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규제 및 사교육 조장 특별법’ 유감   2015-11-04 (수) 18:47
안선회  

 ‘공교육 규제 및 사교육 조장 특별법’ 유감1)
 
 
안선회 (중부대학교)
 
 
들어가는 말 : ‘공교육정상화법’인가, ‘사교육 조장법’인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교육정상화법’)」을 필자는 ‘공교육 규제 및 사교육 조장 특별법’이라고 부른다. 이 법은 2014년 3월 11일 제정되었고, 2014년 9월 12일부터 시행되었다.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가 제기한 ‘선행학습 금지’ 주장을 ‘선행교육 금지’로 바꾸어 세상에도, 고금에도 다시없을 해괴한 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선행교육’, ‘선행학습’ 규제 발상의 문제점 
 
  필자는 2012년 당시 ‘선행학습’ 규제, ‘선행교육’ 규제 주장에 대해, ‘위헌이고 비교육적이며 실효성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헌법상 자유권은 포괄적 자유이기 때문에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교육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학습권은 교육기본법 제3조에 규정돼 있다.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국민 개개인이 원하는 것을 학습하고 교육 받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교육의 자유’가 보장돼야 ‘학습의 자유’도 보장될 수 있다.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야 없지 않은가?
  ‘선행학습 규제’, ‘선행교육 규제’라는 발상 자체가 학습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구태의연하다. 이 발상에서 교육과 학습을 바라보는 관점은 철저하게 ‘국가’와 ‘학교’라는 절대교육기관을 전제하고 있다. 이미 사회는 학습사회로 변화됐고, (학교)교육보다 학습이 중요하며, 사람마다 학습능력과 속도가 다른데 국가가 정한 학교교육과정보다 이르게 교육받고 학습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것도 1~2개월 이상 앞서는 교육을 규제한다는 기준은 전혀 교육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심지어 학교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우파와 좌파의 어떤 학교개혁 방안과도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기에 교육개혁 흐름에서는 ‘개혁’이 아니라 ‘반동’적 발상이다. 이런 발상은 교육개혁의 측면에서 본다면, ‘보수’라고도 불릴 수 없는 ‘반동’적 발상이다.
  ‘공교육정상화법’이 설사 사교육기관의 선행교육 금지를 담았다고 하더라도 사교육 방지의 실효성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비밀리에 고액 과외가 기승을 부렸을 것이 뻔하다. 사교육기관들은 국가교육과정과 다른 교육 프로그램으로 법을 피할 것이다. 온라인 사교육기관들은 만세를 부를 것이다. 온라인 선행교육은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사교육 문제의 원인을 해소하는 방안이 아니라 선행교육 증상에만 몰두한 대증요법이기 때문이다. 교육시민단체에서 주장할 내용도 아니고, 여기에 현혹돼 언론이 춤출 일도 아니다. 결국,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어 공교육의 선행교육을 규제하는 이상한 법이 탄생한 것이다.
  현행 ‘공교육정상화법’이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기관의 선행교육만 금지했지만, 필자가 예고한 대로 법률 시행 이후 학교 방과후학교 수강생이 줄어들고 학생들이 다시 사교육을 찾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사교육을 줄이자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공교육을 규제하고 사교육을 조장해버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여론의 비난과 압박을 못이긴 교육부는 2015년 3월 18일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를 하게 되었다. 법 제8조의 단서조항인 ‘방과후학교 과정도 또한 같다.’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가 ‘방과후학교’에서 선행교육을 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법 개정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아직도 ‘공교육 규제 및 사교육 조장 특별법’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란 무엇인가
 
  교육의 목적은 학습이다. 교육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학습을 통한 개개인의 자아실현을 도와주는 데 진정한 목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의하면, 교육개혁의 비전이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 교육”이다. 따라서 특별법 방안이 추구하는 ‘공교육정상화’는 ‘모두에게, 모든 교과목을, 획일적으로 교육’하는 데 있지 않다. 의무교육 단계에서 모두를 위한 교양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동일한 꿈’을 가지고,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방법’으로 교육하고 학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교육이 ‘저마다 타고난 소질과 끼를 끌어내고, 열정을 갖고 적성에 맞는 꿈을 찾아가도록 이끌어 주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교양교육’을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월성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이왕에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을 만들겠다면, 반드시 교육기관보다 학생, 학습자를 중심으로 공교육정상화 개념부터 재정립했어야 한다. 학교급, 학교유형, 학습자유형에 적합한 공교육정상화 개념을 정립하여 새롭게 적용해야 한다. 교육과 학습이 학교의 특성, 학생의 꿈과 끼, 저마다 가진 적성과 강점, 진로에 알맞게 이루어지고, 학교와 교사는 최선을 다하여 교육하며, 학생들은 참된 학업성취와 성장을 경험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공교육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교과에서 뛰어난 인재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여러 분야에서 소질과 끼를 발산하는 수많은 인재들을 길러내는 교육이 ‘정상적인 교육’의 모습이다. 이런 맥락에서 핵심역량 중심의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혁, 핵심역량을 키우는 교수학습 혁신, 다양한 진로교육 지원, 예체능교육 확대, 학습부진아에 대한 맞춤형 교육지원, 학생의 참된 학업성취와 성장을 위한 국가와 교육기관의 책무, 교사의 학생지도력 회복 방안, 방과후학교의 질 제고와 단계적 무상화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될 필요가 있다. 공교육정상화를 해치는 지나친 고교 서열화, 고교 입시를 위한 중학생 성적경쟁도 완화하고,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월성 교육’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공교육이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초중등학교에서 성취평가(절대평가)를 전면 실시하기에 앞서 성적 부풀리기를 판별하여 그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규정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현행 ‘공교육정상화법’은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교육정상화법’에 담겨 있는 규정들은 ‘특별법’이 아니라 ‘초중등교육법’이나 ‘고등교육법’의 시행령이나 정부 방침으로 규정하면 될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현행 ‘공교육정상화법’은 진정한 ‘공교육정상화법’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부끄러운 법이 되어 있다.  
 
 
과연 공교육이 정상화 되었는가
 
  ‘공교육정상화법’의 시행에 따라 공교육은 정상화되었는가? 현재 우리 교육의 실제 모습은 어떠한가? 대입제도는 여전히 복잡하다. 대입제도는 여전히 국어, 수학, 영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것을 제약하고 있다. 대입제도를 개선한다면서, 상대평가를 온존시키고, 학생부(종합)전형을 더욱 확대·강화하여 학교를 이기적인 성적 경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내신 중심의 대입제도는 여전히 내신대비 학원의 ‘선행교육’과 학생의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있다. 학원의 ‘선행교육’과 학생의 ‘선행학습’이 상대평가가 이루어지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유리한 경쟁 전략이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비교과, 면접, 자소서, 진학 등 사교육컨설팅 비용은 사교육비 조사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십 년이 넘는 세우러 동안 필자가 제기한 내신사교육에 대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안수진(2014)의 연구에 의하면, 학생부전형 확대로 인한 내신사교육이 크게 확대되는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 2014년 10월과 11월에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교육수요자들인 고3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사교육 설문조사 결과 고등학교 전학년에 걸쳐 학생부교과 사교육이 압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
 
[그림 1] 사교육을 통해 대비한 대입전형요소 변화 추이 (학년별)
 
  정부는 교육개혁의 비전이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 교육”이라면서, 2015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필수교과로 만들었다. 교육부 고위관료는 공공연하게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수능 필수과목으로 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능에서는 통합형 교육과정에 따라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공통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과목(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평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와 시민단체가 하나가 되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제약하고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방안을 외치고 있다. 일부 교육학자도 거기에 춤추고 있다. 향후 2015개정 교육과정과 대입제도로 인한 문제가 더 커질 때 그들은 무엇이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 아마도 시민단체는 교육부에, 교육부는 학교에 책임을 미룰 것이다. 그들이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가운데, 수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꿈과 끼, 저마다 가진 적성과 강점을 살리지 못하게 된다. 자신만의 강점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수많은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필수교과 점수 부족으로 자신이 원하는 학습과 삶을 살지 못하는 고통이 눈에 선하다. 
 
 
‘공교육정상화법’ 전면 개정되어야
 
  선행교육 규제로 공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옹색한지 안타까울 뿐이다.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필수화하며 학생의 다양한 꿈과 끼, 적성을 키운다는 발상이 얼마나 ‘황당’한지 모르는 걸까? 여기에 학생부전형의 비율을 계속 높이면서 우리 아이들을 더 심각하고 장시간 지속되는 성적 경쟁과 사교육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정 시민단체가 잘못된 교육정책 방향으로 대중적 여론몰이를 통해 정치권을 흔들고,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가는 이 행태를 교육계가 더 이상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
  이제  ‘공교육정상화법’의 전면 개정이 모색될 때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강점을 살리는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월성 교육’을 실현하는 진정한  ‘공교육정상화법’이 되도록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 교원단체가 아니라, 특정 시민단체가 아니라, 이제 책임감을 느끼는 교육계 인사와 학부모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1) 이 글에는 필자가 2012년과 2013년에 쓴 칼럼인 “ ‘선행학습금지법’, 위헌이고 비교육적이며 실효성도 없다”, “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비 감소 방안 모색”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2) 안수진(2015).  2015학년도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의 효과성과 타당성 평가 – 고등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 중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이 연구의 설문조사에서 사교육 실태조사에는 고3학부모 444명이 참가하였음.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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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승 15-11-05 15:04
답변  
수능에서 한국사를 포함하여 국영수사과 내용을 고르게 보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논쟁거리가 될 거라 생각됩니다.
이는 '고교 교육의 성격에 관한 논쟁'이며, '누구를 위한 것이냐란 논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의무교육도 아닌 고교수준에서 '배울 내용에 대해 당사자의 의견과 상관없이
국가가 강제할 수 있는가?'란 논쟁도 낳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독자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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