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전환학년을 통해 본 한국의 자유학기제와 오디세이학교   2019-01-16 (수) 16:14
정병오  
   아일랜드 전환학년을 통해 본 한국의 자유학기제와 오디세이학교 (정병오).pdf (131.2K) [40] DATE : 2019-01-16 16:14:37

아일랜드 전환학년을 통해 본 한국의 자유학기제와 오디세이학교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서울시교육청 오디세이학교 교사)
 
 
1. 들어가는 말
 
  지난 해 11월 29일(목)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전문가인 Gerry Jeffers 교수(Maynooth University)를 모시고 “전환학년제와 자유학년제”라는 주제로 포럼을 가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도입되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포럼의 발제자인 제리 제퍼스 교수가 한 이야기는 2013년부터 많은 한국의 자유학기제 담당자들이 아일랜드를 방문해 전환학년제를 배워간다고 했지만,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한국의 자유학기제는 유사점이나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차이점이 더 많다고 지적을 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그랬다. 
  그런데 이 포럼을 진행하면서 필자가 놀란 것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서울시교육청의 오디세이학교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서울시교육청의 오디세이학교는 2015년 시작부터 지금까지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를 벤치마킹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오디세이학교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애프터스콜레와 오디세이학교는 중학교 졸업 후 1년의 교육과정을 갖는다면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내용 면에서는 많은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그만큼 두 나라의 사회 문화적 배경이나 교육 환경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4년의 역사를 통해 형성된 오디세이학교의 모습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놀랍게 유사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 사실은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오디세이학교의 나아갈 방향과 관련하여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2. 중학교 자유학기제 초기 방향 설정 과정에서의 아쉬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자유학기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유학기제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들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2012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이후 자유학기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자유학기제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한국의 자유학기제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한국의 자유학기제는 한국 교육의 토양 가운데서 아이들이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끼를 키워가도록 하는 최선의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때 잡았던 자유학기제의 틀이 과연 원래 정책 도입 취지를 담아낸 최선이었나 하는 반성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자유학기제 도입 초기에 아일랜드 전환학년제의 정신과 고민을 좀 더 많이 배우려 하지 않고 너무 쉽게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외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 때도 비록 소수의 목소리이긴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전환학년제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좋고, 교육과정 개혁을 견인하도록 해야 하는 주장이 우세했다. 필자도 당시 자유학기제가 전환학년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학기제의 주 흐름은 교육과정 개혁의 방향으로 가더라도 전환학년제의 방향을 놓지 않고 시범 실시 형태로 함께 가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못내 아쉽다. 
 
 
  물론 이렇게 교육과정 개혁의 방향으로 지속되어온 자유학기제가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필자는 자유학기제 정책이 그동안 한국에 실시되었던 그 어떤 정책보다 의미가 있고 영향력도 컸다고 판단한다. 첫째,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지필평가를 하지 않고 점수로 환산되는 성적을 산출하지 않음으로 시험 없이도 교육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둘째로 자유학기제는 소위 주지과목이라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교과 시수를 축소하고 이 시간을 모아 자유선택교과를 개설함으로 주지과목의 시수를 축소하는 것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셋째, 자유학기제는 교사에게 완벽한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을 주면서 교사별 평가체제를 가져왔다. 넷째, 선택교과의 확대로 아이들에게는 실질적인 선택이, 교사들에게는 새로운 교과 개설과 교육과정 설계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한계도 많이 노출하고 있다. 첫째, 교육과정의 축소 없이 지필 평가를 없앤 것만으로 아이들과 학부모의 공부 부담을 덜어주는데 한계가 있었다. 둘째, 짧은 기간에 전면 실시를 함으로 인해 이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학교에서 형식화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셋째, 학교 현장 운영의 자율성을 주지 않고 일정한 틀에 가둠으로 인해 획일화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3. 오디세이학교의 실험과 아일랜드 전환학년제
 
  오디세이학교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1학년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교과 중심으로 꽉 짜여진 입시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자기와 세상을 탐색하고 스스로 배움을 기획하고 성취하는 경험을 하며, 함께 협업하며 갈등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미래를 설계해 나가도록 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민간대안교육이 협력하여 2015년 시작을 했다. 물론 오디세이학교는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를 모델로 삼았다. 하지만 그 내용 면에서 볼 때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도 놀랍도록 유사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1) 시기
  오디세이학교나 전환학년제 다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도 이 시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아마 이 시기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지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2) 대상
  오디세이학교나 전환학년제 다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93%의 학교가 이 과정을 제공하고 72%의 학생이 이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4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결과이다. 물론 단지 시간만 흐른 것이 아니고 정부의 정책적 견인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도입 초기에는 매우 조금씩 증대한 것을 볼 수 있다.
  오디세이학교도 지난 4년 동안 새로운 개념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인식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모집 인원인 90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약간의 미달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4년차에 들어서면 1.5: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점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교육청에서도 오디세이학교를 도입하려는 노력들이 있고, 2018년에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창원자유학교’를 시작한 바 있다.
 
3) 정규 학제와의 관련성
  전환학년이나 오디세이학교나 정규 학제 속에 있다. 물론 이 과정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지만 선택을 했을 경우 정규 학제의 한 부분으로 인정을 받는다. 
 
4) 교육목표
  아일랜드 전환학년은 다음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 사회 의식 및 사회적 능력과 더불어 개인적 발달을 중시하는 성숙을 위한 교육
- 학제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중시하며 일반적, 전문적, 학문적 기술을 증진하는 교육
- 개인의 발달과 성숙의 토대로서 성인과 직업인의 삶을 경험하는 교육
 
  오디세이학교도 대략 다음과 같은 교육목표를 가지고 있다.
 
- 학생들이 안심하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를 형성함을 통해 자기 존중과 상호 존중을 배우며, 자신에 대한 성찰과 갈등을 풀어가는 법을 배운다.
- 지성 뿐 아니라 감성과 신체의 다양한 감각을 깨우고, 내면의 호기심과 관심에 따라 질문을 던지며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배움의 주체가 되며 배우는 법을 배우고 즐기게 된다.
-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만나며 다양한 삶의 만남을 통해 세상에 눈을 뜨고 세상에 기여하는 법을 배우며 시민으로 성장해 간다.
 
  물론 이러한 교육의 목표는 이들이 중학교 3학년까지 학교와 사회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아왔으며,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고 어떤 점을 보완해 가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각 나라의 교육적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그 근본 지향에 있어서는 유사한 점이 많이 보인다.
 
5) 교육과정
  전환학년의 교육과정은 4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부분은 필수 교과, 두 번째 부분은 선택교과, 세 번째 부분은 다양한 응용 교과나 프로젝트, 네 번째는 학교 밖 사회나 직업 세계 가운데서 함께 하는 활동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분은 대학 입학 시험에 성적이 반영되는 과목들이다.
  오디세이학교의 경우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국어, 영어, 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 한국사 6개 과목을 이수한다. 단 이 과목을 1년 동안 3단위로 축소해서 공부한다. 물론 이 과목에 대해 오디세이학교 내에서 성적과 등급을 산출한다. 나머지 과목은 대안교과로 이루어진다. 대안교과에는 지성, 감성, 신체 등을 자극하고 촉진하는 과목들과 우리 주변의 문제들의 원인을 학습하고 그 대안을 만들어서 실천해보는 프로젝트 활동, 인턴십이나 기획여행 등과 같은 활동들로 이루어진다.
 
6) 교육의 성과 
  전환학년의 경우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성숙해지고 자신감을 가지며 친구나 교사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성적도 좋아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연히 이런 교육적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하나의 제도로 정착될 정도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디세이학교의 경우 아직 4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성과를 말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매해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특별히 학생들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표현력이 좋아지며 주체성과 기획력이 키워지며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학부모들의 경우에도 자녀가 밝아지며 적극적이 되고 가족관계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일반 학교에 복교한 이후에 다소간의 문화적 충격을 겪고 힘들어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오디세이학교에서 길러진 내면의 힘을 바탕으로 힘든 입시경쟁구조 안에서도 비판적이고 성찰적 사고를 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경우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4. 자유학기제와 오디세이학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정권을 건너 뛰어 살아남은 정책이고, 몇몇 교육청에서는 한 학기가 아니라 한 학년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확대 발전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볼 때는 형식화되고 일상화되고 있다. 획일적인 우리 교육을 변화시키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좀 더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전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틀을 벗어버리고 자유학기제 실시 학교와 실시하지 않는 학교를 구분하고 자유학기제 희망자 중심의 학생과 교사로 구성된 학교에서 현재의 교과 중심의 획일적 교육과정을 벗어난 교육 본질에 기반한 파격적 실험을 통해 중학교 교육의 변화를 견인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오디세이학교는 아일랜드 전환학년제가 어떻게 아일랜드 전체 교육으로 확산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현재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것을 교육부 차원에서 제도화하고 이를 보다 많은 학교로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일랜드가 전환학년을 아일랜드 교육개혁의 중추적인 도구로 사용했던 모델을 유심히 살피고 적용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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