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 해결’에 대한 교육감 후보들의 우려스런 인식   2018-06-07 (목) 09:58
이찬승  
   \'학습부진 해결\'에 대한 교육감 후보들의 우려스런 인식 (이찬승).pdf (103.7K) [42] DATE : 2018-06-11 09:43:13

‘학습부진 해결’에 대한 교육감 후보들의 우려스런 인식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6월 13일 지방선거를 향한 교육감들의 공약 중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적어 아쉽다. 가장 비중이 큰 공약 내용은 무상 제공에 관한 것이다. 무상교육(교복·수업료·기타 교육비 포괄)(세종 최교진 후보),무상급식(충남 김지철 후보, 대구 강은희, 김사열 후보), 무상 교복(충남 김지철 후보, 경기 송주명 후보), 중학생 등하교 교통비 지급(경북 이찬교 후보), 고교 석식 무상 지원(인천 고성의 후보), 해외 여행비 제공(세종 송명석 후보), 교복·수업료 무상(강원, 전남, 전북, 광주, 제주 등) 등이 그 예들이다. 무엇을 공급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가정이 깔려있다. 그런데 세계의 성공하는 사례는 결핍되었다고 무엇을 더 주는 식이 아니라 결핍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접근을 한다. 우리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공약의 수준과 내용이 실망스럽다. ‘교육형평성(equity) 제고를 통한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과 같은 공약은 절실히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는 ‘한 사람도 포기하기 않는 교육’이란 공약이(이 공약도 포기 않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키우겠다는 식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 등장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마저 자취를 감췄다. 세계 주요국들은 사회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긍정적 차별정책(positive discrimination)을 통해 개인의 잠재력 실현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일부 교육감 후보들이 중학교 기초역량보장제 도입(서울 조영달 후보), 기초학력보장법 제정(서울 박선영 후보), 기초학력미달 학생 전담교사(강사) 배치 및 멘토링 프로그램 도입(부산 김성진 후보, 충북 심의보 후보), 초등학교 학습부진 학생에게 전담강사 배치(전북 서거석 후보), 학생 맞춤형 보충수업(강원 신경호 후보)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모두 기초학습 미달에 대한 관심만 보이는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경우 성적에 따른 학력의 구분을 보통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수준), 기초학력(20~50점), 기초학력 미달(20점 미만)로 구분한다.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에는 교육불평등을 줄여 2030년대 로봇의 직업 자동화가 보편화되더라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생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에는 아무 관심과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줄이는데 급급하는 것으로는 교육불평등을 완화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이번 칼럼에서는 교육불평등과 기초학습부진을 개선하기 위해서 교육감들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학습부진의 원인과 해법의 바른 이해가 우선 
 
  교육감 후보들이 언급하고 있는 학력은 대부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명 일제고사)의 시험 점수를 가리키는 듯하다. 이들이 말하는 기초학력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최하는 일제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미달인 아동들은 미달 원인이 다양하다. 그럼에도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학습부진이 누적되어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그럴 의지도 없다는 점이다. 이런 학생들이 겪고 있는 학습부진의 정확한 원인과 진단도 없이 기초학습부진 비율을 줄이려 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부분의 학교들은 일제고사를 앞두고 반복적인 문제풀이를 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초학습부진 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이들은 왜 기초학습부진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런 학생들은 오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해도 내일 풀면 또 틀린다. 뇌가 학습하는 원리에 따르면 이들이 오늘 풀던 문제를 내일 못 푸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점은 비록 이들이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자신들의 미래 삶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국의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잘 안다. 공부 잘하고(특히 영어와 수학) 상위권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그런 인생행로는 이미 자신들에게는 글렀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강제로 붙들어 놓고 일제고사를 대비한 시험문제를 풀게 한다면 이들의 스트레스는 가중되고 이는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공부를 담당하는 해마의 기능만 더욱 떨어뜨리게 만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는 주요 국가에서는 어떻게 할까? 학습부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는 나라나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이전에 먼저 ‘학습할 수 있는 능력’(learning capacity)과 공부 동기부터 갖추게 한다. 또한 각자의 강점에서 시작해서 작은 성공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시킨다. 학습할 능력과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학습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학력관과 새로운 접근 필요
 
  필자는 최근 새로운 학력 강의를 할 때 아래 마음습관 16가지를 소개한다. 이는 기존의 교육목표에 젓가락 하나를 더 얹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패러다임의 대 전환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래 습관을 먼저 갖출 때 학습부진 아동들은 교육감들이 바라는 기초학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소화력을 먼저 갖추게 하고 배가 고플 때 음식을 주자는 것이다. 뇌가 학습하는 원리를 고려하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 새학력 - ‘마음습관(habit of mind) 16가지’
 
① 어려움, 반대,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기 않고 끈기를 발휘하기(Persisting) 
② 명확하고 정확히 생각하고 과장 없이 적정 수준으로 소통하기(Thinking and communicating with clarity and precision) 
③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기(Managing impulsivity) 
④ 5감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배우기(Gathering data through all senses) 
⑤ 이해와 공감으로 경청하기(Listening with understanding and empathy) 
⑥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고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기(Creating, imagining, innovating) 
⑦ 다른 시각으로 보기, 관점 바꾸기, 대안 찾기(Thinking flexibly) 
⑧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과 학습에서 아름다움과 기쁨 찾기(Responding with wonderment and awe)
⑨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기(상위인지능력)(Thinking about thinking)
➉ 불확실하고 새로운 것에 사려 깊게 도전하기(Taking responsible risks)
⑪ 탁월성을 위해 이중으로 점검하기(Striving for accuracy) 
⑫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기(Finding humor)
⑬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Questioning and posing problems)
⑭ 협동·협력·팀워크를 발휘해 효과적으로 일하기(Thinking interdependently) 
⑮ 과거의 학습 경험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기(Applying past knowledge to new situations) 
⑯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고 현재 알고 있는 것에 안주하지 않기(Remaining open to continuous learning)
 
  지금 한국 교육에는 새로운 학력관과 기초학력 부족을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의 아동·청소년들이 살아갈 2030년대에 지금 교육감들이 말하는 기초학력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일까? 교육감들의 생각처럼 교육하면 이들은 인간의 반복적이고 예측가능한 일을 로봇이 인간 대신 맡게 될 2030년 시대에 모두 실업자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학포자’라는 부당한 누명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해서는(이들은 스스로 학업을 포기한 적이 없다. 제도와 어른들이 포기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이들을 로봇과 인간의 공존 시대에도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이들에게 기초학습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문제풀이를 시킬 것이 아니라 2030년도 로봇의 직업 자동화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희망과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는 읽기·쓰기·산수 같은 고전적 러터러시(literacy)가 아니라 앞에서 소개한 ‘마음습관’부터 갖추게 하고 데이터 리터러시(데이터를 읽고 분석하고 사용하는 기초 소양), 인문학 리터러시(인문학, 의사소통 등), 문제해결 리터러시(디자인 씽킹, 시스템 사고 등), 기술 리터러시(코딩, 공학적 마인드 등) 등을 가르쳐야 한다. 이들이 이런 새로운 리터러시 중 어느 한 가지에서라도 성공적 경험을 하게 되면 자존감이 회복되고 공부할 동기를 스스로 갖추게 된다. 기초학습은 보장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는 동기 유발을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학습은 오직 학습자 스스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기초학습보장, 기초학습부진 등의 결핍에 초점을 두는 용어 사용을 삼가는 편이다. 미국의 낙오아동방지법의 개정 법안을 ‘모든 학생이 성공하는 법’(ESSA-Every Student Succeeds Act)으로 명명한 것,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각 학교에 학습부진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팀을 두고 있는데 이를 ‘학생성공팀’(Student Success Teams)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들 사회는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도덕적 사명감(moral purpose)을 바탕으로 한 성장 관점(growth mindset)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보편적인 것이다. 한국도 학습부진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정하려는 접근을 그만두어야 한다. 또한 ‘가르치면 배울 것이다’란 미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기초학습부진 해결에 대한 패러다임의 대 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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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민 18-06-07 19:24
답변 삭제  
정말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기초학습은 보장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는 동기 유발을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학습은 오직 학습자 스스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부분 충격이네요.
박슬아 18-06-08 03:59
답변 삭제  
이찬승 선생님. 이 글이 제가 고민하던 것에 대해 좋은 방향제시가 됩니다. 일부 아이들의 학습부진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함께 갈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문제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던 게 문제였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네요. 그 아이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작은 것부터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학습에 문제가 있거나 뒤쳐지는 아이들이 아니라 길을 찾지 못한 것일 뿐이네요. 좋은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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