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3-02-28 15:01
| “이 글에서는 전반적인 학습과 사회성, 적응에서 낮은 발달 수준에 있는 느린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부모와 교사가 새 학기 적응을 돕는 사회성·감성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본문 발췌) |
새 학기는 교사와 학부모, 느린학습자 아이들 모두 적응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새 학년, 새 친구, 새 교실과 새로운 담임선생님과의 만남이 기대되고 즐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적응에 대한 염려가 마음 한쪽에 있어 긴장감이 크다. 방학 내내 마음 편히 늘어져 있었던 습관을 규칙적인 학교 시간표에 맞추는 일은 매 학기를 반복해도 느린학습자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적응이 어려운 아이들은 더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새 학기에는 특히, 새 친구를 만났을 때 인사하기, 이름 기억하기, 놀자고 제안하기, 놀이에 끼어들기 그리고 놀이에 집중하기 등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기술(social skills)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느린학습자 아동들은 친구에게 다가가 인사하는 것부터 쉽게 되지 않는다. 각 개인의 행동특성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기 때문에 새 친구를 사귀어 친한 친구 관계로 되는 일이 이들에겐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아이들 성향도 다르겠지만 느린학습자 아이들의 특성은 모든 발달 과정과 배움의 속도에서 느리다는 것이 특징이라 부모와 교사가 염두에 두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 중에는 너무 수줍음이 많아서, 행동이 매우 과격하고 산만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친구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다. 설령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나와 친구 하자고 제안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친구들이 봤을 때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워 친구 관계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느린학습자들이 공통적으로 IQ 71~84 정도의 인지적 수준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수치적인 지수일 뿐 각 개인이 지닌 정서, 행동, 신체와 언어 발달에서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여 지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전반적인 학습과 사회성, 적응에서 낮은 발달 수준에 있는 느린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부모와 교사가 새 학기 적응을 돕는 사회성·감성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리 반 친구 이름 기억하기
친구 이름을 부르는 것은 서로 친해지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기술 행동으로, 이름을 물어보고(정보 수집), 듣고(청각적 주의집중에 의한 부호화), 친구 얼굴과 매치하여(시각적 정보와 통합하여 단기기억저장) 기억해 내는(장기기억저장) 인지적인 산출 과정(저장된 정보를 적절한 환경적 맥락에서 활용)에 의해 일어난다. 친구 이름을 외우는 데에도 이렇게 복잡한 인지 과정이 언급되니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친구 이름을 외워서 기억하고 부르는 일이 쉬운 일인 것 같았지만, 느린학습자 아이들에게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가 이해가 가는 측면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도 친구들과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며 친하게 지내는 단짝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이름을 부르고 싶어도 기억이 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친구의 특징적인 점을 떠올려 이름과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것보다 사람의 특징적인 행동이나 모습을 기억하기가 더 쉽다. 이름은 그 사람을 구분짓는 명사의 표현이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기억하기엔 큰 특징되는 점이 없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교사가 먼저 우리 반 친구들의 특징이 되는 점들을 빈 얼굴에 그려보게 할 수도 있고, 글로 써보도록 할 수도 있다. 이 활동을 하기 전에 자신이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괜찮은 모습을 먼저 그려보고 발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난 후 친구들의 멋진 점을 천천히 살펴보며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친구가 안경을 썼다고 한다면, 안경테의 특징을 살려 “빨간 안경을 쓴 OOO”이라고 친구 이름을 짝지워주며 자연스럽게 친구의 특징과 얼굴, 이름을 운율적으로 맞추어 입에서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연습을 시켜주는 것이다. “빨간 안경을 쓴 OOO~” 식으로 표현을 반복하면 친구의 특징을 떠올릴 때마다 친구 이름도 같이 부르기 쉬워진다.
또 다른 친구가 목소리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면, “목소리가 큰 OOO”, 머리가 긴 친구는 “긴 머리 OOO” 등으로 친구들을 기억하기 쉬운 모습으로 짝지어 본다. 이 활동을 반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면 다른 친구끼리도 빨리 친해지기 쉽다. 단, 교사가 미리 친구들의 멋진 점이라고 생각되는 모습을 특징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때 몇몇 친구들은 놀리는 식의 장난스러운 말과 표현으로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새 친구 앙케이트
새로운 친구의 특징 하나와 이름을 익히는 활동을 하였다면, 다른 점들도 찾아볼 수 있도록 확장시키는 것이 다음 단계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과 함께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놀이와 관심 있는 활동 등을 나열해 본다. 그리고 친구에게 물어볼 질문도 다 함께 만들어 본다. “김치찌개 좋아하는 사람”, “돈가스 좋아하는 사람”, “보드게임 좋아하는 사람”, “피아노 잘 치는 사람” 등 몇 가지로 나누어 본다. 마지막으로 서로 교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친구에게 질문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OOO아, 김치찌개 좋아하니?” 이름을 부르며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과 놀이를 조사해 보도록 한다.
최대한 많은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조사하면 좋지만 느린학습자들에게는 어려운 활동이라 5명 정도로 정해 주어도 좋다. 마지막으로 교사가 우리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활동으로 나누어 서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질문을 활용하여 앙케이트를 실시하다 보면 아이들이 친구에 대해 다양한 모습을 인식하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되며, 느린학습자들도 반 친구들과 보다 쉽게 친해지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된다.
누구일까?
반 친구들이 친구의 특징이 되는 점들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면, 그 친구가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게임을 진행해도 좋다. 반 친구들이 상의하여 선정한 한 친구의 특징이 되는 멋진 점들을 칭찬해 주고, 칭찬을 받는 친구가 누구인지 맞추는 게임이다. 우선, 반 아이들 중 1~2명을 먼저 뽑는다. 이 친구들은 교실 밖에 잠시 나가 있도록 한다. 그리고 교실 안에 남아 있는 친구들 중에서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자원을 받거나 또는 칭찬해 주고 싶은 친구를 선정한다. 반 친구들 모두 동의하면 이제 밖에 나가 있던 친구를 교실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는 교실 안에 있던 친구들은 돌아가며 우리가 칭찬할 친구의 특징이 되는 모습을 한 가지씩 돌아가며 말한다. 교실 밖에 있던 친구는 반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친구의 특징을 잘 듣다가 누구를 표현하고 있는지 알아내면 큰 소리로 그 친구의 이름을 말해주는 것이다. 서로 돌아가며 친구들을 칭찬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칭찬하는 다양한 표현들을 배울 수 있게 된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
3월을 보내면서 이제는 서로 낯설고 수줍었던 마음이 점차 수그러지고 더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눈에 보이게 된다. 잘 보이기 위해 애써 행동했던 긴장감도 덜 해지면서 내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주게 된다. 이때, 내가 친구들에게 남기고 싶은 첫인상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해 보는 활동을 하면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에 대해 표현해 볼 수 있다. 첫인상은 처음 만났을 때의 내가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사실상 아이들은 첫인상을 좋게 하려고 나의 행동과 모습을 생각하며 이를 겉으로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 새 학기 긴장감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3월 말 정도가 되면 내가 학기 말까지 남기고 싶은 모습, 친구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나의 모습, 내가 바꾸고 싶은 나의 첫인상 등 다양한 나를 새롭게 보여 줄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3월 첫 주는 나도 모르게 너무 긴장해서 말을 잘 못했던 느린학습자들도 자신을 표현하면서 밝고 잘 웃는 내 모습으로 바꾸어 기억해 주길 바랄 수 있고, 관심을 끌고 싶어서 장난치다가 첫날부터 이름을 불린 반 친구도 한 달이 지나면 더 멋진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을 것이다. 이 활동을 통해 나의 원래 보여주고 싶었던 내 모습을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가정에서 도울 수 있는 활동
느린학습자의 부모들은 개학 전부터 걱정이 많다. 학교에 잘 적응하며 지낼 수 있을지, 친구는 사귈 수 있을지,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는 있을지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우선, 가정에서는 아이가 학교에 가는 시간을 즐겁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 안 하고 있으면 친구가 안 놀아준다”, “이런 것도 못하면 담임선생님이 뭐라고 하실거야”, “이런 식으로 하면 또 친구 못 사귀지” 등의 표현을 하게 된다. 이런 말들은 오히려 우리 아이들의 심리적 긴장과 불안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
우선, 학교생활의 일과에 대한 이야기를 잘 나누는 것이 좋다. “오늘은 어떤 활동을 할까?”, “오늘 공부는 뭘 하게 되나?”, “오늘 급식은 뭐 나왔어? 맛있었어?” 등 아이가 학교에서 할 활동을 기대하게 하고, 했던 활동 중에서도 잘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을 먼저 물어봐 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아이도 마음이 편해져 자신이 경험한 학교 일과를 보다 잘 기억하여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했던 활동을 다시 한번 가정에서 해볼 수 있다. 우리 반 친구들의 특징을 이야기하면서 친구 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나는 어떤 특징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는지도 표현해 볼 수 있도록 한다.
학교에서 했던 활동이 가정에서도 연계가 된다면 느린학습자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보다 잘 적응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학교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가정에서 함께 나누며 반복적인 훈련을 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담임선생님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 아이의 특성을 고려한 지도를 해주실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여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도록 함께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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