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보다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의 가능성과 한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논의-   2018-11-14 (수) 15:12
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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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보다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의 가능성과 한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논의-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 소장)
 
 
서론 : 학교 지식교육 경시에 대한 문제제기
 
  학교교육은 교실에서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수업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수업은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교과서를 주된 매체로 한다. 교과서 내용은 기본적인 개념들이 반복 또는 보충적으로 제시되면서 점차 높은 수준의 지식으로 확산된다. 수업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지식 확보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교육 내용에 적합한 교수기법을 활용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수업을 통해 기본 개념을 철저하게 이해시키고, 중요한 원리들에 대해서는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 등 상위 단계의 학습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암기시키기도 한다. 이것이 지식교육을 중시하는 학교교육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학교교육의 두 축은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이다. 학교교육은 지식교육과 함께 인성교육도 중시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수업 중에 학습 주제 관련으로 조금씩, 그리고 학교행사나 생활지도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교육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기존의 지식을 중시하는 교육과정 체제나 내용을 비판하면서 역량을 중시하는 새로운 교육과정 모델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이 관심을 끌면서 지식교육 대신 창의력과 인성교육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중요한 개념과 원리를 암기시켜서라도 확실하게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는 교사들이 21세기 지식사회를 대비한 인재육성 방향과 역행하는 입시위주 교육을 한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이에 따라 교과서, 교수법, 평가에 대한 관점, 그리고 교사와 학생의 역할에 대한 관점 등에 대하여 새로운 논쟁이 야기되고 있다. 
  본 글은 핵심역량 중심의 2015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이를 대비하여 교육과정 연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였지만, 교육과정 실행자인 교사들이 가르치는 내용이나 방법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를 찾아보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학교현장의 부적응 또는 더딘 변화가 새로 도입된 역량과 기존의 지식교육의 관계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검토해볼 것이다. 그리고 상이한 교육과정 유형에 따라 대두된 새로운 교수법들의 적절성과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 상황 분석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와 함께 지식의 위상, 성격, 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가 대두되었고, 역량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다. 핵심역량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론은 ‘핵심역량의 정의 및 선정(DeSeCo: Defining and Selecting of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DeSeCo 프로젝트를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 동안 수행하였으며, 12개 OECD 회원국이 참여하여 직업 및 생애 역량 요인을 조사하였다. 경제 관련 국제기구인 OECD에서 주관했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역량 개념은 주로 기업이나 직무 단위에서 요구되는 능력의 의미로 활용되었다. 
  국가별로도 DeSeCo 프로젝트에서 제안한 핵심역량을 자국의 맥락에서 재개념화하여 이를 토대로 새로운 국가교육과정을 설계하고자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DeSeCo 프로젝트 이후 전통적인 교육과정 설계 방식에 대한 대안적인 교육과정 설계의 틀인 역량 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2007년부터 3년 계획으로 세 가지 시리즈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그 이후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시기까지 다양한 연구가 개인적, 국가적 차원에서 수행되었고, 최근엔 이를 학교 현장에 적용시키기 위한 연구와 연수가 계속되고 있다. 
  핵심역량은 미래형 교육과정이라고도 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도입을 위한 논의가 전개되기는 했으나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에 포함되지는 못했다. 대신 비교과 영역인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인성 영역의 핵심역량인 창의성, 배려, 공동체 의식, 개방성, 봉사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자 했다. 2015년 9월 23일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중심 교육과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핵심역량을 핵심 개념으로 하고 있는데, 교육과정 역사상 처음으로 역량의 개념을 총론 문서에 명시적으로 반영하였다.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렇게 네 가지를 들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역량으로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의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1)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모토인 창조경제, 창조경제를 위한 국정목표인 창의융합교육,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핵심역량 개발의 위계를 갖기 때문에 학교교육의 목표가 지식교육에서 핵심역량 개발로 전환된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는 총론의 교육과정 구성의 방향에서 ‘1. 추구하는 인간상, 2. 교육과정 구성의 방침’의 순서이었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추구하는 인간상’과 ‘교육과정 구성의 중점’ 사이에 새롭게 “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해 교과교육을 포함한 학교교육 전 과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핵심역량은 다음과 같다.”를 추가하였다. 따라서 교육목적의 체제는 추구하는 인간상, 핵심역량, 각급 학교 교육목표의 순으로 구성되어 핵심역량을 학교교육 목표의 상위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역량과 핵심역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교육과정 총론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교육과정 연구자들이나 현장의 교사들은 역량의 개념에 대해 현재까지도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다음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육과정 연구를 수행하면서 역량 기반 교육과정에 관하여 개인 및 기관에서 수행한 다양한 연구들을 분석한 한혜정과 이주연의 2017년 논문에서 관련 자료를 발췌한 내용이다.2)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역량 개념 자체의 모호성과 이론 및 방법론의 부재로 인해 여러 가지 오해와 편견에 둘러싸여 있으며, 구체적인 모습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여전히 ‘선언적인 구호’나 ‘희망사항’으로 논의되고 있다. 역량과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합의된 이론이나 방법론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역량기반 학교교육과정을 구현해 내는 교육과정에서도 상당한 혼란과 오해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자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기존의 지식을 강조하는 학문중심 교육과정을 ‘대체’하는 것으로 이해하거나 학문중심 교육과정과 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이분법적 대립 구조의 상호 배타적인 관계로 오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또한 교사들의 경우 역량기반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기존의 지식기반 교육을 ‘약화’할 소지가 있거나 이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였다.
  한혜정과 이주연은 같은 논문에서 역량과 교과교육, 그리고 창의적 체험활동의 관계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바, 이를 통해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이 학교현장에 어떤 혼란과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3)
  역량 함양은 교과 지식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학문중심 교육과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교육에서 역량은 교과지식을 제외한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비교과 활동을 통해서도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교과 지식 이외에 실제적 과업을 창의적으로 수행하거나 완성할 수 있는 능력, 일상 생활에서 당면하는 문제들을 대처하고 해결하는 능력, 타인과의 협동 능력 등의 실제적 능력을 배워야 한다. 여기서 실제적 역량이 교육내용의 성격상 교과 지식과 엄연히 다른 것이라면 교육과정 구조는 교과교육 이외에 역량 함양을 위한 별도의 영역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기존의 창의적 체험활동의 역할과 비중을 현재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현재의 교육과정 지침에서 역량 함양을 위한 별도의 영역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을 제시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초등학교) [부록 1]에는 개정에 관한 묻고 답하기가 제시되어 있다. ‘교과 역량은 무엇인가요? 핵심역량과 어떻게 다른가요?’라는 질문의 답변에서 교과 역량과 핵심역량을 구분하고 있다. ‘역량은 일반 역량과 교과 역량의 차원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과 역량은 교과가 기반한 학문의 지식 및 기능을 습득하고 활용함으로써 길러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핵심역량은 일반 역량에 해당합니다. 일반 역량은 교과 역량을 아우르며 조절하는 총체적인 역할을 하고, 일반 역량은 교과 역량이 제대로 계발되어야 발달될 수 있으므로 일반 역량과 교과 역량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라고 제시하고 있다.4) 여기서 핵심역량은 교과수업과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과정 각론, 즉 수업과 직접 관련된 교과별 교육과정에는 역량이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에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에는 총론의 6가지 핵심역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핵심역량은 교과에서 다루기보다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목표 및 내용이라고 봐야한다는 근거도 있다. 2015 개정 창의적 체험활동 해설(초등학교)에는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활동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교육과정이다. ... 교과활동은 특성상 교과 고유의 지식, 기능 등을 바탕으로 하여 인지적, 학문적인 접근을 주로 하게 된다. 반면에,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활동에 의해서 습득된 것들을 적용하고 실현해 보는 교과 이외의 활동이다. 접근 방식도 구체적인 체험 활동 중심이다. ... 또한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자신감이나 성취감을 고양시킬 수 있다. 그리고 교과활동에서 달성할 수 없는 능력, 기능, 태도를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하여 배양할 수도 있다.’라고 제시되어 있다.5) 
  핵심역량을 교과 역량과 분리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다루어야 할 일반 역량이라는 것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도입한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초등학교)에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구조 개편으로서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교과외 활동으로 재편하여, 글로벌 창의인이 구비해야 할 핵심역량을 획득할 수 있는 학습기회로 활용하도록 한다.’로 제시되어 있다.6)
  우리의 교육과정 지침을 근거로 한다면, 교과수업에서는 교과 고유의 지식과 기능을 인지적·학문적 접근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고, 교과수업에서 가르칠 수 없는 핵심역량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교과수업에서 지식보다는 핵심역량을 지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틀린 것이며, 교과수업 중에 핵심역량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실현하기 어려운 요구라고 여겨진다. 
  사실 한정된 시간의 교과수업을 통해 교과의 기초 개념이나 원리, 해당 교과영역에서 알아야 할 보편적 지식, 그리고 학년(군)에서 배워야 할 필수학습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기초·기본 학력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서 보충학습까지 제공해 주어야 하는 교과담당 교사들에게 핵심역량 과제를 추가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을 통해 교과지식과 함께 핵심역량을 배양해 주기 위해서는 교과활동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효과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핵심역량을 교과수업과 연계시키려 한다면 정규 교과 이외에 교과를 통합한 융합교과를 개설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과학고나 과학중점학교에서 주당 2시간의 과제연구(R&E) 과목을 별도로 개설하여 팀별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수법의 현장 적용 분석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핵심역량 개발을 위한 교수법에 대해서도 상당한 연구가 이뤄졌다.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구상하면서 인터넷이라는 괴물이 모든 지식과 정보를 쉽게 알려 주는 21세기에 교사 중심의 설명식 수업을 끝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은 단순 지식이나 정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주입시키는 체제로부터 벗어나 자기 스스로 지식을 찾아 만들어내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체제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7)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수법에 대해서도 총론 문서에 제시하였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구성 중점 사항의 하나로 ‘다. 교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활성화하여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고 학습의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한다.’라고 명시한 것이다.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는 학생 참여형 수업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정의 기본 방향에 대한 해설에서 단순한 지식 습득에서 벗어나 실제적인 역량의 함양이 가능하도록 협력학습, 토의·토론 학습 등의 학생 참여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확대하는 등의 구체적인 수업개선 방안 등을 제시하였다. 교육과정 고시일에 배포된 교육부 보도 자료에서 ‘지식위주의 암기식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으로 교육 패러다임 전환’, ‘학습의 전이를 높이는 심층적인 학습 추진’, ‘학생 중심 교육으로 수업 개선’, ‘프로젝트 수업 제시’, ‘실생활 학습으로 흥미 있게’ 등에서 다양한 학생 참여 수업의 유형이 권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8)
  핵심역량의 개념과 이의 개발을 위한 학생 참여형 수업은 시·도교육청 단위의 교육과정 연수를 통해 각급 학교에 전달되었다. 핵심역량과 학생 참여형 수업은 혁신학교 운동에서 추구하는 새로운 학력관과 배움 중심 수업과 거의 일치한다. 이에 따라 진보교육감 소속의 시·도교육청들은 핵심역량을 참된 학력(경기), 신학력(강원), 참학력(전북, 충남), 미래 학력(충북) 등으로 재개념화하여 적용하고 있다. 교수법 측면에서는 하브루타나 토론학습, 협력 학습 형태의 ‘질문이 있는 교실’을 모든 교육청에서 강조하고 있다. 학생 참여형 수업은 우수 교육과정 표창, 수석교사 연수, 수업선도교사 선정 등을 통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정책적 지원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사들이 배움의공동체연구회, 하브루타교사연구회, 거꾸로 수업을 추진하는 미래교육네트워크, 융합인재교육(STEAM)교사연구회, 스마트교육학회 등에 참여하여 참여형 수업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브루타, 질문이 있는 교실 등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수업방법을 교사들이 함께 연구하고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상황에 따라 다양한 교수법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 참여형 수업 강조가 상대적으로 교사의 수업 지도성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하브루타나 질문이 있는 수업의 배경 이론인 학습 피라미드 이론은 강의를 들으면 5퍼센트를 기억할 수 있고, 읽으면 10퍼센트만 기억할 수 있는 반면, 질문하면서 가르치면 90퍼센트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의 설명식 수업이 매우 비효과적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학습 피라미드 이론은 에드가 데일의 ‘경험의 원추’를 오용한 것으로 10퍼센트 단위로 실험 결과가 제시된 근거가 없을 뿐더러 과학적인 실험 연구에서 나올 수 없는 통계라고 한다. 또한 학문적 권위를 의미하는 미국행동과학연구소 또는 국립교육연구소로 번역되고 있는 연구수행 기관명 NTL National Training Laboratory은 실제로는 국책연구기관이 아니며, 성인들의 의사소통 훈련을 전문으로 하는 사설단체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교육공학 저널인 『Educational Technology』에서는 2014년 11월-12월호 특집판 ‘기억 유지율 미신과 데일의 경험의 원추 변조 (The Mythical Retention Chart and the Corruption of Dale’s Cone of Experience: Special Issue of Educational Technology)’에서 4명의 교수들이 근거 없는 이론인 학습 피라미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들은 이 사이비 이론이 인터넷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21세기 인터넷 세상의 대표적인 문제라고 여기면서 학계나 현장에서 이를 적용할 경우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9) 참고로 다수의 학자들이 학습 피라미드 이론의 근원과 변형 과정을 연구하여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으며, 그들은 이를 미신(myth) 또는 사기(fraud)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혁신적인 수업 방법으로 널리 알려진 하브루타 수업은 앞에서 논의한 학습 피라미드를 주된 이론적 배경으로, 그리고 이스라엘 노벨상 수상 실적을 성과로 제시하고 있다. 한 공영 방송에서 토론하는 하브루타 광경을 혁신적인 수업방법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도서관에서도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짝을 지어 열띤 질문과 토론을 하는 하브루타의 모습은 특별히 높은 노벨상 수상 실적을 낸 이스라엘 학교교육의 모습과 동일시되었다. 이를 보고 들은 사람들이 질문과 토론이 없는 교사 중심의 지식교육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교육현장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방영된 화면은 이스라엘의 정규 초·중·고교의 모습이 아니었다. 수학이나 과학 등 일반과목은 배우지 않고 오직 토라(모세오경)와 탈무드만을 학습하는 유대교 종교학교인 예쉬바였다. 하브루타 장면이 나오는 장소는 도서관이 아닌 유대교 사원이나 예쉬바에 구비된 전용 토론실이었다. 하브루타로 대표되는 이러한 종교교육은 이스라엘의 노벨상 수상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또한 이스라엘 교육에서 암기는 매우 중요한 학습방법이며, 하브루타 교육법은 토론에 앞서 꼼꼼하게 어휘를 확인하는 등 독해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이스라엘 학교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암기해야 할 내용은 암기하고, 선생님과 교과서 내용을 꼼꼼하게 분석하여 이해하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토론 수업 자체는 잘못된 교육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하브루타 수업을 강조하면서 학습 피라미드 이론을 근거로 우리의 수업을 하브루타로만 바꾸면 노벨상 수상이나 생활지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인과관계적 분석은 교육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맺음말 : 새로운 교육과정 적용상의 문제점은 없는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교바사) 이찬승 대표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시행 첫 해에 진행된 시·도교육청별 교육과정 전문가 양성을 위한 직무연수 자료를 분석한 후 몇 가지 문제 제기를 하였다. 먼저, 학교교육의 목표를 핵심역량 함양으로 대체하는 것은 기존의 지식기반 교육에서 역량기반 교육으로의 대전환을 의미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대전환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았다. 다음으로, 역량교육을 지식교육의 대안처럼 포장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특정 역량의 발휘는 그 역량과 관련된 기반 지식이 충분히 습득되어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중심 학습 방식이 교사중심 수업 방식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수업 대상 학생이나 교과 내용에 따라 서로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10)
  『최고의 교수법』의 저자인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는 미래 핵심역량 개발을 위해 학생 주도적, 학생 참여적 수업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고 있지만, 교사 주도의 설명과 강의식 수업마저 주입식으로 매도되면서 주로 이 방법에 의존해 온 교사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파악했다. 새로운 사실적 지식을 전달 및 이해시키려고 할 때 효과적인 강의법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식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교수법은 수업의 내용과 목표, 가르치는 사람의 특성, 학생의 특성, 그리고 수업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11)
  최근 영국에서는 1999년부터 2012년까지의 영국의 교육상황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Seven Myths about Education)이 출간되어 교육과정, 교수법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12) 이 시기에는 교육과정 내용 측면에서 지식보다는 역량이 강조되고, 방법 측면에서 교사가 수업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터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겨졌다. 그 결과 학력 저하 등의 문제들이 나타났고, 2013년부터는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새로운 교육상황이 전개되었다. 이전과 정반대로 역량보다 지식이 강조되고, 수업의 주도권이 학생으로부터 교사에게 환원되었다. 그 결과 학력 향상 효과,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자신감 제고 등 바람직한 교육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영국의 교육과정을 상당 부분 참고하고 있다. 우리의 2009 개정 및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지식보다 핵심역량을 강조하는 것과 교사 주도의 수업보다 학생 주도의 활동 중심 수업을 강조하는 것은 영국의 1999년부터 2012년까지의 교육과정이 강조한 것과 동일하다. 과거 영국의 교육 문제들을 우리도 겪고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권장되는 교육과정 목표와 교수법을 실제 수업에 적용하기 힘들어 하고, 기초·기본 학력 미달 학생들의 증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점차 학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증거도 나타나고 있다.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던 영국은 이미 이를 탈피한 시점에 우리는 혁신적인 교육이라고 여겨 적극적으로 이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도 우리의 교육현상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고, 함께 혁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참고 문헌 
 
주1)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교육부 고시 제2015-80호[별책1], pp. 1-2. 
주2) 한혜정, 이주연, “학문중심 교육과정 및 이해중심 교육과정과의 비교를 통한 역량기반 교육과정 이해”, 󰡔교육과정연구󰡕, 2017, 35(3), p. 205.
주3) 한혜정, 이주연, 앞의 글, p. 215
주4) 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 : 초등학교. 2016. p. 134.
주5) 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창의적 체험활동 해설 : 초등학교. 2017. p. 12.
주6) 교육부,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 초등학교, 2009. p. 19.
주7) 허숙 외. 북유럽 교육선진국의 학교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실태 조사 연구, 교육과정평가원, 2010.
주8) 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 확정 발표, (보도자료 2015.9.23.)
주9) Subramony, D. et al., “The Mythical Retention Chart and the Corruption of Dale’s Cone of Experience,” Educational Technology, Vol.54. No.6. (2017)
http://www.academia.edu/25466229/The_Mythical_Retention_Chart_and_the_Corruption_of_Dales_Cone_of_Experience_Special_Issue_of_Educational_Technology_-_Nov_Dec_2014
주10) 이찬승,. “학교교육의 목표 = 핵심역량 함양’에 대한 긴급 문제제기”,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2018.1.18.) http://21erick.org/bbs/board.php?bo_table=11_5&wr_id=100660, pp. 2-5.
주11) 박남기, 최고의 교수법: 가르치는 사람이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것, 서울: 쌤앤파커스. 2018), pp. 323-324.
주12) Christodoulou, D., Seven Myths about Education. Routledge. 2014. 김승호 옮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 서울: 페이퍼로드. 2018, p. 96.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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