 동시에 잘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눗셈: ‘공평하게 나누기’”라는 제목, 귤 그림이 제공하는 맥락 등은 모두 큰 그림에 해당된다. 특히 제목의 유무는 학습자의 정보처리에(정보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목이 사전지식을 활성화하고 맥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순서로 큰 그림과 세부사항을 제공할 때 학습자는 작업기억의 과부하 없이 문제를 편하게 풀 수 있게 된다.

 

4. 상향식, 하향식 접근을 병행한다.

 

상향식(bottom-up), 하향식(top-down) 접근은 주로 읽기와 듣기에 해당된다. 상향식은 텍스트를 읽을 때 텍스트를 구성하고 있는 철자, 단어, 문장에 초점을 두고 내용을 파악하는 접근이다. 즉 부분의 해독을 통해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접근이다. 한편 하향식은 글을 읽는 학습자의 사전지식, 기대, 그리고 큰 맥락에 관한 정보를 통해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려는 접근이다. 예로, ‘There’re two books on the table.’이라는 문장의 경우는 문장의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단어들을(즉 부분을) 해석하면 ‘있다/두 권의 책이/책상 위에 → 책상 위에 2권의 책이 있다.’처럼 전체적 의미에 이를 수 있다. 즉 상향식 접근만으로 문장의 이해가 가능한 경우이다. 하지만 ‘I booked a table for two.’라는 문장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해석해서는 전체의 의미에 이르기 어렵다. ‘I booked’는 뒤에 ‘a table for two’라는 요소까지 참조하지 않고는 해석하기 어렵다. 즉 뒤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 맥락이 필요하고 ‘식당 예약’에 관한 스키마(schema) 혹은 사전지식(prior knowledge)을 필요로 한다. 뒤 문장은 사전지식이나 더 큰 맥락을 동원하여 의미를 이해한 경우이기 때문에 하향식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뒤 문장의 경우도 ‘book’이 ‘예약하다’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I booked’까지 읽었을 때 “아, 예약에 관한 내용이겠구나!”처럼 예측을 하고 이어지는 ‘a table for two’를 읽으며 자신의 예측이 맞았음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체 문장의 의미를 파악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독해를 ‘심리언어학적 추측 게임'(psycholinguistic guessing game)이라고도 한다.

 

짐작했겠지만 읽기를 할 때 상향식과 하향식 접근 중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효과적이기 어렵다.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초보 학습자는 사전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로 상향식 접근을 한다. 이 경우 쉽게 인지과부하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문장이나 단락의 끝부분 내용까지 읽었을 때 전체적인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숲을 보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을 적극 활용하는 하향식 접근이 필요하다. 상향식에만 의존하는 읽기에는 한계가 많다. 개별 단어의 뜻은 그것이 사용된 맥락에 의해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전체 맥락을 살피며 사전지식을 활용하는 하향식 접근이 필수적이다. 읽기에 있어서 하향식 접근의 대표적인 예로 사전지식의 활성화(activating prior knowledge), 문맥적 단서와 사전지식을 활용해 예측하기(making predictions), 대충 훑어 읽기(skimming and scanning)를 통해 내용의 개요를 파악하기, 핵심 아이디어와 중요한 세부사항을 활용하여 요약하기(summarizing) 등이 자주 활용된다.

 

5. 학습 목표와 성공 기준을 제시한다.

 

최근에는 교사가 수업 전에 제시해야 할 대표적인 큰 그림으로 ‘교사 명확성'(teacher expectation)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바와 수업 지도 방식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을 말하는데 아래의 두 질문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학습 목표(learning intentions)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공 기준(success criteria)에 관한 것이다.

 

• 우리가 학생들에게 배우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습 목표)
• 우리는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났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성공 기준)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가 명확할 때 학생은 이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성공 기준의 적용은 수업 활동을 목표 달성에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6. 세부사항을 맥락과 함께 제공한다.

 

사람은 부분이나 전체 중 어느 한 쪽을 간과하면(놓치면) 이해에 있어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따라서 정보는 맥락과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맥락 없는 정보는 이해도, 학습도 어렵다. 부분과 전체의 상호 관련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분과 전체의 동시 지각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습자는 세부사항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실제적인 삶 속의 일, 의미 있는 이야기, 프로젝트 등에 심어 넣을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7. 마인드맵 같은 시각 자료를 활용한다.

 

<도표 2> 운수 좋은 날 (현진건)4

출처: https://blog.naver.com/heaven486_/223039017894

 

그래픽 오거나이저, 마인드맵, 개념도, 인포그래픽스 등을 사용하면 부분과 전체, 서로 다른 개념 간의 관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효과적이다. 위 도표는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의 주요 요소를 마인드맵으로 그려본 것이다. 전체와 부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선행조직자의 예이기도 하다. 이렇게 내용이 위계에 따라 정리되면 기억과 회상도 더 수월해진다. 학생들로 하여금 배운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그려보게 하면 메타인지를 발휘해서 학습한 내용을 총체적으로 되돌아보게 되어 깊은 이해를 돕고 배운 것을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8. 예를 제시한다.

 

추상적 개념의 경우 구체적인 예 없이 제시되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구체적인 예를 사용하면 세부사항이 어떻게 큰 그림과 연관되는지 또 학습자의 실제 삶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예를 제시하면 서로 다른 정보들 간의 패턴과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학습할 개념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9. 요약 활동을 한다.

 

수업의 마무리 단계에서 그동안 학습한 핵심 내용이나 개념을 요약 정리하면 이것이 그동안 산만하게 배웠던 세부사항들의 요지를 녹여낸 큰 그림이 된다. 이를 통해 세부사항이 큰 그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10. 복잡한 주제는 작게 나누어 가르친다.

 

복잡한 주제를 가르칠 때는 전체적인 개요를 먼저 설명한 후 주제를 감당할 만한 크기로 잘게 쪼개서 한 번에 한 가지 관점에만 초점을 맞추어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6.25전쟁에 관한 단원이라면 다루는 내용을 전쟁 발발, 전쟁의 전개, 미군의 참전과 역할, 전쟁의 영향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체의 덩치가 너무 크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몇 개의 세부사항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큰 그림(whole)의 제시를 강조하고 있다.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는 것의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면 이를 통해 관련 사전지식이 활성화되고 세부사항의 이해를 돕는 큰 맥락의 역할을 해준다. 효과적인 수업은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고 세부사항을 이 큰 그림과 연결시키는 수업이다. 흔히 큰 그림은 수업을 시작할 때 형식적으로 한 번 소개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단원 목표와 연계되지 않는 수업 활동은 교사가 범하지 말아야 하는 2가지 과오(two sins) 중 하나이다(Mctighe and Wiggins). 큰 그림에 세부사항을 연결시킬 때 이해와 기억이 용이하고 학습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전체’와 ‘부분’ 중 어떤 것을 먼저 제시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부분’에 대한 숙달(fluency)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부분에 해당되는 정보를 이해하는데 인지적 자원(예: 주의력)을 다 쓰게 되면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쓸 자원이 남지 않게 된다. 영어 초급 학습자의 경우 지문을 읽을 때 개별 단어의 의미는 알겠는데 문장의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나, 문장 수준은 이해가 되지만 단락 수준의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 것은 부분(단어, 문장)의 해독이 자동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볼 수 있으려면 나무 하나하나에 먼저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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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과학 새 연재(15) : 퇴치해야 할 교육 속설 2~4호 – “<2호> 좌뇌형-우뇌형별 맞춤지도가 효과적, <3호> 학습 스타일별 맞춤지도가 효과적, <4호> 쉽게 배우기가 효과적”

• 학습과학 새 연재(14) : 퇴치해야 할 교육 속설 1호 – ‘사실적 지식의 습득 대신 비판적 사고력 향상에 힘써야’

 

 

[참고 문헌]

 

• 이찬승 (2021). 학습과학 <원리8> 뇌는 부분(parts)과 전체(wholes)를 동시에 처리한다.
http://21erick.org/column/6207/
• Caine & Caine (2016). 12 Brain/Mind Learning Principles in Action: Teach for the Development of Higher-Order Thinking and Executive Function. Third Edition. Corwin Press.
• Padraic Frehan, (1998). Beyond the Sentence: Finding a Balance Between Bottom-Up and Top-Down Reading Approaches.
https://jalt-publications.org/tlt/articles/2450-beyond-sentence-finding-balance-between-bottom-and-top-down-reading-approaches

 

각주

  1.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 – 복잡한 문제나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의 구성 요소와 상호작용을 글로벌한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사고방식이다. 시스템 사고는 단일 요소가 아닌 상호작용하는 요소들의 집합인 ‘시스템’을 중심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각 요소를 개별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요소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 원인과 결과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것을 강조한다.
  2. 의미 있는 형태 – 정보를 의미 있는 형태로 조직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고 장기기억에 통합하기 쉽도록 논리적으로, 위계에 따라 정보를 묶고, 마인드맵의 형태로 구성하여 구성 요소들 간의 관계가 잘 드러나게 조직하는 것을 말한다.
  3. 스키마(schema) – 스키마(schema)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의 추상적 구조이며 사람은 이를 통해 주변의 수많은 정보를 지각하고 조직하며 해석한다. 도식(圖式)이라고도 부른다. 이 스키마가 있음으로 해서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더 빨리 해석할 수 있게 된다.
  4. 운수 좋은 날(현진건) – 현진건의 단편소설. 일제 강점기 시절, 인력거꾼의 생활을 그려 낸 작품으로, 운수 좋은 날에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 민족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음(천재학습백과 미리 보는 중학 문학).

Source URL: http://21erick.org/column/10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