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참여위원회와 청소년의회   2018-02-08 (목) 10:30
곽노현  
   청소년참여위원회와 청소년의회 (곽노현).pdf (97.1K) [4] DATE : 2018-02-09 10:43:54

청소년참여위원회와 청소년의회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청소년기본법 제5조의2에 따르면, “청소년은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서 본인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1항). 국가와 지자체는 “청소년 관련 정책에 대한 자문, 심의 등의 절차에 청소년을 참여시키거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2항). 이를 위한 구체적인 기구로 국가 및 지자체는 “청소년으로 구성되는 청소년참여위원회를 운영”하여야 한다(4항). 국가 및 지자체는 “청소년참여위원회에서 제안된 내용이 청소년 관련 정책의 수립 및 시행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한다”(5항). 
 
  청소년기본법이 마련한 청소년참여기구로는 청소년참여위원회 외에도 청소년특별회의가 더 있다. 그밖에도 청소년활동진흥법은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한 청소년참여기구로 청소년운영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한다. 법률기구로서 설치의무가 있는 청소년특별회의와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운영위원회와 달리, 서울시와 서울의 몇 자치구가 공식적으로 운영 중인 청소년의회는 법적 근거를 지자체조례에 두고 있는 조례기구다. 청소년의회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절대다수의 지자체는 청소년의회를 운영하지 않는다.  
 
 
청소년특별회의
 
  청소년특별회의는 국가가 범정부적 차원의 청소년정책과제를 설정, 추진하고 점검하기 위해 매년 개최한다(청소년기본법 제12조). 청소년특별의회는 2005년부터 매년 개최해왔다. 특별회의는 청소년위원과 전문가위원으로 구성되며 청소년위원으로는 17개 시도에서 9세에서 24세까지의 청소년 가운데 각 15인씩, 총 255명을 공개모집과 추천으로 선발한다. 전문가위원으로는 여성가족부가 매년 10명 안팎을 위촉한다. 
 
  특별회의는 매년 1월 청소년 온라인 투표로 하나의 정책 영역을 정한 후 3월의 출범식 때 서너 개의 정책의제로 압축하며 4월에서 9월까지 지역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발굴한다. 9월의 예비회의에서 본회의에서 다룰 정책과제를 확정하며 11월의 본회의에서 정부에 공식 제안한다. 특별회의는 청소년 관련 토론회나 문화예술행사를 병행한다. 전국단위 회의는 3월 출범식, 9월 예비회의, 11월 본회의의 순으로 진행된다. 시도별 지역회의는 청소년위원 15인씩으로 구성되며 정기회의 외에도 각종 캠페인, 토론회, 워크샵 등을 진행한다. 구성원의 임기는 1년이다. 
 
  청소년특별회의는 지난 12년 간 총 440개의 정책과제를 제안했으며 이 중에서 392개의 과제가 정부정책으로 수용돼 무려 89%의 높은 수용률을 자랑한다. 청소년특별회의는 2012년 유엔의 공공정책상을 수상해서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특별회의의 의제나 제안을 알고 있는 청소년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청소년특별회의의 의제에 대해 학교에서 일제히 계기수업을 실시해서라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토론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참여위원회와 청소년운영위원회
                    
  청소년참여위원회도 청소년특별회의와 마찬가지로 9세부터 24세까지의 청소년으로 구성되며 여성가족부, 광역시도, 시군구가 각각 공개모집과 추천으로 선발한다. 임기는 1년. 청소년정책과 관련하여 청소년의 시각에서 의견 제시와 자문, 평가활동을 수행하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캠페인, 토론회를 직접 기획, 진행하기도 한다. 2016년 12월 현재 전국적으로 189개(여성가족부에 1개, 17개 시도에 각 1개씩 17개, 226개 시군구 중 181개)의 청소년참여위가 운영 중이다. 실제 명칭은 청소년자치위원회, 차세대위원회 등 다양하다. 청소년참여위원회는 20명 안팎의 위원을 두고 있으며 2016년 12월 현재 전국적으로 총 3,446명의 청소년이 공개모집과 추천을 통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부터 모든 지자체는 청소년참여위를 의무적으로 설치, 운영하여야 한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라 청소년수련시설(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에는 시설의 사업과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서 청소년운영위원회를 두게 돼 있다. 청소년수련시설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의견과 욕구를 반영하여 청소년수련시설을 청소년 중심으로 운영하라는 게 법의 취지다. 2016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305개의 청소년수련시설에서 총 5천여 명의 청소년운영위원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한 심의와 평가를 통해 전반적인 시설운영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운영하고 지역사회의 청소년 행사에도 청소년대표로 참여한다. 청소년수련시설별로 공개모집과 심사과정을 거쳐 구성한다. 임기는 1년이며, 매월 정기회의가 열린다.  
 
 
청소년의회
 
  청소년의회는 국가법령이나 지자체조례에 법적 근거를 두는 법정 청소년의회와 청소년의회라는 명칭을 사용할 뿐인 법적 근거가 없는 민간 청소년의회로 대별된다. 서울에서는 청소년의회가 서울시(2015년), 성북구(2012년), 강동구(2016년), 동작구(2017년)에서 조례기구로 운영되고 있는데 모두 의회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몹시 민망할 정도로 의회의 권한이 없다. 예를 들어 자료제출요구권, 관계공무원 출석요구 및 질의권, 청문조사권 같은 권한이 전무하다. 
    
  일례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동작구 청소년의회조례를 살펴보자. 청소년의회는 “청소년들로 구성돼 동작구의회와 유사하게 진행되는 모의의회”라고 정의된다(2조2호). 청소년의원은 구청장이 임명한다(2조1호). 청소년의회의 기능은 첫째, 동작구의 아동, 청소년 정책과 예산에 관한 의견수렴, 토론 등 참여활동; 둘째, 수렴된 의견을 반영한 아동청소년 정책, 사업, 예산편성, 입법제안 등 의견 제출; 셋째, 그밖에 청소년의회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사항을 수행하는 것이다. 정례회는 연 2회 개최하며 의장이나 재적 1/3 이상이 요구하면 임시회를 소집할 수 있다. 회의 장소로는 원칙적으로 구의회 회의장을 사용한다. 구청장은 청소년의회에서 제안된 의견을 “구정에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동작구 청소년의회와 달리 강동구 청소년의회는 9세에서 18세까지의 청소년에게 청소년의원 선거권을 부여해서 선출된 청소년의원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투표율이 너무나 저조한 게 문제다. 2017년에는 청소년의원직 25자리를 놓고 최종 입후보자 57명이 겨뤘다. 초등학생 20명, 중학생 23명, 고등학생 14명이었다.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입후보자가 더 많이 나와야 정상인데 대입 부담 탓에 고교생 입후보자가 오히려 줄었다. 9세에서 18세까지의 청소년선거인수는 총 40,917명이었으나 1,504명이 투표해서 투표율이 고작 3.7%였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뜻이자 선출된 의원들의 대표성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청소년의회선거를 앞두고 학교에서 청소년의회 관련 계기교육을 일제히 실시함으로써 투표참여를 대폭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청소년참여위원회와 청소년의회의 차이  
 
  청소년참여위와 청소년의회는 성격과 역할이 다르다. 청소년참여위에서는 지자체장이 선임한 청소년위원들이, 지자체장이 요구하는 청소년정책사안을 심의, 자문한다. 청소년의회는 지자체장이 의원선임이나 의제선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립성이 강하다. 또한 청소년의회는 지자체장과 관계에서 자문기구라기보다는 감독기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의원에 대해서는 청소년참여위원과 달리 자료제출요구권과 관계공무원 대면질의권, 청문조사권 등 기본적인 의회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밖에도 청소년참여위는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9세에서 24세까지 청소년의 참여기구인 반면 청소년의회는 조례에 따라 다르지만 9세(12세, 14세)에서 18세까지 청소년의 참여기구라는 차이가 있다. 
 
 
청소년참여위를 강한 청소년의회로 설계해야    
 
  법률기구인 청소년참여위가 광역과 기초지자체마다 세워지면 조례기구인 청소년의회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다시 말해서 청소년참여위 외에 청소년의회까지 별도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가? 청소년기본법을 개정할 때 국회는 청소년대표기구로 청소년의회방식보다는 청소년참여위원회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만약 청소년의회와 청소년참여위가 둘 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작년 말 개정 당시에 청소년의회도 법률기구로 입법하지 않았을까?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두 가지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양자의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둘 다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의 차이는 과장된 것이다. 현재 서울의 자치구들에서 운영 중인 청소년의회 가운데 위에서 언급한 특징을 온전히 구현한 청소년의회는 아무 데도 없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설치운영이 의무화된 청소년참여위에 이어 청소년의회도 동일한 방식으로 일반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청소년의회를 지금보다 훨씬 독립성과 권한이 강한 기구로 바꿔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양자가 사실상 비슷한 모습으로 운영된다면 둘 다 운영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 이유는 청소년의 정치 및 정책 참여기회는 낮은 수준에서라도 많을수록 좋다는 데 있다. 만약 성북구와 강동구가 그렇듯이, 모든 시군구가 청소년참여위와 청소년의회를 동시에 운영한다면 20명 안팎의 청소년참여위로 총 5천 명, 40명 안팎의 청소년회의로 총 1만 명의 학생들에게 참여 공간이 열린다. 여기에 국가차원의 청소년특별회의 위원 수(250명)나 청소년운영위원회 위원 수(5천 명)를 다 합치면, 중고교생 중 청소년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은 어렵지 않게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설령 청소년의회가 지금처럼 모의의회의 앙상한 몰골을 취하더라도 청소년의회의 확산을 주장할만한 민주시민교육차원의 강력한 근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슷한 수준의 참여기구를 중복적으로 설치,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두 번째 주장도 얼마든지 설득력이 있다. 이 경우에는 청소년참여위를 본연의 청소년의회처럼 독립성과 권한이 강한 청소년참여기구로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청소년참여위의 기본 틀에 대한 시행령규정을 만들 때, 첫째, 청소년참여위원을 청소년의 직접투표로 뽑게 하고, 둘째, 청소년참여위원회의 안건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며, 셋째, 청소년참여위원들에게 자료제출요구권과 관계공무원 대면질의권, 청문조사권을 제한적으로라도 부여해야 한다. 
 
 
청소년참여 활성화는 정치참여효과 외에 시민교육효과가 크다
 
  청소년참여위원회건 청소년의회건 자칫하면 모든 대의기구가 그렇듯이 일반청소년이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가운데 지자체의 알리바이용 장식품이나 엘리트 청소년의 스펙용 통과의례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 일단 학교교육을 통해서 이들 청소년 참여기구에 대한 청소년의 지식과 관심, 참여 욕구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청소년 참여기구에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 및 운영원칙을 정해야 한다. 청소년 참여기구에 직접 위원으로 참여하는 소수의 학생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도 민주시민교육효과가 나도록 운영해야 한다. 요컨대, 청소년 참여기구는 청소년 대표기구라는 정치적 속성과 함께 민주시민교육 수단이라는 교육적 속성을 동시에 갖는다. 
 
  바람직한 정치적 효과와 교육적 효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 청소년 참여기구는 원칙적으로 일반청소년들의 직접투표로 위원을 선출하고 의제를 선정하며 제안을 승인하는 일련의 민주적 과정을 밟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청소년 참여기구를 통해 청소년들이 인물투표뿐 아니라 정책투표도 경험해보고 찬반투표뿐 아니라 순위투표 등 다양한 투표 방식을 경험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 지역 청소년참여위나 청소년의회가 금년에 다룰 청소년 관련 의제를 직접 투표로 정한 지역청소년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동일의제를 놓고 토론할 의욕을 느낀다면 얼마나 바람직하겠는가.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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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의 바른 이해와 역량교육의 바른 접근(Revised) 
‘학교교육의 목표 = 핵심역량 함양’에 대한 긴급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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