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교육과정 도입이 학교교육 혁신에 희망이 될 수 있는가?   2018-10-31 (수) 13:49
이찬승  
   IB 교육과정 도입이 학교교육 혁신에 희망이 될 수 있는가 (이찬승).pdf (398.3K) [58] DATE : 2018-10-31 13:51:12

IB 교육과정 도입이 학교교육 혁신에 희망이 될 수 있는가?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IB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이하 IB)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뜨겁다. IB는 1968년 디플로마 프로그램(DP: 고2~3 2년간 이수하는 고교졸업자격증 프로그램)의 시발로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세계적으로는 2018년 10월 2일 기준 150개가 넘는 나라의 4960개 학교에서 6425개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IB 프로그램(PYP, MYP, DP, CP)을 도입하는 학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2~2017(5년) 사이 프로그램 기준 39.3%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표 1>). 프로그램 당 25명(기준)으로 전체 참가 학생 수를 계산하면 약 1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표 1> IB프로그램 5년 증가율(2012-2017)
 
  아시아권에서는 최근 일본이 일부 과목을 일본어로 진행하는 IB 프로그램 도입을 IB본부(IBO)로부터 인가받아 IB 도입학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원래 계획은 2018년까지 200개 학교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인증에 걸리는 시간, 교사 양성 등 준비의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까지 IB를 도입한 학교 수는 2018년 8월 기준 84개 정도이며, 준비 중인 학교까지 합치면 약 140개교에 이른다고 한다(이혜정, 2018). 한국의 경우는 개별 프로그램 기준 25개의 학교가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대부분 국제학교 등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국가가 상당 부분의 재정을 지원하는 공교육의 경우는 경기외고의 IBDP가 유일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제주와 대구 교육청이 IB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며 서울을 비롯해 다른 교육청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IB 교육과정이 한국의 학교개혁에 주는 주요 시사점과 이것의 장점 활용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IB 교육과정의 주요 특징
 
IB 교육과정은 아래 <표 2>와 같은 틀로 구성되어 있다. 
 
<표 2> IB 교육과정의 틀
(교육과정평가원 IB 교육과정 현황과 쟁점 탐색 세미나 자료집, 2018)
 
1) 사명선언문과 학습자상
 
  사명선언문은 IB 학습자상과 함께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개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사명과 학습자상이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속에 철저히 녹아(붙박이로 디자인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습자상(learner profile) 10가지는 전인교육을 지향한다. 특히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웰빙을 매우 중요시하고 이를 프로그램을 통해 실천한다.
 
  IB 학습자상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모든 IB 프로그램의 목표는 서로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을 서로 분담하며, 더 살기 좋고, 평화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데 공헌할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을 지닌 사람들을 기르는 데에 있다.”
 
▶ IB 학습자상 10가지 
① 탐구하는 사람(inquirers)
② 깊고 넓게 지식을 갖춘 사람(knowledgeable)
③ 생각하는 힘을 갖춘 사람(thinkers)
④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communicators)
⑤ 원칙과 규범을 지키는 사람(principled)
⑥ 열린 마음을 갖춘 사람(open-minded)
⑦ 배려하는 사람(caring)
⑧ 도전 정신을 갖춘 사람(risk-takers)
⑨ 지·덕·체 균형 잡힌 사람(balanced)
➉ 숙고·성찰하는 사람(reflective)
 
  또 ‘폭 넓고 균형을 갖춘, 개념중심의 학습, 교과 간 통합수업을 지향’하는 것도 IB 교육과정의 큰 특징이다. 이는 아래 <표 3>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2) IB 프로그램(교육과정) 구성과 내용
 
  IB 교육과정에는 초등학교(PYP), 중학교(MYP), 고등학교(DP), 고등학교(CP) 총 4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표 2 참조>). 한편 각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학습 목표와 핵심 개념은 아래 <표 3>과 같다(CP는 생략).
 
<표 3> 학교급에 따른 IB 교육과정 구성 및 실행 구도(정영근, 2018)
 
  위 표의 교육과정 구성을 보면 초등 프로그램(PYP)은 범교과 융합적 접근을 하고 있고, 중학교 프로그램(MYP)은 복수 교과 간의 통합교육을 지향하며 고교 프로그램(DP)으로 오면 교과중심의 성격이 강화되나 과제논문(Extended Essay, EE)과 지식론(Theory of Knowledge, TOK) 부분에서는 여전히 범교과적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
 
3) 학습 및 수업지도에 대한 접근법
 
  IB 프로그램은 학습과 수업지도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가지고 있다. 학습에 대한 접근법(approaches to learning)은 한국의 교육과정으로 말하면 주요 역량을 서술한 것인데 IB에서는 이를 ‘학습 스킬(learning skills)’이라고 부른다.
 
▶ 학습에 대한 IB 접근법
① 사고력(thinking skills)
②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s skills)
③ 사회적 스킬(social skills)
④ 자기관리 능력(self-management skills)
⑤ 리서치 능력(research skills)
 
  한편 수업지도에 대한 접근법(approaches to teaching)은 수업지도방법과 평가에 대한 지침을 아래와 같이 통합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 지도에 대한 IB 접근법
① 탐구기반 지도(based on inquiry)
② 개념 이해에 초점 두기(focused on conceptual understanding)
③ 글로컬(glocal) 맥락에서 향상·발달 추구(developed in local & global contexts)
④ 효과적인 팀워크와 협업(focused on effective teamwork and collaboration)
⑤ 개별화 교육으로 모든 학생의 필요 충족하기(differentiated to meet the needs of all learners)
⑥ 형성평가와 총괄평가 정보를 근거로 삼기(informed by formative and summative assessment) 
 
  이상의 수업지도 및 학습에 대한 접근법 중 특히 아래 5가지에 대해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리서치 능력
  21세기 사회의 특징은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그럴수록 증거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서치 능력은 필수적이다. IBDP를 이수하는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2년에 걸쳐 4000자 분량의 과제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리서치 능력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IB는 리서치 능력 향상을 학습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2) 탐구기반 지도
  IB에는 IB만의 고유한 수업 모형이 있다. 기본적으로 질문하고(inquiry) 학습활동을 한 다음(action) 깊이 성찰(reflection)하는 3단계를 따른다(<표 4>). IB 학습자는 지속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탐구할 것이 요구된다. 지적 호기심이 학습자의 큰 내적 동기로 작용하게 한다. 또 IB 학습은 실제적인 삶 속의 문제 해결을 중시한다.
 
<표 4> IB 교수·학습 모형과 학습자상과의 연계
 
(3) 개념 이해에 초점 두기
  IB는 학습의 목표를 서술할 때 ‘지식(knowledge), 개념(concepts), 스킬(skills)’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사실적 지식(factual knowledge)의 습득을 넘어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의 교육과정은 내용기반(content-based)이고 분과 학문적 경계가 견고하다. 그래서 IB처럼 개념기반(concept-based) 학습으로의 전환이 매우 어렵다. 내용중심 학습과 개념중심 학습의 차이는 아래 <표 5>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표 5> 선형적 사실적 지식(좌)과 개념적 지식(우)
 
  2015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핵심개념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교과의 구성과 수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내용기반 교육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사실적 지식의 습득과 이의 평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개념기반 교육과정에서는 개념적 학습을 중시하는데, 이는 사실적 지식의 교과 내, 교과 간 연결 관계의 이해를 중시함을 의미한다. 학습한 것이 전이가 가능하려면 개념기반 교육과정 운영과 수업이 필수적이다.
  한국도 ‘주제 중심’이란 표현 대신에 ‘개념 이해 중심’이란 용어를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진도 나갈 것이 많으면 사실적 지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업이 불가피하다. 사실적 지식의 전달 수업에서는 위 그림의 우측과 같은 개념 중심의 수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교과 이기주의 및 내용중심 교육과정에 안주하는 교육시스템이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4) 개별화 교육으로 모든 학생의 필요 충족하기
  수업지도와 학습에 대한 접근법 중 주목해야 할 또 하나는 ‘개별화 교육으로 모든 학생의 필요 충족하기’이다. 한국의 경우 개별화 교육에 대한 오해가 많다. 개별화 교육이 개인별 지도(individual instruction)를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다. 개인별 지도는 특수교육에서 사용하는 접근이다. 개별화 교육의 핵심개념은 개인이나 집단의 차이를 존중하는 교육 및 수업지도 방식이다. IB의 경우 주어진 6개 영역에서 자신이 원하는 수준을 개인이 선택한다. IB의 경우 내부 시험의 하나인 4000자 과제논문의 주제도 개인이 선정한다. IB 교육과정은 개별화 교육의 전형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5) 형성평가와 총괄평가 정보를 근거로 삼기
  수업지도와 학습에 대한 접근법 중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하나는 ‘형성평가와 총괄평가 정보를 근거로 삼기’이다. 한국의 경우 총괄평가를 경시하고 과정중심 평가라는 짝퉁 형성평가가 실행되고 있다. 성취수준 혹은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에 모두가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수업과 평가가 아니면 이는 짝퉁일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정책이고 교육이다.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4) 프로그램 개발 기준과 실행 지침
 
  IB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교육과정 편성을 의미) 이를 실행에 옮길 때 지켜야 할 기준과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IB에는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없다. 오직 평가 루브릭인 성취목표이자 평가기준만 있을 뿐이다. 학생 개개인에게 수강할 과목과 수준을 선택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또 이를 철저히 지키는 것은 IB 학교 인가 및 유지의 필수 조건이다. 그 기준은 아래 <표 6>과 같다.
 
<표 6> IB 프로그램 개발 기준(standards)
 
  위 <표 6> 각각의 기준에 대해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식이다.
 
5) 한국 교육과정과 IB 교육과정의 특징 비교
 
  한국 교육과정과 IB 교육과정의 주요 특징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교육의 목적/목표
☞ 현재 한국 교육과정 총론의 교육목표에는 어떤 것이 중핵(core)인지 모호하다. 중핵이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란 인재상인지 아니면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교양있는 사람’이란 인간상인지, 또 인재상과 인간상은 어떻게 다르고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연구도 없다. 
  21세기가 지식기반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지식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지식과 관련된 교육목표를 찾아보면 유일한 것이 ‘지식정보처리 역량’이다. 이를 교육과정 문서에서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식을 처리한다’는 말이 성립하는가? IB 교육과정에서는 학습자상의 하나로 ‘knowledgeable(지식을 잘 갖춘 지적인 사람)’을 강조하고 있다. 또 ‘창의·융합형 인재’는 철저히 인간을 도구주의로 보는 접근이다. 지식 대신 역량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세계적으로 역량 운동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데는 인간의 뇌 속에 저장된 지식 스키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의 연구들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서 21세기 역량운동에 앞장 섰던 찰스 파델도 최근 ‘4차원 교육’이란 자신의 저서에서 ‘지식’을 교육의 목표를 구성하는 도표의 최상단에 위치시켜 ‘역량’과 동등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다음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는 우리도 지식 특히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목표 설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혼란은 지식과 역량의 관계에 대한 추가 연구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고교 교육의 성격
 ☞ 고교 교육의 성격을 IB처럼 교양과정(liberal arts)으로 볼지 진로·진학 과정으로 볼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고1 공통과정의 유지나 폐지도, 교과 재구조화도 이에 따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70% 정도의 고교 졸업생이 대학을 진학하는 상황에서는 고교 교육과 대학 교육의 교육과정상의 연계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진로에 맞추어 학습하고 전공한다고 해도 그런 직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일반고의 경우 IB처럼 ‘교양과정(진로 반영) + 직업과정’을 지향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과목당 단위수 면에서는 현재의 1~3 소단위 과목을 학기 단위로 운영하는 것을 지양하고 IB처럼 장기적으로 이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홍후조 교수의 제언(2018)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이는 고교학점제 설계와도 긴밀한 관련이 있는 내용이어서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습관
 ☞ 한국도 구성주의에 공감하고 나아갈 방향이라고는 생각하나 여전히 지식은 교사가 주입하는 것이란 과거의 관행이 강고하다. OECD의 연구자료 『The Nature of Learning』의 제안처럼 ‘습득주의+(사회적) 구성주의’와 같은 절충이 바람직할 것이다. 구성주의 요소를 강화하려면 과도한 학습량을 줄이고 수능 같은 표준화 시험의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소수 과목을 깊이 있게 학습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교육과정의 특징
 ☞ IB처럼 성취기준이 없다는 것은 학교 수준에서 학생 개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길을 열어주고 교사협업과 학습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강력한 기제가 된다는 면에서는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기 위한 개인적·집단적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IB 교육과정이 과감한 대강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강화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편성을 위해 필수적이며 교사들의 자주성,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수업의 특징
 ☞ 1) IB 교육과정이 ‘개념 이해 중심의 깊은 이해를 지향’하는 것은 매우 부러운 일이다. IB 교육과정은 개념이해기반 학습(conceptual learning)과 역순설계의 대표적인 예이다. 2) 교과서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처럼 교과서 내용을 모조리 다 가르치는 문화는 교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죄(sin)의 하나인 진도빼기 수업을 강화한다. 그리고 교사가 수업자료를 연구할 동기를 빼앗는다. 나아가 교사의 전문성 발달을 저해한다. 3) 또한 IB 교육과정 은 단원 역순설계의 전형을 보여준다. 4) 모든 과목의 학습에 쓰기(에세이)가 있다는 것은 특별하다. 쓰기는 폭넓은 독서와 토론, 비판적 사고력, 깊은 학습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IB가 아닌 일반 교육에서도 전 교과에 논술·토론을 도입한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학교교육도 쓰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IB의 이런 특징들을 이해하고 한 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현 한국의 공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큰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평가의 특징
 ☞ 1) IB 교육과정은 역순설계 방식으로 운영됨으로써 철저히 목표가 교수·학습을 이끄는 방식이다(objective-driven). 이는 5~7단계 루브릭으로 실행되는 역순설계 방식이기 때문에 평가가 교수·학습을 이끄는(assessment-driven) 방식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한국의 경우 수능 같은 평가가 교육과정을 지배해서 교육의 목표를 점수따기로 전락시키는데 IB에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IB가 절대평가 자격고사이기 때문이다. IB의 경우 대입전형에서 1점 더 높다고 합격시키고 1점 더 낮다고 불합격시키는 식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탐구(asking)-수업활동(doing)-성찰(thinking)’이라고 하는 IB만의 고유한 교수학습 모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교수학습 방식은 끊임없이 지적 자극을 주는 매우 의미 있는 자기주도 학습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평가가 교수학습을 이끄는 현상은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다. 이런 맥락을 고려할 때 수능의 문제를 IB처럼 논서술형 위주로 바꾸고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는 것이 하나의 유력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2) 한국의 과정중심 평가는 형성평가란 용어를 변형한 것인데 형성평가의 3요소(목표 확인-현재의 위치 확인-격차 완화) 중 ‘현재의 위치 확인’에만 초점을 맞추고 과정을 자주 평가함으로써 정작 목표가 무엇인지, 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총괄평가를 폄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경우 진정한 과정중심 평가가 무엇인지부터 재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IB의 경우 수학문제를 풀 때 가령 정답이 x=2, y=3인데 실수로 x=3, y=2로 계산해서 최종 정답이 틀렸다 하더라도 이 학생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생각되면 점수를 준다. 이것이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한국의 현 과정중심 평가는 ‘나중에 성적에 대한 학부모 민원을 방어하기 위한 자료 축적 이상의 의미가 되지 못한다.’라고 혹평하는 교사들이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늦기 전에 IB처럼 “형성평가와 총괄평가의 정보를 활용하여..”라는 식으로 두 평가가 주는 정보를 활용해서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까지 책임지는 교수·학습이 이루어지게 해야 할 것이다.
 
 
IB의 도입과 활용에 대한 바른 접근 
 
  언론 보도(중앙일보, 2018-7-25)에 따르면 9개 시도교육청이 한국어 IB 교육과정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구·충남·제주 교육청은 올해 안에 IB 본부로부터 한국어 버전을 인가받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교육청들의 이런 접근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앞에서 살펴본 IB의 장점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고 생각된다. 교육청별로 몇 개의 IB학교를 만드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수업 언어를 영어로 할 경우, 영어 잘하는 학생, 영어 잘하는 교사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한국어 IB라 하더라도 일부 과목은 여전히 영어로 수업하게 될 가능성이 큼). 이는 소수 학생들의 외국 상위권대학에 유학의 길을 열어주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고 이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확산에 한계가 크다. 한국어 IB 프로그램 도입에 적극적인 사람들 중에는 IB 교육과정을 운영해 본 교사 수를 늘려 이 교사들이 일반 학교에서 IB식 수업을 확산하게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데, 이는 희망사항에 가까울 것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도빼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빡빡한 교육과정, 내일의 더 나은 입시제도보다 오늘의 내 아들딸들을 위해 수능 100% 정시전형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 NEIS 기록 내용이 고부담 대입전형에 활용되기 때문에 학교교육이 학생부 기록을 위해 존재하는 상황, 진정 배울 가치가 있는 것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모든 학교평가가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강한 기대와 요구,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교실 내 아동의 다양성 증가, 이런 상황 속에서 IB 식의 ‘탐구-수업활동-성찰’과 같은 수업과 이를 바탕으로 한 평가가 과연 수용될 수 있을까? 
  생각을 바꾸자. 경기외고와 같이 IB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자. 이를 통해 국제적 감각을 갖춘 학생을 양성하자.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이 정도는 허용해도 좋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런 학교가 너무 많은 것은(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도 없지만)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수상 재임 때 2006년 모든 A-level 운영 학교에 IB를 도입하도록 하겠다던 공약이 2008년 파기된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엘리트 교육으로 인한 빈자와 부자간의 불평등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그 공약이 취소된 주 이유였다. 하지만 IB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이와 크게 다르다. 미국의 경우 IB 교육과정이 사회 공정성 제고,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아래 <표 7>처럼 미국은 빈곤층 학생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 IB를 도입해서 그들의 대학진학률을 높이고 있다. 이런 접근은 매우 바람직하며 한국도 이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 7> IB 프로그램 이수자와 비이수자 간의 대학진학률 비교
 
  위 표를 보면 미국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66%이다. 그러나 빈곤층 학생이 40% 이상인 소위 타이틀원(Title 1) 학교에서 IBDP를 이수한 고교생의 대학진학률은 82%나 된다. 또 미국 전체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은 46%인 반면 타이틀원 학교 내 저소득층 학생의 대학진학률은 79%에 이른다. 미국이 IBDP과정을 ‘포용성 및 공정성(equity)’ 증진의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핀란드의 경우도 흥미롭다. 영어가 가능하나 핀란드어에 약한 이민자 자녀들이 핀란드어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IB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IB 교육과정의 태생은 엘리트 교육이었지만 현재 이를 활용하는 양태는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다시 한국어 IB 프로그램의 도입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 보자. 한국어 IB의 도입 전략은 현 한국교육에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한국어 IB의 도입이란 일본의 경우처럼 일부 과목은 한국어로 일부 과목은 영어로 수업해야 하는 조건을 달고 IB본부가 IB의 한국어 버전을 인가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어 IB의 도입은 영어로 수업하는 IB의 확산에 어려움을 겪자 차선책으로 나온 면이 크다. 한국어 IB를 도입해도 이의 확산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우선 2개의 서로 다른 교육과정이 공존함으로 인한 복잡성을 중앙정부가 감당할 능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IB를 그대로 도입하는 접근 대신에 한국의 모든 학교에 IB의 장점을 접목하는 노력을 ‘중앙정부-교육청-학교’ 3수준에서 동시에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벤치마킹의 대상은 교육과정 대강화를 통한 교사 전문성 향상, 대강화를 통해 개인주의 학교문화를 교사학습공동체 등을 통한 협업이 활발한 학교문화로 전환하는 동력으로 활용하기, 내용중심 교육과정에서 개념학습 중심 교육과정으로의 전환, 역순 설계를 통한 높은 수준의 깊이 있는 핵심개념 중심 학습, 학습자가 배울 내용과 수준을 선택하는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 운영, 수능시험에 논·서술형 도입하고 IB 성격의 자격고사로 전환, IB 식의 내신 절대평가 등이 되면 좋을 것이다. 
  정리하면 학교교육 혁신을 위해 한국어 IB 교육과정 도입과 확산보다는 영어로 진행하는 IB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학교를 전국적으로 50개 정도 만들고(영어 절대평가 전환으로 인한 사회적 영어 사용능력 저하의 보충의 의미도 있음) 한국 공교육 전체의 교육과정을 IB스럽게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고 학교교육 혁신에 더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단, 학교를 선정하거나 학급 구성을 할 때 저소득층 지역 학교나 저소득층 학생 비율을 30~40% 이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학비 지원 등은 풀어야 할 과제임). 그러나 IB 교육과정을 한국의 일반학교로 확산시키기 위해서 풀어야 할 도전적 과제가 너무 많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수많은 블랙홀을 이대로 두고 IB의 접목이 가능할 것인가?’란 질문을 먼저 던져봐야 한다. 너무 서둘지 말고 착실히 준비하고 여건을 만들면 가능할 것이다. 먼저 곳곳에 잘못 꿴 첫 단추를 바로 꿰는 일에 착수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고는 학교 현장은 어떤 혁신안의 도입에도 매우 냉소적일 것이다. 
  IB 프로그램은 한국의 학교교육이 그토록 꿈꾸던 것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는 교육과정이다. 그동안 한국 학교교육 혁신에 대해 많은 이상적인 주장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당위론에 그쳤다. 누구도 그런 이상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IB 교육과정이 그 이상적인 모습과 실현 방법을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IB 교육과정은 깊이 살펴보면 볼수록 이론적 탄탄함과 프로그램의 우수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한국의 교육 분야의 모든 정책결정자, 연구자, 실행자들이 IB 교육과정의 철학, 학습자상, 프로그램 개발 기준과 실행지침(성취기준에 해당), 교수·학습 접근법, 학생 개인별 맞춤 교육과정 운영, 주관식 평가의 부풀리기 방지 및 조정 시스템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공교육에 IB를 적극 도입하자는 뜻이 전혀 아니다. 아직 20세기 교육, 5지선다형 문제풀이 교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학교 교육 시스템과 IB 교육 시스템의 주요 요소들을 비교해 봄으로써 한국 교육의 희망을 찾는데 시사점을 얻자는 뜻이다. IB 교육과정에 대한 다수 교육청의 관심이 한국 학교교육의 근본적 변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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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보다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의 가능성과 한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논의- 
[써머힐학교 교감 인터뷰] 방종 없는 자유는 비강제와 평등으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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