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교육과 학생 모의투표는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이다   2017-09-06 (수) 11:06
곽노현  
   선거교육과 학생모의투표는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이다 (곽노현).pdf (93.1K) [3] DATE : 2017-09-06 11:06:29

 선거교육과 학생 모의투표는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이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지난 5월 9일 대선에서 41.4%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분은?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문재인이다. 선거권은 19세 이상의 시민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은 19세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투표권이 없는 19세 미만 중고등학생들의 대통령은 누구일까? 과거에는 누군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청소년이 표심을 드러낼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18세 선거권이 무산되자 YMCA를 중심으로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운동본부’가 결성돼 ‘청소년 모의대선’을 실시했다. 선거인단으로 온라인 사전 등록한 19세 미만 청소년이 6만 75명에 달했다. 이 중 온라인 투표참여자 43,617명과 전국 30개소의 오프라인 투표참여자 8,098명을 합쳐서 모두 51,71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이 무려 86%나 됐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위(39.14%/20,245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3%차이(36.02%/18,629표)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돌아갔고(10.87%/5,626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4위(9.35%/4,837표)를 찍었으며 꼴찌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91%/1,508표) 차지였다. 실제 대선결과는 1등만 같을 뿐 2,3,4,5등이 다 다르게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진보성향에 표를 몰아줬다. 청소년 모의대선 결과는 문재인대통령이 19세 이상 성인들의 대통령일 뿐 아니라 19세 미만 청소년들의 대통령이기도 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지난 대선을 겨냥해서 학내에서 모의대선을 치른 고등학교도 서울, 경기, 경북에서 각 하나씩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8일 서울의 금호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대선 모의투표를 실시했다. 이 학교는 신설학교라 1학년밖에 없는 상태라 1학년 학생 157명 중 97.5%가 모의투표에 참여했다. 대통령선거 하루 전이었다. 5월 10일 개표 결과 29.9%를 얻은 심상정 후보가 1등, 22.9%를 얻은 문재인 후보가 2등을 차지했다. 학생대표 11인은 며칠 후 심상정 후보에게 자신들이 만든 ‘금호고등학교 대통령 당선증’을 전달했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대표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을 건 안 봐도 비디오다.  
 
  YMCA와 금호고는 선거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선관위와 사전협의를 거쳤다. 중앙선관위는 대선 개표일 뒤에 모의투표 개표를 하면 학교 안에서 모의투표를 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경우 모두 대통령선거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후에 개표 결과를 발표한 건 그래서다. YMCA 청소년 모의투표와 달리 금호고의 경우 학교 안에서 모의투표가 이뤄졌기 때문에 교사들은 엄정 중립 태도를 견지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스스로 입을 닫는 교육적 실천을 자임했다. 학생대표들은 모의투표일에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쓰인 홍보물을 붙였다. 
   
  YMCA 청소년 모의대선은 청소년 참정권 활동가들이 중심이 돼 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라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시대착오적이고 청소년 모독적인 19금 선거권에 대한 일종의 항의이자 시위였다. 물론 청소년들에게 ‘교복 입은 시민’으로서 대선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고취할 목적도 있었다. 모의선거에 참여해서 투표한 청소년들은 “재밌고 신기하다”, “투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호기심에 시작한 투표가 사회를 향한 관심으로 바뀔 것 같다”는 소회를 풀어놨다. 청소년세대가 상대적으로 제일 진보성향임을 알려주는 개표 결과에 스스로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금호고에서는 역사와 사회과목 담당교사 3인이 교육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냈다. 혁신학교라 교장선생님도 선관위와 협의해서 선거법 문제만 발생하지 않도록 진행하라고 선선히 허락했다. 선생님들은 애당초 대선후보들의 이력과 주요정책을 비교하는 수업시간을 갖고자 했으나 중간시험기간과 겹쳐서 그럴 수 없었다. 대신 동아리활동 시간을 이용해서 1시간쯤 대선후보들의 로고송을 분석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선생님들이 개표 결과를 접하고 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선후보 TV토론을 유심히 지켜봤고 그 과정에서 심상정 후보에게 마음이 쏠렸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많은 선진국에서 선거교육은 학교민주시민교육의 핵심구성요소로 인식, 실천된다. 민주주의를 내거는 모든 나라에서 정기적인 선거는 필수불가결하다. 또한 선거를 하는 모든 나라에서 복수정당의 존재 역시 필수불가결하다. 선거와 정당이 없다면 대표민주주의는 한시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시민들이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보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이해와 보완에 필수불가결하다. 시민의 정체성과 사회관계 형성에서 정치성향과 지지정당은 몹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모든 주에서는 학생모의선거가 제도화돼있다. 미국에서는 2년마다 큰 선거가 열린다. 2년마다 연방하원의원 전원과 연방상원의원 1/3, 주지사 1/2을 선거한다. 50개 주 가운데 38개 주에서는 주하원의원 전원도 선출한다. 2년마다 미국 전역의 중고교에서는 주 단위로 모의투표를 실시한다. 대선이 있는 해에는 주에 따라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경선까지도 모의투표를 실시한다. 주교육감을 따로 뽑는 일부 주에서는 선거사무를 관장하는 주정부와 학교를 관장하는 주교육감이 협력해서 모의투표를 실시한다. 
 
  물론 학생모의선거를 강제하진 않는다. 주정부 선거당국이 교장의 신청을 받아 보통 선거 1주일에서 1달 전에 학교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실시한다. 선거당국은 공식투표용지와 똑같은 투표용지를 제공한다. 개표결과는 주 단위 집계결과는 물론이고 학교지구별, 학교별 집계결과가 다음날 바로 공개된다. 공식선거일 전에 학생모의선거 결과가 먼저 지역언론의 보도를 타는 셈이다. 모의선거 결과가 실제 선거결과와 똑같은 것으로 유명한 족집게 학교들이 주마다 있어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미국에서도 학생모의선거 결과는 진보성향이 강하다. 작년 11월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후보 학생모의선거를 실시한 대부분의 주에서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승자로 드러났을 정도다.     
 
  앞서 예로 든 YMCA 청소년 모의선거나 금호고 모의선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미국 주정부 선거당국은 학생모의선거를 앞두고 학교에서 충실한 선거교육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자료를 제작, 배포한다. 학년별로 사용할 수 있는 교사용 90분, 60분, 30분짜리 학습지도안을 작성해서 배포하는 주정부가 있는가 하면 몇 백 페이지 짜리 교사용 자료를 작성해서 나눠주는 주정부도 있다. 선거와 정당, 선출직에 관한 교육자료는 기본이고 당해 연도의 선거에서 특별히 쟁점이 되는 사안과 인물에 대한 교육자료도 제공된다. 대부분의 선거교육 자료들은 주정부의 의뢰로 당해 주의 사회교과 교사들과 민주시민교육 전문단체들이 중심이 돼 작성한다. 실제로 들여다보면 교육적으로 잘 만들어진 학교급별, 학년별 교육자료들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방대하고 다양하다.   
 
  둘째, 학교에서는 사회교과 선생님들이 중심이 돼 주정부에서 제공되는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사용할 교육자료를 만들어내고 서너 시간씩 교육과정을 짜서 미리 후보들의 이력과 주요 쟁점별 정책을 분석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의 모의투표가 쇼로 흐르지 않게 필요한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학교의 모의투표는 철저하게 교육과정 및 수업과 연계해서 교육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매년 독특한 방식을 도입해서 선거교육을 잘한 주정부를 시상하는 전미학생/부모모의선거연합이라는 민간단체도 활동 중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경우 우리로 치면 중앙선관위와 시도교육감, 그리고 시도단위의 사회교과 교사들과 민주시민교육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학습지도안과 자료를 만들어내고 학교의 신청을 받아서 공식적으로 모의투표를 축제처럼 실시한다. 대통령, 주지사 선거는 기본이고 연방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선거에 대해서도 학생모의투표가 전국적으로 교육적으로 제도화돼있다고 보면 된다. 대선의 경우 주요 정당의 경선모의투표도 드물지 않다. 주요 선거는 학교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계기로 교육적으로 활용되고 이를 위해 선거당국과 교육계, 시민사회가 힘을 모은다.   
 
  내년 6월 13일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지방선거에서는 대통령 1인과 국회의원 300인을 제외한 한국의 모든 선출직을 뽑는다.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 시도의원, 시군구장과 시군구의원을 한꺼번에 선출하는 가장 큰 선거다. 시도의회의 비례대표의원과 시군구의회의 비례대표의원까지 유권자들은 모두 7번을 투표해야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교육감선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공부, 생활지도, 자치활동 등 학교생활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의 19금 선거권 아래 학생들은 교육감선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갖지 못한다. 표가 없는 집단은 그 이해관계가 제대로 대표되지 않는다. 교육감은 학생의 이해관계를 대표하기보다는 교사와 학부모의 이해관계를 대표하기 마련이다. 고등학생쯤 되면 이미 학교생활을 10년이나 경험한 학교생활의 달인들이다. 본인들의 관점에서 교과교육과 생활교육, 자치활동과 방과후교육 등 학교생활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잘 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당연히 18세로 대선과 총선의 선거권 연령을 낮춰야한다. 지방선거에서는 선거 연령을 17세로 낮추되 교육감선거에서는 16세까지 더 낮추는 게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보이텔스바흐원칙에 따라 기회 있을 때마다 사회현안을 토론논쟁방식으로 교육해서 세상에 눈뜨게 해야 한다. 선거를 최고의 학교민주시민교육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연계형 모의투표를 하루바삐 제도화해야 한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이 일에 앞장설 것임을 다짐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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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생을 위한 새로운 과학고를 위해 
교장 제도, 승진제와 공모제의 제도 간 경쟁 도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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