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교사, ‘도덕교육’을 고민하다   2018-01-03 (수) 17:15
정병오  
   도덕교사, ‘도덕교육’을 고민하다 (정병오).pdf (77.9K) [12] DATE : 2018-01-03 17:16:45

도덕교사, ‘도덕교육’을 고민하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서울시교육청 오디세이학교 교사)
 
 
  대학 졸업 직후 한 중학교 도덕 교사로 근무할 때였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 안에서 ‘선생님’이란 호칭을 들을 때 내 몸에 맞지 않는 호칭을 듣는 듯해서 어색했는데 출퇴근 길 학교 밖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는 더 어색할 때가 많았다. 특히 아이들이 그냥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면 될 것을, 꼭 “‘도덕’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할 때는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얼굴이 발개지곤 했었다. 이때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길에서 나는 두 가지 무언의 메시지를 읽곤 했었다. 하나는 ‘아니 저 사람은 얼마나 도덕적이길래 도덕 선생님을 하는 거야?’였고, 또 다른 하나는 ‘아니 저렇게 새파란 젊은이가 도덕 선생님이란 말이야? 도덕 선생님은 나이가 지긋이 든 훈장님 같은 분이 하는 줄 알았는데…’였다.
  일평생의 삶을 통해 도덕적으로 고결한 삶을 살아온 사람만이 도덕을 논하고 가르칠 자격이 있으며, 그렇게 할 때에 도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도덕교육의 상식이다. 하지만 이 말이 과도하게 강조되고, 또 다른 면이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사람들로 하여금 도덕을 자신들과는 거리가 먼 일부 사람들의 것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그래서 열심히 도덕의 높은 이상과 고결한 도덕적 삶을 살았던 모범에 대해 이야기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그에 대해 동의하고 그 사람을 존경하기는 하지만 실제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지 않아 실제 도덕교육이 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중고등학교에서 20년 이상 도덕교육을 실시하면서 내가 깨닫게 된 사실은 아이들이 도덕적으로 백지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도덕적 문제로 내적인 갈등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내면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도덕적 갈등 문제를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덕과 관련한 내면의 깊은 갈등과 고통의 소리를 무시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지내며 그냥 욕망이나 주변 분위기를 따르는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도덕 수업에 임하면 “선생님, 도덕 배우면 뭐해요?”, “선생님, 도덕이라는 것이 길 지나가다가 휴지가 떨어지면 주우면 되는 상식 아닌가요? 그런데 선생님은 도덕을 뭐 이렇게 어렵게 설명하려고 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물론 이러한 질문은 아이들의 구체적인 삶과 동떨어진 학교 도덕 교육과정이나 수업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덕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보지 못한 결과이기도 했다. 이러한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나는 “얘들아! 우리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조물주가 심어주신 도덕법칙이란 것이 있어. 그런데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에는 이 법칙을 바로 적용시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도 있지만, 여러 현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바로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들도 많아. 도덕 수업이란 것은 우리가 부딪히는 많은 복잡한 도덕 문제에 대해 우리 모두에게 심겨진 도덕법칙을 적용하여 해결책을 찾는 것을 연습하는 거야.”라고 답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나이 때 겪는 도덕적 갈등 문제를 예시로 제시하고 소그룹 토론을 시킨다. 각 소그룹이 그들 나름의 도덕적 해결책과 이유를 제시하면 나는 그들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면들을 제시하며 그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각 소그룹들이 나의 반론에 답을 하기 위해 답을 찾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처음에 다른 의견을 제시했던 소그룹들이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거나, 혹은 해결책은 다르다 할지라도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원칙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수업을 반복하면서 아이들 가운데서 도덕적 사유와 성찰,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이나 이해관계에 처한 사람들 사이에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통적인 도덕적 원리를 찾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도덕 교사로 살면서 또 한 번 심한 자괴감을 느꼈을 때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아이들을 볼 때였다. 물론 학교폭력의 문제가 전적으로 도덕교육의 부재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도덕교육이 학교폭력 혹은 학교 내 다양한 갈등 문제를 해소하는데 미약하나마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도덕교육이 이러한 학교폭력이나 학교 내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심히 부끄러웠다.
  그래서 여러 뜻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 내 다양한 갈등과 폭력의 문제를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해가는 전통들과 철학, 방법들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학교 내 다양한 갈등과 폭력의 근본 원인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화의 장치를 통해 피해자의 분노와 억울함이 해소가 되고,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이 일어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의 도덕교육이 옳은 것을 이야기하는 당위의 차원에서만 다루어졌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옳은 것에 대해 마음을 열어서 다가가도록 하는 실제적인 기제에 대한 개발과 실천이 없었다는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심리학이나 여러 공동체 운동 등에서 많이 해왔는데, 도덕교육도 이러한 성과를 적극적으로 가지고 와서 도덕교육의 실제적인 도구로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도덕을 이야기하는 것이 진부한 것으로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되었지만, 사실 복잡한 현대 사회 가운데서 도덕은 이전 시대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주의와 물질주의 가치들이 지배하는 사회 가운데서도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덕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도덕교육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그 내용과 방법 면에서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그래서 도덕교육이 교육의 정말 중요한 요소로 제대로 기여도 하고 대접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나도 도덕교사로 살아왔고 또 살아갈 삶이 부끄럽지 않도록 이 부분을 더 고민하려고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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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육개혁 2015-2024 그리고 계속되는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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