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시대의 딜레마와 돌파구   2018-10-04 (목) 16:49
곽노현  
   진보교육감 시대의 딜레마와 돌파구 (곽노현).pdf (116.7K) [26] DATE : 2018-10-05 11:25:42

진보교육감 시대의 딜레마와 돌파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1. 돌이킬 수 없는 진보교육감 시대
 
  한국교육사에서 2010년대는 진보교육감 시대로 명명될 게 틀림없다. 2009년 당시 김상곤 경기교육감을 필두로 2010년에는 서울, 경기, 강원, 호남 등 6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약진하며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렸다. 2014년에는 진보교육감이 서울, 부산, 인천, 경남 등 13개 시도를, 금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울산까지 보태서 17개 시도 중 무려 14개 지역을 석권하였다. 진보교육감 시대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거둔 진보교육감 대첩은 이명박근혜 정권 아래 이뤄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승리였다. 
 
  2009년 당시 유일한 진보교육감이었던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첫해부터 담대한 혁신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진보교육감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무상급식, 학생인권, 혁신학교 정책을 모두 취임 1년 안에 가시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후에 등장한 진보교육감들은 모두 김상곤의 교육혁신 구상과 실천의 자장 안에서 움직였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그 혁혁한 공을 바탕으로 문재인정부의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됐으나 이번에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조기퇴진하고 말았다. 교육혁신의 국민적 아이콘이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진보교육감들과 가장 호흡을 잘 맞출 것으로 기대됐던 교육부장관이라는 점에서 그의 불명예스러운 조기강판은 진보교육감 시대의 앞날을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진보교육감과 진보교육계의 협업과 긴장관계
 
  진보교육감이라고 뭉뚱그리고 있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결이 드러난다. 진보성향과 행정스타일, 개인품성에서 적잖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다.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는 14인 중 10인은 이른바 전교조 본당 출신이다. 금년의 전남 교육감선거에선 드디어 전교조위원장 출신 장석웅 교육감이 탄생했다. 나머지 9인도 전원 전교조지부장과 시도교육위원 이력을 가진 분들이다. 전교조 출신이 아닌 4인 교육감 중 경기 이재정 교육감은 성공회신부로 성공회대총장, 통일부총리, 국민참여당 대표 등 다양한 경력을 쌓은 분이다. 나머지 3인(서울 조희연, 부산 김석준, 전북 김승환 교육감)은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성향의 대학교수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교수 시절 진보적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며 전교조와 친근한 관계를 유지해온 분들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진보교육감들은 모두 전교조에 대한 이해와 수용, 협력의 폭이 크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렇다고 이분들이 무조건 전교조와 입장이 같거나 전교조 입장을 따르는 건 전혀 아니다. 선출직 교육정치인이자 교육행정가의 입장이 교원노조나 교육운동단체의 입장과 같을 수는 없다. 지금도 진보교육감과 전교조 관계의 실질을 따져보면 긴장 속의 협력관계보다 협력 속의 긴장관계에 더 가깝다. 지금까지 나는 전교조 입장을 앵무새처럼 대변하든가 무조건 지지하는 전교조 출신 교육감을 단 한분도 만나보지 못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진보교육감과 전교조의 조직적 유착의혹은 사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전교조도 지금까지는 진보교육감을 엄호하는 여당세력이라기보다는 진보교육감을 견인하는 운동세력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조합원 출신이건 아니건 진보교육감들을 수시로 운동적으로 몰아붙이며 긴장과 전선을 만들어낸다. 아직도 전교조 조합원들은 장학사가 되는 길을 기피하는 풍토가 강하다. 나는 오히려 전교조가 교과전문성과 정책역량이 있는 현장조합원들을 대거 장학사 시험을 치게 해서 장학사로 진출시켜야만 진보교육감 시대의 미래가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교장·교감직을 포기해온 관행도 더 이상 미덕으로 칭송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장승진제도의 대폭 손질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진보교육감 전성시대는 교육감들의 리더십은 물론이지만 전교조 활동가들의 정책역량과 현장실천에 뒷받침된 부분이 많다. 특히 혁신학교의 성공이 대표적인 보기다. 대부분의 초기 혁신학교들은 몇 안 되는 전교조 활동가들이 전적으로 헌신하고 앞장서며 동료들과 함께 모범과 전형을 창출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진보교육감시대의 성과와 한계는 상당 부분 전교조 활동가들의 교육적 상상력과 정책역량의 성과와 한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3. 일보 전진을 위한 진보교육감 3기의 성찰
 
  진보교육감들은 그동안 교원업무 정상화와 정책사업 대폭 감축, 교사학습공동체 지원 등을 내걸고 학교혁신의 토대를 닦았으나 일반학교의 변화는 더디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진보교육감 시대는 나름대로 순항 중이다. 진보교육감 후발주자들은 선행경험을 참고하여 시행착오를 줄이며 속도를 내고 있고 선두주자들은 교육행정 슬림화 등 새로운 과제와 씨름하며 개척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 결과 조직구성원들은 모든 부문에서 부패와 비리가 대폭 감소했으며 전문직과 교장의 권위주의 문화가 크게 약화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시스템과 행정시스템, 특히 교육복지시스템이 좀 더 다듬어졌으며 과거시스템의 현저한 교육 공백과 결핍을 교육청 단위에서나마 부분적으로 채워나가는 중이다. 교육청별로 대안형 공립학교를 만들어내고 진로체험교육센터를 일반화하며 교육혁신지구를 통해 지역사회와 탄탄한 협력기제를 갖춰나가는 게 대표적인 보기다.  
 
  그러나 강산도 변할 만큼 긴 세월이 지나도 일반학교의 변화가 기대 이하에 머문다면 그 원인을 찾아내 반드시 처방전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서 외부의 사회경제구조와 대학서열구조를 탓하며 셀프면죄부를 부여하지는 말자. 어떻게든 교육계 내부동인을 찾아내 학교교육이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해야 한다. 지금에라도 진보교육감 시대가 어떤 점에서 부족했는지를 면밀하게 성찰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훗날의 역사가 2010년 이래 진보교육감 시대의 개막과 지속이 우리 국민과 자녀들, 민주주의에 큰 축복이었다고 기록할 수 있다. 
 
1) 과제1. 하향식 개혁방식의 혁신
 
  돌이켜보면 진보교육감 시대의 한계 중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이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점이다. 오체불만족 교육현실 속에서 워낙 바꿔야 할 것이 많은데다 직선교육감에 대한 바깥의 기대가 높기 때문에 속도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개혁과 혁신주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로부터의 개혁과 혁신을 다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중간 역할을 제대로 해줄 영혼 있는 관료층이 너무나 얇았다. 현실순응주의와 관료주의가 몸에 밴 흔히 보는 관료들은 일반직이건 전문직이건 상부에서 정해주는 방침에 따라 기존의 관료주의적 톱다운 방식으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개혁과 혁신의 취지가 변질되고 퇴색돼 현장의 반발이나 냉소를 부른 경우가 많았다. 교육청 조직에서도 혁신교육은 혁신교육과의 책임으로, 책임교육은 책임교육과의 책임으로,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시민교육과의 책임으로 축소되고 고립되기 일쑤였다. 
 
  지금처럼 위에서 내려 먹이는 일방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고 실질적인 학교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위에서 점검평가 등 관리기능을 강화할수록 학교와 교사의 자발성은 더 떨어지고 형식적 보고서만 쌓인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교를 관리대상이나 정책대상으로 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 법과 규정에 의해 기획, 점검, 평가, 보고해야 할 사항과 이를 위해 조직하고 운영해야 할 위원회와 회의가 너무나 많다. 법률만능주의와 보고만능주의에 터 잡아 그때그때 대증요법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근거법령들을 교육부가 대대적으로 손볼 수 있도록 교육감협의회가 끊임없이 촉구해야 한다.  
 
  위로부터의 개혁과 혁신이 필요 없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 선출직이 개혁과 혁신의 큰 방향을 잡아주고 관료조직에 민주적 기운과 작풍을 불어넣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위로부터의 노력이 아래로부터의 자발성과 혁신의지를 일깨워 현장구성원들의 집단지성 발휘로 연결되지 않는 이상 위로부터의 개혁과 혁신은 현장에서는 구호로만 존재하게 된다. 이른바 개혁과 혁신 피로증후군 없이 개혁과 혁신의 지속가능성과 심화발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현장구성원들을 점점 더 강력한 개혁과 혁신의 주체로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교육개혁과 혁신의 성과는 한편으로는 교사의 전문성과 책임성 신장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의 주체성과 지적호기심 신장으로 측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2) 과제2. 교육행정체계와 운영방식 혁신
 
  지금까지 진보교육감들은 주로 학생인권과 교육복지 등 교육정책의 변화와 교원정책의 변화를 통해 교육현장의 변화를 도모해왔다. 이제는 예산과 직제, 업무방식을 포함한 교육행정체제를 본격적으로 손볼 때다. 이미 3선교육감들과 개혁참모들은 충분한 행정조직 경험을 쌓았다. 교육청의 직제와 규모, 업무방식을 그대로 둔 채로는 아무리 교육정책을 바꿔도 학교현장의 교육청 종속은 완화되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의 교훈이다. 교육행정체계를 학교중심, 지원중심으로 확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아무리 교육정책을 바꿔도 교육현장의 변화 체감도가 떨어지는 작금의 답답한 상황을 돌파하기 어렵다.
   
  학교를 관리대상보다 자율주체, 규제대상보다 지원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대전환에 기초해서 현재의 교육행정체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학사의 업무수행방식을 지금과 180도 바꾸는 것을 하나의 보기로 제시한다. 지금까지 장학사들은 학교로부터 그때그때 보고서를 제출받아 책상에 앉아 슬쩍 가공하는 형식으로 일해 왔다. 이렇게 해서는 장학사의 전문성이 길러지지 않고 학교의 부담만 늘릴 뿐이다. 전통적인 교육행정모델에 따르면 학교현장의 교사들이 1차 보고서를 생산하고 지원청 장학사는 이걸 기초로 중간보고서를 만들며 본청 장학사는 다시 지원청 보고서를 취합해서 최종보고서를 만든다. 이런 업무수행방식이 계속되는 이상 학교는 교무행정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거꾸로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해서 필요한 사항을 조사 점검하고 직접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행정시스템으로 바꾼다고 가정해보라. 학교는 기존의 교무행정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활동에 전념할 시간을 더 갖게 되고 장학사 역시 현장전문성을 제대로 쌓게 될 것 아닌가.    
 
  교육청과 장학사의 업무수행방식을 이렇게 바꾸려면 학교현장에 나가서 현장교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직접 보고서를 쓰고 지원책을 제공하는 지원청 장학사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 본청 조직의 슬림화가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이때 적용해야 할 기본원칙은 본청은 정책기획 및 분석평가 업무만 하고 공모사업, 교육연수 등 정책사업은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 본청 장학사들이 정책‘사업’ 공모 및 집행업무에 매달려온 익숙한 풍경은 사라져야 할 교육행정 적폐 중 하나다. 그렇다고 정책사업을 모두 지원청에 내려 보내라는 게 아니다. 기존의 정책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십중팔구 없애고 그 재원을 일반학교 운영비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 
 
  요컨대, 좋은 교육을 위해 본청과 지원청, 학교의 고유 업무가 무엇인지, 바람직한 관계가 어떤 것인지 따져보고 그에 맞춰 과감하게 교육행정체제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   
 
3) 과제3. 교육과정 혁신과 교사전문성 신장 지원
   
  진보교육감 시대는 이제부터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지원과 교사의 전문성 신장지원을 가장 중요한 업무로 설정해야 한다. 학교변화 중에서도 말만 무성했던 21세기형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이 학교현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하고 과감한 지원책 마련에 치중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도 학교교육과정 혁신과 지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공허한 선언에 그칠 뿐이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교육혁신은 교육과정 혁신이 안착될 때 가능하다. 교사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믿고 이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교육과정 혁신을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이기도 하다.
 
  교육과정 혁신과 관련해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수학교육 혁신과 관련한 문제다. 수포자 양산과 사교육비 지출의 주범인 지금의 수학교육시스템을 일대 혁신하는 일에 진보교육감들이 앞장서는 게 필요하다. 학교 수학교육에서 비롯되는 학생과 학부모의 막대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학교육 혁신을 내건 교육부장관과 진보교육감을 보지 못했다. 지금도 교육부 차원이건 교육청 차원이건 수학교육혁신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 그러니 수학교육 혁신안도 변변한 게 나오지 못했다. 교육감협의회를 진보교육감이 주도하느니만큼 교육감협의회가 중심이 돼 수포자를 안 만들고 사교육비를 안 들이는 획기적인 수학교육 혁신방안을 강구해서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확 줄여주기 바란다. 
 
4) 과제4. 민주시민교육 원칙 합의와 민주시민교육 본격화
 
  끝으로 진보교육감 3기가 반드시 해내야 할 시대적 과제가 있다. 
 
  첫째, 논쟁적인 사안을 학교교육과정 속에서 최대한 소화해서 교육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는 논쟁적 사안을 최대한 회피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선과 공익에 관한 논쟁적 사안을 교육적으로 다루는 것은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요소일 뿐 아니라 최고의 창의성교육이자 리더십교육, 문제해결교육이기도 하다. 논쟁적 사안을 회피함으로써 초래되는 교육적 손실이 너무나 크다. 
 
  둘째, 논쟁적인 사회현안을 학교교육이 가급적 회피해온 이유는 자칫 일방적, 편향적으로 흐를 위험성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수업에서 논쟁적 사안을 눈치 보지 않고 다루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을 방지할 수 있는 일련의 교육학적 원칙(예컨대 보이텔스바흐 3대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교사양성 및 교사연수 과정을 통해 그런 원칙의 이해와 적용에 능숙한 교사들을 길러내야 한다. 
 
  셋째, 교사에게 요구되는 정치중립성의 합리적 핵심은 수업시간에 논쟁적인 사안을 다루는 교사가 자신의 정치적, 이념적 견해를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거나 교화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주입교화금지원칙과 논쟁성재현원칙, 학생판단우선원칙 등의 교육학적 원칙은 교육의 정치중립성 확보에 필수적이다. 만약 이러한 교육원칙이 교실수업에서 지켜질 경우 지금처럼 정치중립성을 이유로 교사의 정치활동기본권까지 제한할 이유가 없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중립성을 직무수행에 한정해서 요구한 문재인 개헌안도 같은 입장이다.  
 
  요컨대, 진보교육감 3기는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시된 민주시민교육을 본격화할 시대적 사명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논쟁적 현안교육 활성화 및 교원정치기본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4. 신임 교육부장관의 첫 번째 과제, 교육자치 강화
 
  17개 시도교육감은 선출직으로서 서로 협력도 하지만 경쟁도 하기 마련이다. 국가차원의 공통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협력으로 돌파하되 그렇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실험과 혁신을 시도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이 당연하다. 각자의 관심사와 장점을 살려서 한두 분야씩 나름의 혁신과 개혁에서 앞장설 경우 금세 모든 교육청이 벤치마킹하며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자치분권이 강화될수록 다양한 교육혁신사례가 쌓이며 교육적 상상력이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새로 임명된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교육자치 강화를 위한 교육관계법령의 일제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 유초중등교육에 관한 한, 교육부의 권한과 개입은 국가적으로 통일적 대처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만 한다는 대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못미더워 하며 교육부의 권한으로 남길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교육자치의 영역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직선 교육감들이 새로운 교육환경과 교육수요에 창발적으로 대응할 교육혁신 기회가 늘어나 모든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    
 
  나는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진보교육감들이 전교조와 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물론 학부모단체들과도 협력하여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교육적 실천을 이끌어냄으로써 학교교육에서 사회현안교육을 활성화하고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대한민국 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것이야말로 촛불혁명의 요구에 철저하게 부합한다. 교사의 정치중립성과 정치기본권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민주시민교육과 정당민주주의를 한걸음 더 진전시키며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진보교육감 시대의 결합은 한국교육의 일대개혁과 혁신을 위한 다시 안 올 호기를 제공한다. 향후 4년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국교육은 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호기를 놓치고 뒤처지게 된다. 여기서는 진보교육감 시대의 상대적 답보를 돌파할 방책으로 첫째, 위로부터 내리꽂기 개혁 방식의 절제, 둘째, 교육행정시스템의 학교지원시스템으로 대전환, 셋째, 교육과정 혁신과 교사전문성지원 집중, 넷째, 보이텔스바흐 원칙에 의한 사회현안교육 활성화와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들고 필요한 사항을 간략하게 살펴봤다. 물론 교육자치법령 정비와 교장승진제도 개혁, 문예체교육과 성평등교육 강화, 학교격차 해소와 교육복지 확충, 장애통합교육과 다문화교육 본격화 등등 진보교육감 3기가 문재인 정부와 협력해서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교육과제는 그밖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위에서 언급한 4가지 대형 과제들은 개혁방법론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른 교육개혁 과제들에 우선한다고 말할 수 있다. 3기를 맞는 진보교육감들과 신임 교육부장관의 협력으로 이 과제들의 해결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기를 고대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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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6 
경직된 교육제도의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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