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6   2018-10-04 (목) 16:56
이찬승  
   현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찬승).pdf (226.0K) [41] DATE : 2018-10-05 11:22:50

현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6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시작말
 
  유은혜 새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취임했다. 취임 일성으로 2019년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미래교육위원회 발족, △2019년 고교 무상교육 조기 도입(동아일보 10월 3일)의 의지를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폐단을 줄이고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었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의 하나가 되었다. 유 장관은 “사회적 대합의를 바탕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고(경향신문 10월 3일). “소수의 상위권 인재 배출을 위한 경쟁 중심의 획일적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기 위해” 미래교육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도 했다(동아일보 10월 3일). 또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고교 무상교육을 2019년으로 앞당겨 실현하겠다.”, “학교와 지역이 상생하는 온종일돌봄교실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해 부총리 산하에 실무지원 TF를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중에서도 그 영향이 매우 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한국 교육을 더 혼란에 빠뜨릴 것
 
  지난 3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방안’이란 국가교육회의가 발행한 연구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한 언론이 보도함으로써(매일경제 2018년 10월 3일) 현 정부가 구상할 국가교육위원회의 주요 내용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보고서는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정책 결정이 교육 관료와 교육 전문가들에 의해 독점돼 온 것을 비판하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됐고, 교육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교육정책 결정 과정의 민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기구"라며 "전문성보다는 대표성이 다소 강조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위원회의 위상과 조직 구성은 아래 <표 1>과 같다.

<표 1>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안
 
주요 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다.
 
▶ 출범 시기: 2019년(2019년 초 발의를 통한 의원입법 예정), 
▶ 주요 역할: 주요 국가교육 의제의 심의·의결 (예: 10년 단위 국가교육 기본계획 수립)
▶ 위상: 법률상의 독립기구로 대통령 직속(방송통신위원회에 준하는 독립성 확보), 국가재정법에 근거한 중앙관서로 위상을 설정해 정부조직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함.
▶ 위원회 구성: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해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됨(5명은 대통령이 지명, 10명은 국회가 선출 후 대통령이 임명, 위원의 임기는 4년). 위원장은 부총리급이며 위원의 자격 요건은 아래와 같음.
① 학부모·교원 등 교육 당사자와 지역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
② 교육·언론·노동·경제·문화 단체에서 대표직 또는 15년 이상의 임원직 경험자
③ 교육관련 분야 전공자로 연구기관 등에서 부교수 이상의 직무 경험자
④ 교육 관련분야에 대해 경험이 있는 2급 이상 공무원직 경험자
①~④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 대통령이 지명하는 5명(상임위원 1명 포함)과 국회가선출하는 10명(상임위원 4명 포함)을 대통령이 임명
 
  그동안 여야,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교육계가 주창해온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과연 타당한 생각인가? ‘정책의 잦은 변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교육부의 전횡을 막기 위해’란 구실로 복잡성을 배가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 명분이 충분한가? 복잡한 상황에 복잡함을 더하는 것은 결국 표류로 이어진다(Fullan, 2016)는 점을 아는가? 교육부 전횡이 국가교육위원회의 전횡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는가? 기획은 실행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되는 성격이 강한데 교육정책 수립은 국가교육위원회가 맡고 이의 집행은 교육부가 맡는 식의 기획과 집행의 분리가 가능한 일인가? 어떤 교육정책도 기대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는데 이 경우 정책 수립자의 잘못인지 집행자의 잘못인지 사사건건 싸우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 행태가 벌어질 텐데 이런 문제와 비효율을 어떻게 해결하고 감당할 것인가? 5.31 교육개혁에 버금가는 거창하고 번지르르한 개혁안일수록 이후의 실행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것임(Fullan, 2016)을 아는가? 또 국가교육위원회의 주요 역할 중 하나로 설정한 “10년 단위 국가교육 기본계획 수립’을 하고 집행 상황을 점검한다”는 발상과 접근이 변화가 빠르고 예측이 불가능한 21세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아는가? 국가교육위원회가 (지금까지처럼) 만든 안이 현장에 내려오는 순간 계획대로 돌아가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란 점을 아는가? 교육개혁 관련 부정적 경험을 수없이 많이 한 현장 교사들이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한 변화 구상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할 것이란 점을 아는가? 세계 주요국들은 지역차가 크고 다양성이 급증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로 수평적 중간리더십을 도입하고 있는데 국가교육위원회의 발상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국가교육위원회는 주요 국가 교육의제를 심의·의결할 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 
  이러한 필자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현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안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6가지를 들겠다. 
 
  첫째, 교육의 겉모습만 바꿀 뿐(구조의 변화) 그 안의 본질적 내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마이클 풀란은 자신의 책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에서 “학교교육 개혁은 개혁 아이디어를 내서 예산을 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이 아니다. 교육개혁이란 학교문화를 바꾸는 일이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공감이 간다. 그렇다면 학교문화는 누가 바꾸는가? 국가교육위원회가 학교문화를 바꾸게 할 수 있는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좀 외람된 얘기이지만 그 이유는 교육변화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이고 교원 임용·전보 제도 등 학교문화를 바꾸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이 첩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용을 바꿀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사회가 ‘교육이 바뀐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란 질문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책을 변경하려고 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이냐에 따라 정책의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 아마도 표심에 가장 민감한 정부는 학부모들의 대입준비 관련 단기적 어려움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는 등 근시안적인 맥락에서 ‘교육이 바뀐다는 것’의 의미를 찾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라면 학교라는 제도에 맞지 않아 젊은 시절의 많은 부분을 학교에서 허비하고 차별까지 당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모든 아동·청소년들이 모두 자신의 강점을 살려 자기실현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교육을 바꾼다는 의미로 규정할 것이다. 이처럼 교육이 바뀐다는 것의 의미는 각 개인과 집단마다 다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각기 다르게 인식하는 주관적 의미를 어떻게 공유된 의미(shared meaning)로 바꿀 수 있는가? 교육이 바뀐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국가교육위원회가 어떤 변화를 시도해도 교육의 실질적인 내용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둘째, 국가교육위원회가 심의·의결하고 교육부가 집행을 맡게 한다는 구상은 치명적인 허점이다. 행정부가 할 일을 심의·의결과 집행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매우 부자연스럽고 비효율적이다. 교육부의 독임제(獨任制) 의사결정 구조가 국가교육위원회의 합의제(合議制)로 바뀌는 순간 책임소재의 모호, 책임회피와 의사결정 지연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여러 역할 중 ‘10년 단위 국가교육 기본계획 수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변화가 빠르고 예측이 불가능한 21세기에는 계획이란 매우 불완전한 것이며 집행이나 실행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다시 말해 ‘10년 단위 국가교육 기본계획 수립’을 국가교육위원회가 한다고 하지만 이는 근거가 매우 불확실한 가설이며 이는 집행·실행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이 불가피하다. 계획의 수립과 집행을 엄격히 구분하는 이 연구보고서의 내용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교육개혁 분야 세계적 전문가 풀란은 자신의 책에서 그 허망함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계획이 거창하고 번지르르할수록 이후의 실행과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다(Doug Reeves, 2009).”
적과 교전이 시작되면 계획대로 돌아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Von Moltke)”
누구나 계획이 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입을 한방 맞기 전까지만 존재한다(Mike Tyson).”
 
  위 인용문들은 계획의 한계를 말하고 있다. 변화가 빠르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사전에 세우는 계획의 의미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풀란은 실천이 중요하고 주장한다. 계획은 실천과정에서 수정·보완을 거듭하면서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Fullan, 2016). 최근 전통적인 교육개혁 방식인 ‘도입 → 실행 → 정착’ 외에 린스타트업(Lean Startup), 중간리더십(Leadership from the Middle) 등의 새로운 전략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교육계도 여기에 주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간리더십’ 내용 참조 → (http://21erick.org/bbs/board.php?bo_table=11_5&wr_id=100798))
  이상의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현장과 멀리 떨어진 국가교육위원회가 국가의 주요 교육의제를 심의·의결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교육부가 지금처럼 하향식 집행을 하게 되면 교육현장 입장에서 볼 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교육부가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든다고 하면서 교육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집행을 교육부에 맡기려는 구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실패할 것이 뻔하다. 중요한 것은 계획보다 집행과 실행이다. 그리고 계획은 집행·실행 과정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다. 만약 이 보고서의 안대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고 운영이 된다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은 모두 교육부의 책임이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셋째, 문제의 진단과 해결책이 틀렸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폐단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라고 줄곧 말해왔다. 그런데 국가교육위원회의 ‘10년 단위 국가교육 기본계획’으로 정책의 안정성, 일관성이 향상될 것인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것에 대해 정권의 입맛 때문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큰 오료가 내포되어 있다. 좋은 정책은 어떤 정권도 뒤집을 수도 없고 뒤집으려 하지 않는다. 국민이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육정책의 안정성, 일관성이 부족했던 원인은 대부분 졸속 추진 때문이다. 준비도 덜 되고 성공시킬 역량과 전략도 갖추지 못하고 반대의견도 제대로 경청하지 않으면서 정책을 도입하니 수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정책을 바꾸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교육 문제는 복잡하고 상호 충돌하는 것이 많을 뿐만 아니라 교육문제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변경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비전·방향잡기·가속화를 특징으로 하는 린스타트업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필자의 분석이 맞다고 가정하면 그 해법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아니라 졸속 개혁이나 졸속 개정을 막기 위해 교육개혁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이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가령 교육과정의 개정이 너무 잦는 것이 문제라면 현재의 수시개정을 일본, 핀란드 등과 같이 10년 주기로 바꾸기로 관련법을 개정하면 된다(사회 변화가 빠르고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전면 개정의 경우 7-8년 주기도 고려할만함). 또 교육부의 전횡이 문제라면 주요 교육정책의 종류별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혁신한 후 이를 사회에 공표하고 정착시키면 된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의 힘은 자연스럽게 줄 수밖에 없다. 현재의 교육부 힘은 국가수준의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국가수준의 표준화된 시험(예: 수능), 국가수준의 통일된 내신 관리(NEIS), 예산의 확보와 배정 권한 등에서 나온다. 개혁을 한다면 이런 것들부터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아울러 정책 실명제를 통해 졸속 개혁에 기여한 관료는 보직을 바꾸고 진급시키지 않으면 된다. 린스타트업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정권이 기존의 정책을 바꾸는 것 자체를 꼭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이유도 없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면 정책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는 환상이다. 일본의 중앙교육심의회와 같이 연구·심의 기능을 갖는 기구를 두어 교육부의 전횡이나 졸속 추진을 막고 보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넷째, ‘사회적 합의와 교육정책 결정 과정의 민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기구’란 인식이 우려스럽다. 우선 ‘사회적 합의’, ‘민주적 의사결정’ 등은 듣기에는 솔깃하지만 이런 인식은 실제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사회적 합의’에 관해서 보자. ‘사회적 합의’를 어떤 뜻으로 사용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과거처럼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한국적 맥락에서는 어떤 의제에 대해 격론을 벌인 후 모두가 찬성하는 서명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이런 사회적 합의는 비현실적이다. 만약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가령 2/3의 찬성으로 정책을 결의하면 이것이 사회적 합의인가? 아닐 것이다. 위원들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은 찬반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한국적 맥락에서의 사회적 합의는 지난 대입전형 개선안 마련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도 보았듯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매우 비현실적이다. 교육 정책의 결정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 대신에 ‘사회적 합의 성격의’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핀란드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는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먼저 교육정책의 기본 원칙, 입법 등을 의회 위원회를 통해 설정한 후 국가교육위원회(지금의 국가교육청)는 국가수준의 핵심교육과정의 내용을 책임진다. 그 절차는 이렇다. 기초연구나 설문 외에 각계각층으로부터(지난 개정 때 약 120 곳) 의견을 문서로 받는다. 그 다음 국가교육청이 교육부와의 협업을 통해 전문가의 힘을 빌어 초안을 작성한다. 작성된 초안에 담긴 내용에 대해 웹상에서 열린 토론을 벌린다. 당연히 일반 시민도 참여한다. 지난 개정의 경우 미래 교육에 대해 웹상에서 특별 인터뷰를 실시했는데 13세 이상의 학생들이 무려 65,000명이나 인터뷰에 응했다. 이런 것이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 성격의 의사결정인 것이다. 교육과정 개정을 전문가가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민주적’이란 말이 의사결정을 공론화나 다수결로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이렇게 되면 교육과정이 다룰 내용 요소가 너무 많아지고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꼴이 연출된다. 교육정책 결정 관련해서 ‘사회적 합의’, ‘민주적 의사 결정’ 등의 표현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현 학교제도의 ‘근본적인 개혁(transformation)’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들어지더라도 개혁은 기존 제도의 틀은 그대로 둔 채 단지 개선(reform)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현 정부가 발주한 비전 수립 팀의 접근 자체가 근본적 개혁이 아니라 기존의 제도의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개혁’이란 기존의 학교제도 자체를 약 10-15여 년에 걸쳐 재설계(redesign)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지금과 같은 경직적인 표준화 교육 시대를 마감하고 후기 표준화(post-standardization) 시대를 열어 배제 없이 모두가 성장하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 ‘아픈 환자는 소홀히 하고 건강한 사람만 돌보는 병원과 같은’ 한국 교육의 비윤리성과 폭력성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교육의 표준화가 초래하는 폐해가 너무 크다. 표준화된 교육과정은 의도와 상관없이 수많은 아동들을 학포자로 내몬다. 또 표준화된 내신 관리 시스템(NEIS)은 학교교육이 본질에서 멀어지게 하고 학교를 내신 감옥으로 만드는 주범이다. 표준화된 시험의 성적 공개나 도별 비교는 경쟁교육을 부추긴다. 또한 표준화된 교육은 급증하는 다양성에 대처할 수 없게 만들고 획일적인 교육을 강화한다. 또 표준화 시험 점수는 대학서열을 강화한다. 그래서 교육과정 대강화를 수반한 후기 표준화 시대를 여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이슈에 대해 학자들이 좀 더 큰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한다. 
  국가교육위원회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분들에게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대개혁에 주목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일본은 고교 교육과 대학교육을 정교하게 연계시키고 있다. 또 기존의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외에 인터네셔널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하기로 하였다. 한 학교 안에서 두 가지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고품질 IB 교육과정을 도입함으로써 주입식 교육, 입시 준비 교육에 머물고 있는 일본의 학교교육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련 변화의 시도가 얼마나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매우 획기적인 발상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서도도 기존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틀에서 벗어나 IB와 같이 검증된 고품질 교육과정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필자가 이런 얘기를 하면 혹자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일반고에 두 가지 서로 다른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등의 혁신적 발상을 하는 학자를 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단지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수준에 머물 뿐이다. 더구나 국가교육위원회가 전문가보다는 각 이해집단들의 대표들로 구성되하도록 하고 있어 새로운 상상력의 발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한국의 학교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혁을 이끌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 문제의 해법은 교장·교사들에게 임파워링(empowering)하고 변혁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혁신의 주체이자 실험실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로는 이러한 요구에 전혀 부응할 수 없다. 최근 세계 주요국들은 하향식과 상향식을 절충한 중간리더십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교육 개혁은 최근 30년간 세계적으로 축적된 교육변화 기술과 원리를 공부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국가교육회의가 그랬듯이 국가교육위원회도 그 수준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 취임한 유은혜 장관과 교육부 관료 그리고 자문 교수들이 그간 축적된 세계 교육개혁의 노하우에 관하여 진지하게 학습할 것을 권하고 싶다. 
  여섯째,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변화 원리에 대한 무지로 인해 정책이 실패할 것이다. 학교변화의 원리와 방법에 대한 세계적 전문가인 풀란이 최근 제5 개정판으로 낸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2016)를 읽어보면 지금까지 한국의 교육개혁이 대부분 실패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은혜 장관의 구상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풀란은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사회개혁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변화의 현상학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현장에서 사람들이 변화를 어떻게 경험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변화의 도입 의도와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변화에 대한 이해 수준은 의도가 좋고 방향이 옳으면 밀어붙이는 식이었다. 이런 변화가 이해당사자 각자에게 어떤 주관적 의미로 다가오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에 대해 풀란은 아래와 같은 조언을 던진다.
 
너무도 많은 개혁가들이 옳은 대답을 ‘알고 있기에’ 실패했다. 성공적인 변화의 실행자는 겸손해지는 법을 배운다. 성공이라는 것은 단순히 옳은 것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지닌 집단과 개인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유 장관께 한 가지 더 부탁드리자면, 교육 현안 중 기술적 문제(technical problems)와 조정·적응을 위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문화의 변화가 필요한 문제(adaptive challenges)를 잘 구분해주기를 바란다. 유 장관께서 변화시키고 싶은 “경쟁중심의 획일적 교육”은 전형적인 조정·적응이 필요한 난제(adaptive challenge)이다. 현 정부는 물론 다음 정부도 임기 내 바꾸기 어려운 문제다. 이런 문제는 아래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표 2> 기술적 문제와 조정·적응이 필요한 문제
https://www.sgaumc.org/files/files_library/technical_vs_adaptive_challenges.pdf 
https://eclkc.ohs.acf.hhs.gov/sites/default/files/pdf/understanding-the-adaptive-challenge-presentation-slides.pdf  
 
 
맺음말
 
  결론적으로 필자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구상을 재고하기 바란다. 학교교육의 변화는 변화에 대한 의미의 공유(shared meaning), 실현가능하다는 교사들의 집단적 믿음과 자신감(efficacy), 그리고 우리의 일이라는 집단적 책임의식(collective responsibility)의 형성 등에 달린 일이다. 중앙정부나 교육청이 주도해서 교육을 바꾸려는 생각은 낡았다. 교육은 교원들이 학생들과 함께 바꾸도록 하고 중앙정부나 교육청은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IB 교육과정의 성공은 바로 이런 원리에 충실한 덕분이다. 한국 학교교육을 제대로 바꾸려면 가장 먼저 IB 교육과정의 틀과 운영 방식을 자세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추진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만들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토론도 있기 전에 이를 설치할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반대자들의 이야기도 경청하기 바란다. 풀란(2016)에 따르면, 반대자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이 개혁 실패를 막는데 매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찬성자의 말보다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해 한국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의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책결정자의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교육개혁을 실패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란 풀란의 말이 무슨 뜻인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심의·의결 기구로서의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될 경우 새로 발생하게 될 복잡성과 비효율은 극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옥상옥’이란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다른 나라들은 기존의 3수준 시스템을 중간리더십을 통해 하나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한국의 4층(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도 부족해 5층 구조를 만들겠다고 한다. 기존의 교육현안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볼 경우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의 역할, 그리고 증가하는 갈등과 복잡성 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클 가능성이 높다. 충분한 검토와 확인 이전에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를 기정사실화하지 않기 바란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먼저 교육부를 포함해서 교육변화에 관심이 큰 연구자, 학자들, 교육시민단체 모두 교육변화의 의미와 원리에 대해 정기적으로 학습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을 것이다. 학습과 전문성 자본의 구축은 학교개혁의 핵심성공요인이다. 이는 풀란의 3수준(학교-교육청-교육부) 개혁(systemwide reform)의 핵심내용이기도 하다. 그는 또 교육개혁에 성공하기 위한 요소로서 ‘시스템 전반의 개혁(System-Wide Reform), 도덕적 사명감과 신념(Moral Purpose), 변화 원리의 이해(Understanding Change), 올바른 동인(Right Driver), 역량 구축(Capacity Building),  관계 구축(Relationship Building), 정책의 긴밀한 연계(Coherence Making), 변화 리더십(Leadership for Change)’ 8가지를 들고 있다. 풀란의 분석에 따르면 교육변화에 대한 기술(know-how)은 최근 약 30년간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축적되었다. 
  더 이상 낡은 문제해결 패러다임으로 한국의 교육문제를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자, 연구자, 실행자 모두 정기적으로 만나 함께 논의하고 교육변화의 원리 이해를 학습하며 유사한 문제를 세계 주요국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았으면 한다. 
  필자의 귀에는 풀란이 교육개혁의 주요 실패 원인으로 꼽는 ‘교육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 잘못된 동인(動因)의 적용, 정책결정자의 강한 집념과 잘못된 가설 등’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한 교육개혁에 몰두하고 있는 현정부에 대해 하는 말로 들리고 있다. 대통령과 유은혜 장관의 재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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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대입보다 교육적인 대입을 고민하자 
진보교육감 시대의 딜레마와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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